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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23, 2012

Trip to Zion & Bryce Canyon in Utah


지난 5 Nevada에서 금환식(annular eclipse)을 보기 전, Utah주에 있는 Zion & Bryce Canyon을 여행했다. 수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잠깐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 이들 국립공원을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벌써부터 하고 있었지만, LA에서 500마일 가까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 선뜻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이번 금환식과  겸해서 큰 맘 먹고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금환식 4일 전인 수요일(5월 16일) 저녁 집을 출발했다. 밤늦게 California 경계를 넘어 Nevada에 있는 Primm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하루밤을 묵고 이튿날 아침 Zion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오후 2, 3시쯤 Zion에 도착해 셔틀 버스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잠시 하이킹도 했다.





Bryce Canyon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려 계획했기 때문에, 이날 저녁 다시 100마일 가까이 차를 달려 Bryce Canyon 바로 바깥에 있는 Tropic이란 조그만 타운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너, 댓개의 레스토랑, 주유소 하나가 거의 전부인 작은 타운이었다.

금요일 아침, Bryce Canyon National Park에 도착해 우선은 캐년 가장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캐년의 모습을 감상했다. 마치 많은 성들이 밀집해있는 한 도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조각상들이 모여섰는 자연 속의 미술관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곧 이어, Navajo Loop을 따라 걸어내려가서 갖가지 모양의 바위상들을 가까이에서 즐겼다. 군데군데 하얀 구름이 있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바위상들은 위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르게 하나하나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3마일 정도를 걸어 Navajo Loop 하이킹을 마쳤다. 대체로 완만하게 경사가 져 있어서 초보자들도 큰 어려움없이 하이킹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의 중간 쯤에 이르렀을 때 하나, 둘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이킹을 끝낼 때까지 비가 쏟아지지 않다가,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했을 즈음 빗방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간식을 먹기 위해 park 안에 있는 가게 앞에서 버스를 내렸을 때, 이미 쏟아지던 비는 우박으로 변해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게까지 우박을 맞으며 뛰어가는 것이, LA에 살면서는 거의 하기 힘든 경험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느껴졌다. 때로 빗속을 우산 없이 뛰어가던 어릴 때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일단 Tropic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다시 park 근처에 가서 다른 eclipse chaser 부부와 저녁을 먹었다. 10시가 거의 가까왔을 때 저녁을 마치고 park visitor center 근처에서 열리고 있던 star party에 갔다. 해마다 이곳에서 astronomy festival이 열리는데, 올해는 특히 곧 이어 있을 금환식(annular eclipse)과 연계해 일찍 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 지역 astronomical society에 속한 사람들이 천체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과 행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빛 하나 없이 아주 캄캄한 가운데 천체 망원경을 통해 토성(Saturn)과 목성(Jupiter), 성층(star cluster)의 모습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육안으로도 쏟아져내릴 듯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천체 망원경을 통해 행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우주에 떠도는 많은 행성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기도 했다. 모든 것이 극도로 클로즈업 되어 나 개인의 삶으로만 꽉 채워져 있는 내 일상의 모습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zoom out’되는 듯한 느낌. 진부한 표현같지만, 이 우주 안에 내 존재는 하나의 작은 점으로도 나타나기 힘든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은 차로 이곳 park 여러 곳에 위치한 ‘view points’들을 돌아보았다. 나름대로의 특이한 바위 모습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일요일은 금환식이 있는 날. Nevada에서 일식을 보기로 한 계획대로 아침에 이곳 Bryce Canyon을 출발해 Nevada로 향했다. 좀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었다면, 몇군데 다른 곳도 하이킹했었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와 눈에 덮힌 캐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여름과는 또 다른 평온함을 느끼게 할 것 같다.

Wednesday, June 13, 2012

Enjoying My First Annular Eclipse


지난 5 20일에 있었던 annular eclipse (금환식) Nevada에서 보았다. 이곳 LA지역에서는 오직 partial eclipse (부분 일식)만을 볼 수 있었고, 금환식은 Northern California Nevada, Utah, Arizona, New Mexico, Texas 등에서나 보는게 가능했다. 몇달 전부터 계획하고 기대해오던 대로, 일식 며칠 전에 Utah에 있는 Zion Park Bryce Canyon을 여행하고 일요일에 Nevada를 거쳐오면서 일식을 보았다. [*Zion Park Bryce Canyon 여행에 관해서는 별도로 글과 사진을 올릴 계획이다]  

