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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anuary 9, 2015

Trip to Paso Robles and Pinnacles National Park in California

지난 해 12월 31일부터 새해 1월 4일까지 5일간 Paso Robles와 Pinnacles 국립 공원을 여행했다. 연말연시 동안 Pinnacles 국립 공원을 여행할 계획은 벌써부터 세우고 있었지만, 포도원과 winery로 알려진 Paso Robles를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삼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의 결과. 여행 며칠 전 집에 어떤 와인이 있는지 체크할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 Paso Robles에서 만들어진 두 병의 와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몇년 전 개봉된 영화 'Sideways' 덕분에 유명해진 Santa Barbara winery에 대해선 많이 들어봤지만, 이곳 Paso Robles는 내게 생소한 이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곳에 200개가 넘는 winery가 있다고 했다. Pinnacles 국립 공원에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편리하게 들러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결정하게 된 것.

12월 31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LA를 출발. 가는 길에 Ventura County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친구 부부와 점심을 함께 하고 계속해서 차를 달려 Paso -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것처럼 - 에 도착한 것은 오후 서, 너시경. 숙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 놓은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다. 새해 전날이라 특별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분위기와 서비스, 음식 맛 모두 만족스러웠고. 이곳 다운타운에는 여러 곳의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거의가 다 좋아 보였다.

밤 11시가 넘어 이곳 다운타운에 있는 공원에서 열린 새해 축하 행사에 갔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그리 많은 사람이 모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2백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에게 face painting을 해주는 곳도 있었고, 한쪽에선 private party도 열리고 있었다. 시 정부 건물로 보이는 한 건물 앞 광장엔 색을 바꿔 주변을 밝히는 조명들이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축제 분위기에서 새해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새해 2015년이 문을 열었다!

새해 첫날인 다음 날은 몇 군데 winery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휴일이라 정작 문을 연 곳은 몇군데 되지 않았다. 그 중에서 Tablas Creek Vineyard라는 곳을 찾아갔다. 구불거리는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길 양 옆으로 펼쳐진 포도원들 사이로 차를 달렸다. 가는 길 내내 피아노 연주곡들을 CD로 들었는데, 특히 Chopin의 Nocturne in C sharp minor는 이날의 쌀쌀하지만 햇빛 짱한 날씨와 너무 잘 어울려서 마치 아름다운 영화의 장면들이 내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오래 내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Tablas에 도착해 wine tasting을 하면서 이곳서 일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이곳 와이너리에 관한 얘기와, 가을 포도 수확철에 열리는 festival 얘기. 그렇지 않아도 이곳 Paso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있던 차에 이들의 얘기를 들으니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하게 일었다.

Wine tasting은 winery마다 여섯 가지의 다른 와인을 미리 준비해 놓고 순서에 따라 하나씩 맛을 보게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 와인 당 한, 두 모금 정도의 와인을 따라 주고 맛을 보게 한다. Tasting을 하는데 대개 10불씩 내야 하지만, 와인을 구입하면 tasting fee를 제해 준다.


Tablas Creek Winery



두 번째로 찾은 곳은 Whalebone Winery. 이곳은 첫 번째로 들른 Tablas 보다 캐주얼한 분위기. 한편에는 이곳서 짜낸 다양한 향의 올리브 오일도 판매하고 있었다.

와인 tasting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한 커플이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주변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Orange County에 있는 Dana Point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이곳의 생활을 많이 즐기고 있는 듯했다. Dana Point도 내가 좋아하는 곳이지만, 이곳 Paso는 주변에 둘러있는 포도원들과 산뜻한 타운의 모습으로 더욱 마음이 끌리는 곳.  


포도밭 사이를 계속 운전하고 가다가
차에서 내려 찍은 사진.



오후엔 북쪽으로 차를 달려 King City로 향하다. Pinnacles 국립공원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하루씩 하이킹을 계획하고 있던 차라 양쪽 모두 접근이 편리한 이곳 King City에 숙소를 정하다. 짐을 풀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한 후 다운타운에 있는 한 피자집에서 football game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마침 이날은 내 모교인 오하이오 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와 University of Alabama의 Sugar Bowl 경기가 있는 날. 경기 초반에 OSU가 먼저 field goal로 득점을 시작했지만, 곧이어 UA의 touchdown으로 역전. 시즌 1위인 UA와 4위인 OSU의 준결승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듯 UA가 경기 초반의 주도권을 잡았다.

피자집을 나설 때까지 UA가 리드하는 게임에 다소 실망하면서 숙소로 돌아와 계속해서 게임을 지켜보다. Halftime에 가까워오면서 OSU가 선전하기 시작. 그 뒤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계속해서 OSU가 리드하면서 결국 승리에 이르다! 1월 12일 University of Oregon과 결승전인 Championship Game을 벌이게 되고. 이날 하루를 신나게 마감한 게임!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에 Pinnacles 국립 공원 동쪽 입구에 도착. High Peaks to Bear Gulch Loop을 하이킹하기 위해서다. 메인 파킹랏은 이미 차들로 꽉 차서, 조금 운전해 내려가 길 옆에 위치한 작은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을 시작하다. 하이킹 초반에 곁길을 택해 Bear Gulch Cave와 Reservoir에도 들렀다. 깜깜한 동굴 안을 지나 가파르게 난 계단들을 따라 오르다. 간간이 작은 폭포들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계단이 끝나는 곳에 이르니 갑자기 눈 앞에 푸른 호수의 모습이 펼쳐졌다. 바로 Bear Gulch Reservoir! 이곳에 이르는 사람들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했고.









