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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23, 2011

드디어 fried green tomato를 먹어보다

지난 주 Atlanta에 출장을 갔던 길에 일을 마치고 이곳서 65마일쯤 떨어진 조그만 마을 Juliette에 있는 Whistle Stop Café라는 곳을 찾아갔다. 이 까페는 영화 ’Fried Green Tomatoes’에서 주인공인 Idgie Ruth가 함께 운영했던 식당으로 쓰여졌다. 영화의 적지 않은 부분이 이 까페에서 촬영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조그만 마을에 가기 위해 70마일 가까이 되는 거리를 운전해 갈 만큼 영화 Fried Green Tomatoes는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었다. 특히 극중의 두 주요 인물인 Idgie Ruth의 우정은 영화를 본 후 아주 오랫동안 내 가슴에 남아 있었다. (Ruth Idgie의 오빠의 여자친구였다. 남달리 따르던 오빠가 사고로 기차에 치여 죽고 난 후 깊은 상심에 빠진 Idgie를 도와주기 위해 Ruth가 손을 내밀게 되고,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고 서로를 알게 되면서 좋은 친구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Juliette으로 가는 길은 길 양옆에 키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시골길이었다. LA에 살면서 건조한 풍경만 보다가 푸른 숲 사이를 운전하는 것이 참 상쾌하게 느껴졌다. 오래전 오하이오에서 공부할 때 틈틈이 콜럼버스 주변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기분을 기억하게 했다.


아무 것도 없는 들판 한가운데 Whistle Stop Café와 서너군데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었다. 이 영화 덕분으로 이 외딴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이었다. 까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서빙을 하는 종업원의 첫 인사도, ‘You must have loved the movie, huh?’였다. 그리고 내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많은 곳으로부터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Appetizer 중에 fried green tomatoes를 주문했다. 말 그대로, 녹색 토마토를 썰어서 얇게 옷을 입혀 기름에 지져낸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때 튀김집에 가서 먹던 감자 튀김이나 고구마 튀김과 비슷한 것으로 단지 감자 대신 둥글게 썬 토마토를 주요리로 썼다. 처음 한 조각을 베어물었다. 맛은, 조금 덜익어서 서걱서걱한 토마토를 튀김옷과 함께 먹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그런대로 맛있게 여섯 조각을 다 먹었다.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음식,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음식을 드디어 먹어봤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주요리를 건너 뛰고 바로 디저트로 peach cobbler를 시켜 먹고 까페를 나왔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주변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유명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그냥 조그만 마을 가운데 상점 몇개가 모여있는 것에 불과한 이곳. 셀폰 서비스도 들어와있지 않은 외딴 곳. 그나마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과연 몇사람이나 이 마을을 찾게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이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