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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20, 2015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올해 읽은 책 중에 'Babel No More'라는 책이 있다. Michael Erard가 쓴 이 책은 그 부제 'The search for 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language learners'가 말하듯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구사하기로 알려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예를 들면, 그의 책 전반부에 소개된 Giuseppe Mezzofanti라는 이탤리 사람은 적어도 30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1,700년대 말부터 1,800년대에 살았던 그에 관한 기록과 인터뷰를 통해 그러한 구전 사실이 얼마나 믿을만한 것인지, 과연 그가 그 각각의 언어를 얼마나 자유롭게 구사했는지에 관한 그의 조사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세계 각곳에서 polyglot (수개 국어를 쓰는 사람)으로 알려진 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조사해 과연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 방식을 배운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사물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처럼 내가 처음 접한 외국어는 영어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대학 1학년 때까지 영어 클래스를 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영어를 공부했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그 언어에 반영되어 있는 새로운 문화를 배운다는 것이 더 할 수 없이 신나고 흥미로운 것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신남'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은 미국에 온 첫 해 잠시 adult school에 다니면서다. 오하이오에 공부하러 떠나기 전 몇 달간 집근처의 학교에서 영어 회화 수업을 들었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한 여자 선생님의 클래스. 조르단, 멕시코를 비롯한 몇몇 다른 나라에서 온 대, 여섯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작은 클래스였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들 간에 공통된 언어는 오직 영어뿐. 아직 서툰 영어지만 서로에 대해 알고 싶은 호기심으로 열심히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난다.

제 2 외국어로 공부한 불어를 배울 때는 또 다른 경험을 했다. 한국서 고등학교 1학년때와 대학 1학년때 총 2년 동안 불어를 공부했는데, 불어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곧 이 언어에 대한 관심과 프랑스 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재미있게 불어를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관심은 대학 졸업 후에도 경복궁 맞은 편에 있던 프랑스 문화원에 가서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에 이민온 후 오하이오에서 공부하면서도 프랑스 영화를 열심히 보았던 기억도 있고, 그 후 뉴욕에 살았을 때는 직장 근처에 있던 Alliance Française의 회원으로 가입해 일주에 한번씩 상영하는 프랑스 영화를 보러가기도 했다. 켈리포니아에 돌아와서는 인터넷 동호인 그룹인 'meetup.com'의 불어 그룹에 가입하면서 또 다시 불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몇 년 전에는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불어 수업을 듣기도 했다.  

제 3 외국어인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일본에 2주간 여행을 다녀온 후.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상태로 일본을 여행하면서 일본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다. 그래서 그 해 가을 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기초 일본어 수업을 들었는데, 일본인 여자 선생님이 차근차근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 후 기초 회화 클래스를 듣기도 하고, 일본어 meetup 그룹을 조직해서 한동안 일본어를 연습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제 4 외국어인 스페인어는 정말 오랫동안 배우고 싶어하던 언어. LA에 살면서 생활 전반에서 아주 쉽게, 자주 접하게 되는 언어다. 맘만 먹으면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위에 얼마든지 있고. 이런 기회를 외면하고 산다는 걸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지난 해 여름 학기 동안 커뮤니티 칼리지의 단기 스페인어 클래스에 수강 신청을 했다. 보통 16주에 끝내는 과정을 8주 동안에 커버하는 클래스였다. 그만큼 매일매일 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았고. 그래서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주 재미있게 8주간의 수업을 마쳤고. 운전하면서 보는 대형 사인이나 길 이름, 지역 이름, 음식 이름 등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된 것도 좋았고, 흔히 듣게 되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문득문득 아는 단어와 표현들을 접하게 될 때 많이 반갑기도 했다.  