Bryce Canyon을 여행하면서 몇몇 eclipse chaser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이들은 이메일을 통해 일식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일식이 있는 곳에 여행하면서 함께 모여 일식을 보기도 한다. 일식에 대한 컨퍼런스도 몇년에 한번씩 주최한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에서 일식 컨퍼런스가 있었다. 내가 처음 일식 개기 일식(total eclipse)이었다 - 을 본 것이 2008년 중국 서북부 몽고 국경 근처에서였는데, 그때는 중국 정부에서 그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지은 Eclipse City에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일식을 보았다. 그때 많은 eclipse chaser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때에 비하면 이번엔 아주 적은 수의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각기 다른 나라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2008년 개기 일식 때 찍은 사진
중국 서북부에 있는 하미(Hami)’라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북동쪽으로 두세시간을 달려 
몽고 국경에서 50 마일쯤 떨어진 이곳 Eclipse City에서 일식을 보았다
세계 각 곳에서 일식을 보기 위해 중국에 모인 Eclipse Chaser들 (2008년)


육안으로 직접 해를 보면 눈이 상하기 때문에 
반드시 eclipse 안경을 쓰고 보아야 하는데
개중에는 이렇게 재미있게 안경을 만들어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2008년)

 Eclipse Chaser (2008년  

‘Eclipse chaser’하면, 열일 제치고 일식에 미쳐있는’, 그래서 현실 감각도 없고 현실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만나본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일식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오직 일식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않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일식을 보고 곧바로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대개는 일식 전후 며칠 동안 일식이 있을 나라를 여행하면서 관광도 하고 그곳의 문화도 경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 만난 사람들 중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온 한 부부와 저녁을 나누면서 많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남편은 독일 사람이고, 부인은 스페인 사람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부이다. 내 일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항상 다문화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터라 큰 흥미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최근 은퇴한 부인이 오랫 동안 했던 일이 각국의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일이어서, 그녀가 일과 관련해 경험한 일들을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일식이 있었던 일요일. 아침에 Bryce Canyon을 출발해 St. George를 거쳐 이른 오후에 Nevada에 도착했다. 일식이 시작되는 저녁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Valley of Fire라는 주립 공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날씨에 사막 한 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에서 각가지 모양의 바위산들을 구경했다. 이곳의 바위들은 아주 붉은 색을 띠고 있어서, 마치 불같은 햇볕에 익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흥미있게 본 것 중의 하나는, 바위 위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긴 페트로글립(petroglyph)이다. 4천년이 넘게 존재해왔다고 하는데, 동물의 모습도 있고, 사람같아 보이는 모양도 있고, 아기 발모양의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Valley of Fire State Park in Nevada
Valley of Fire State Park in Nevada

Petroglyphs (Valley of Fire State Park in Nevada)

주립 공원을 둘러본 후 일식을 보려고 미리 예정해 놓은 곳 - Freeway 15번 바로 옆의 사막 한가운데 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있는 사람을 하나 볼 수 있었다. 그곳 시간으로 5시 반이 거의 가까워 일식이 시작되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도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조금씩조금씩 태양을 가려가던 달이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왔고, 달 가장자리에 조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양이 가는 반지 모양의 ‘Ring of Fire’를 연출했을 때 일식은 절정에 달했다.

돌 위에 들고 있는 채칼 틈으로 
일식이 진행되고 있는 해의 이미지가 비쳐지고 있다

일식이 진행되어 해의 많은 부분을 달이 가리고 있다
Las Vegas에서 북동쪽으로 50마일쯤 떨어진 이곳
15 freeway 바로 옆 사막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일식을 지켜 보았다
금환식의 절정인 ‘Ring of Fire.’ 
달이 태양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다
(이 사진은 Kevin Kawai가 찍은 것
Kevin Texas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개기 일식을 보았을 때는, 구름이 낀 하늘을 피하려 일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떼를 지어 우왕좌왕하느라 차분히 한곳에서 일식을 즐기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그렇게 대단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금환식은 아주 좋은 날씨 속에서 한곳에 차분히 자리를 잡고 그 과정 전체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올 11월 호주에서 있을 개기 일식을 보기 위해 또 많은 eclipse chaser들이 그곳을 찾을 것이다. 난 아직 chaser와는 거리가 먼, 그저 기회가 되면 즐기는 정도의 ‘Eclipse Appreciator’일 뿐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큰 관심을 갖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식의 현장을 찾아다니는 이들의 특이한 문화를 또 한번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은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