이곳에는 rock climbing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가운데 바위 꼭대기에 보이는 
두 rock climber의 모습.

Bear Gulch Reservoir


사진 오른쪽 위쪽 바위 정상에 rock climber의 모습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확대한 모습. 



이곳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속해서 산행을 하다. Trail을 따라 한쪽으로 펼쳐지는 바위산들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한시간 반쯤 지나 한 산등성이에 이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서 휴식을 취하면서 360도를 둘러 내려다 보이는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High Peaks로 가는 길은 등산로가 좁아지고 가팔라진다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었다. 과연 어떤 곳은 커다란 바위 아래로 아주 좁은 길이 나있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커다란 바위 위에 발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홈을 파 놓은 곳도 있었다. 대개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붙잡고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마지막의 가파른 바위는 난간을 잡고 내려오는데도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난간을 붙잡고 내려오면서도
무서워서 다리가 '조금' 떨렸던 곳.

능선 위로 달이 떠 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 다리가 뻐근해 오면서, 운동을 많이 했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통증이 느껴졌다. 덕분에 다음 날 앉거나 일어날 때, 그리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신음 소리를 내며 고생 좀 했고.

다음 날은 이곳 국립 공원 서쪽 입구로 들어가 Balconies Cave Trail을 하이킹하러 가다. 전혀 빛이 들지 않아서 flash light이 꼭 필요한 이 동굴은, 단층에 의해 생긴 협곡에 지진 등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굴러들어가 쌓이면서 생긴 talus cave. 따라서 이 동굴을 지나기 위해선 크고 작은 바위들을 오르내리며 그 사이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동굴 입구에서 거의 수직으로 몇 개의 큰 바위들을 딛고 내려가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바로 시작되었다. 손전등을 비춰 보니 큰 바위들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길. 전날의 하이킹으로 뻣뻣해진 다리로는 무리겠다 싶어 포기하고 동굴 밖으로 나오다. 대신 Balconies Cliffs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 한쪽으로 펼쳐지는 계곡과 바위산 능선의 모습을 즐기면서. 어느 정도 경사가 진 길을 따라 거의 1마일을 걸으니 동굴의 다른 쪽 입구에 다다랐다. 그곳서 다시 동굴에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던 길로 돌아오다.


동굴로 가는 길.
햇볕이 들지 않는 한 바위 벽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Balconies Cave 입구의 gate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울려
동굴을 이루고 있는 이곳.

Balconies Cliffs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한 후
동굴의 다른 쪽 입구에 이르러 동굴 안을 살펴보았다.
사진의 왼쪽 가운데에 보이는 틈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이곳서 하이킹을 마치고 다시 Paso로 향했다. 다운타운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전날 문을 닫아 둘러보지 못한 Pear Valley Winery를 찾았다. 건물 안팎을 예쁘게 꾸며놓은 곳. 작은 파티를 할 수 있는 banquet room도 있었고,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결혼식 등의 이벤트를 가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Pear Valley Winery




이곳에서 온천을 하기 위해 시간제로 private hot tub을 사용할 수 있는 한 spa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모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이곳서 멀지 않은 다른 한 곳도 전화로 체크해 보았지만 마찬가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날 밤 묵기로 계획한 Santa Maria를 향해 출발하다.

다음 날은 아침 식사 후 Santa Maria를 떠나 Santa Barbara wine country로 향하다. 가는 길에 Danish village인 Solvang에 들러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내가 처음 미국에 오던 해 San Francisco에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곳. 그땐 모든 게 신기하고 '환상적'으로 보였었는데. 인형 가게에서 사진 찍던 기억도 나고, 동화 작가 앤더슨 (혹은 내가 어릴 때 발음했던 대로 '안델센') 뮤지엄도 기억나고. 많은 해가 지나 다시 찾은 이곳은, 아기자기한 가게들의 모습이 아직도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리고 Danish bakery에서 먹은 pastry들이 정말 맛있었지만, 처음처럼 그렇게 신기하고 신나는 경험은 없었다.

잠시 둘러 본 Santa Barbara의 몇몇 포도원과 winery. 이미 Paso에 매료되었던 때문인지 이곳은 그냥 시큰둥하게 느껴졌다. Santa Barbara에 있는 Stearns Wharf에 들러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오르다.

이번 여행 중 하이킹을 했던 Pinnacles 국립 공원도 좋았지만, 특히  Paso Robles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운전을 하면서 그때 들었던 피아노 연주곡들을 들으며 길 양옆으로 나 있는 포도밭들을 떠올리곤 한다. 가을에 포도 수확철이 되면 꼭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던 이번 겨울 여행과는 아주 많이 다른, 바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수확을 앞두고 무르익은 포도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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