내 경험에 비추어, 외국어를 빨리 매스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얼마나 동기 부여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 그 언어가 더욱 큰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더욱 빨리 그 언어를 배우려는 동기가 강해진다고 하겠다. 내 경우를 보면, 외국에서 온 친구들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 바램에서 더욱 열심히 공통의 언어인 영어를 공부하기도 했고, 특히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을 보다 잘 이해하고 그들과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에서 영어 공부에 전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불어의 경우에는, 프랑스 문화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대학 졸업 후에도 꾸준히 이 언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앞에서 말한 '더 큰 욕구'라는 것이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의 욕구라고도 할 수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 그 언어가 '사용중'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동기 부여와 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에 사는 것이, 특히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이곳 LA에 사는 것이 외국어를 배우는 데 큰 장점을 갖는다고 하겠다. 불어가 되었든, 일어가 되었든, 스페인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리 어렵지 않게 native speaker들을 찾을 수 있고 그들과 살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큰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그들과 '실전'에서 부딪쳐가며 끊임없는 실수와 '쪽팔림'('embarrassment'를 한국말로 옮기는데 이보다 더 생생한 표현이 없는 것 같다)을 경험하면서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려는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다. 무슨 언어든 그 언어를 빨리 매스터하기 위해선 가능한 한 많이 그 언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대개의 경우 그런 상황을 가능하면 피하려 하는 것이 우리의 자연스런 반응임을 생각하면, 외국어를 매스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른 해에 비해서 올해는 외국어를 공부하는데 많이 게을렀던 해였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외국어를 늘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많이 실천을 못했던 것 같다. 새해 계획을 세울 때 항상 빼놓치 않는 것 중의 하나가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자는 것인데, 굳이 내년이 시작되기를 기다릴 것 없이 오늘부터라도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할애해서 매일매일 외국어를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나가자 생각한다. 그렇게 공부한 것들을 실제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사용하는 기회도 갖고. 내 일생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언어들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은 꿈. 그 꿈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할 때는 바로 오늘.   

Monday, November 9, 2015

Potato Chip Rock hike

하이킹을 좋아하면서도 한동안 하이킹할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날씨가 더웠던 탓도 있고, 이런저런 계획들 속에 묻혀 top priority로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도 있고. 그러던 중 지난 토요일에 모처럼 기억에 남는 하이킹을 했다. 샌디에고 카운티 Poway에 있는 Potato Chip Rock을 하이킹한 것.

그 전날인 금요일 오후 Carlsbad에 가서 하루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25마일 떨어진 Lake Poway로 향하다. 호수 바로 옆 파킹랏에 도착해 호수를 끼고 하이킹을 시작. 탁 트인 호수의 모습이 시원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감자칩처럼 생긴 얇다란 바위의 모습으로 잘 알려진 이곳 Potato Chip Rock에 가기 위해 Mt. Woodson trail을 따라 약 4마일 가까이 되는 길을 꾸준히 걸어 올라갔다. 2,000 피트 넘는 높이를 올라가야 하니까 쉽지는 않은 하이킹. 가는 길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을 가득하게 덮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동물 모양을 비롯해 재미있게 생긴 바위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어서 오르는 길에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높이를 더해 가면서 산을 둘러싼 주변의 경치에 여러 번 탄성을 터뜨리다. 특히 정상에 거의 올라갔을 때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멕시코의 몇몇 작은 섬들의 모습이 아주 환상적이었다.


산을 오르는 길에 여러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볼 수 있었다







멀리 멕시코의 작은 섬들이 보인다




드디어 그 유명한 Potato Chip Rock이 보이는 곳에 이르다.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바위에 도착해보니 멀리서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도 기다려서 사진을 찍어야지 생각했다가 줄이 줄어드는 속도를 재어 보니 한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그냥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다.

하도 얇아서 언제라도 부러질 듯이 내민 조각난 바위 위에 때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함께 올라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갖가지 요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고. 주변에서 바위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던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재미있는 포즈들.






포테이토 칩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30분 가까이 이곳 바위 주변을 돌며 멀리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즐기고,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산을 내려왔다. 총 8마일 가까이 되는 거리로, 하이킹을 거의 다 마칠 즈음엔 다리가 뻐근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좋은 통증. 11월임에도 아직 덥게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군데군데 날려져있는 구름의 모습도 '예술적'이었고. 아주 만족스러운 하이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