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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31, 2017

캘리포니아의 봄 (1) - Palos Verdes를 하이킹 하며 맘껏 느끼다

이곳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때로 그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다. 캘리포니아에 이사오기 전까지 살았던 곳들 - 서울, 콜럼버스(오하이오), 뉴욕 - 모두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마다 뚜렷한 색깔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곳이어서, 생활 속에 묻혀 살다가도 문득 계절의 변화에 신선한 충격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곳 LA는 일년중 기온의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고, 우기인 겨울을 제외하면 매일매일 햇빛나는 날씨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라, '계절'이라는 말 자체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또한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계절과 일년 중 시기에 대한 연결이 잘 맞지 않는 경험도 자주 한다. 가을에는 그저 푸르기만 하다가 1, 2월이 되어야 붉은 빛으로 바뀌며 낙엽이 지는 나무들을 본 적도 있고, 한겨울임에도 가로수에 '봄꽃'이 핀 것을 볼 때도 있다.

오하이오에 살면서 보았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 나무가지에 얼음꽃이 핀 것을 처음 보았던 것도 오하이오에서였다.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덮는 까만 구름과 함께,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쏟아붓던 그곳의 여름. 그리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등으로 내 오감을 '현란하게' 자극했던 서울의 봄. 

이렇듯 '정열적이고 화끈한' 각 계절마다의 기억들이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많이 희석되고 무디어졌다. 여름이 끝나나 싶게 조금 선선한 날씨를 보이다가 다시 곧 한여름의 날씨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한겨울에도 떄로는 짧은 소매의 웃옷이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날씨 덕분에 주변의 자연 환경도 거의 일년 내내 비슷한 색깔과 비슷한 내음-- 한마디로, 뚜렷한 계절의 변화를 겪으며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거의 잊으며 살고 있다.   

그런 '밋밋함'에서 잠깐 벗어나 '봄'을 맘껏 느낄 수 있었던 지난 일요일(3월 26일) 오후의 Palos Verdes 하이킹. 사계절의 변화를 그리워하던 만큼, 커다란 반가움으로 내게 다가왔던. 지난 겨울, 예년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린 덕분에 무성하게 자란 푸른 관목들과, 언덕 위에서 시작해 바다로 향해 이어져내린 노란 꽃들의 융단. 전혀 예상을 안하고 이곳을 찾은 내게, 모처럼 '아-!'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