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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rch 30, 2022

Yellowstone 국립공원과 Grand Teton 국립공원 여행

(*지난 1년 가까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이야기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막상 글을 써서 올리는 일에 힘을 기울이지 못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팬데믹을 지나면서 겪는 'languishing'의 증상이었을까. 이제야 지난 해 여행 기록들을 시작으로 다시 글을 올리려 한다. 그 첫번째 글을 지난해 (2021년) 여름 찾았던 Yellowstone 국립 공원 여행 기록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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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휴가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Yellowstone 국립 공원이 후보에 오르곤 했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춥단 이유로, 혹은 너무 멀단 이유로 (집에서 편도 천 마일이 조금 넘는 거리) 그동안 다른 여행지에 밀려왔었는데, 지난해 여름 방학에 드디어 이곳을 차로 여행했다! 11박 12일에 걸친 대장정! Las Vegas와 St. George를 거쳐 Salt Lake City에서도 시간을 보내고, Sundance 영화제로 잘 알려진 Park City에도 들렀다. 11박 중에서 다섯 밤을 캠핑했는데, Grand Teton 국립공원에서 하루밤, 그리고 Yellowstone 국립공원에서 네 밤을 묵었다. 이번 여행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와이오밍, 몬태나, 그리고 아이다호까지 여러 개의 주들을 거쳤다.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 더욱 설렜고.

(2021년) 8월 9일 아침 LA를 출발해 하루 종일 차를 달리다. 유타주 St. George까지는 전에 몇번 차로 여행한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15번 프리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면서는 처음으로 유타주의 다른 곳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유타주 Beaver라는 작은 마을에서 첫날밤을 묵고, 이튿날은 Salt Lake City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몰몬교의 성지로 알려져 있는 Temple Square도 찾고, 유타주의 수도인 이곳에 있는 주정부 건물들도 돌아보았다.

오후 늦게 Park City로 향하다. 해마다 1월에 Sundance Film Festival이 열리는 이곳 Park City는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내겐 특별한 곳이다. 아직 한번도 이곳 영화제에 올 기회는 없었지만, 해마다 이 영화제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였다. 스키 리조트들이 있는 이곳의 모습은 첫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제가 아니라도, 한겨울 온통 흰눈으로 뒤덮일 이곳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잠시 Park City에서 시간을 보내고 계속 차를 달려 와이오밍주 Evanston에 도착. 이곳서 하루 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바로 이곳을 출발해 점심 때쯤 와이오밍주 Jackson에 도착했다. Grand Teton 국립 공원 바로 바깥에 있는 이 도시는 내 예상과는 달리 아주 트렌디했다. 멋진 레스토랑들과 까페,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줄지어 섰는 도시의 중심.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고 있는 한 프렌치 베이커리에서 점심을 먹다. 이곳은 샌드위치도 좋았지만, 특히 크로와상들이 정말 맛있었다.   

식사 후 바로 Grand Teton 국립 공원으로 향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인 Grand Teton에 도착! 월요일 아침 집을 출발한지 이틀 반만에 이곳에 온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언제 한번 가자'고 별러오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고!

이날 오후에 Jenny Lake과 Jackson Lake 등을 둘러보고 바로 Lizard Creek 캠프장으로 향하다. 조용하고, 편의 시설도 잘 되어있어 마음에 들었고. 여행 출발 1주일쯤 전에 가까스로 예약한 곳.  




다음 날 아침엔 보트를 타고 Jenny Lake을 가로질러 Hidden Falls를 하이킹하러 갔다. Grand Teton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 폭포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오고가는 길에 하이킹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오후 늦게 Grand Teton 국립공원을 떠나 바로 북쪽에 있는 Yellowstone 국립공원에 도착하다. 공원 남쪽 입구를 들어선 후 한동안 차를 달려 이날 밤 묵기로 예약되어 있는 Grant Village 캠핑장에 도착. 이곳도 여행 1주일 전쯤에 하나 남은 곳을 가까스로 예약한 곳. 예약할 때 캠프사잇을 결정하는게 아니라, 캠프장에 도착해서 visitor center에서 지정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는 Loop D에 있는 사잇을 지정받았고. 이 캠프장은 사잇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밤 늦게 도착한 옆 사잇의 텐트가 우리 텐트에서 아주 가까웠다. (이틀 뒤 다시 이곳 캠프장에 돌아와 지정받은 Loop J의 캠프사잇은 이곳과는 달리 캠프 사잇들이 거리를 두고 있었고, 여러모로 훨씬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캠프장 바로 북쪽에 위치한 West Thumb을 찾았다. 이곳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큰 옐로스톤 호수 남서쪽에 위치한 곳. 바로 옆에 설치된 boardwalk을 따라 걸으며 바로 눈앞에 보이는 크고 작은 여러 thermal pool들을 둘러보았다. 몇몇 곳은 연하늘색의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깊은 pool들이 아주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고. 







점심 때가 가까워 이곳 Yellowstone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 Old Faithful을 찾았다. 이곳은 약 90분 간격으로 뜨거운 물을 분출하는 간헐천이다. 이곳 외에도 간헐천들이 많이 있지만, 이곳은 그 중에서 가장 규칙적으로 분출이 일어나고 있어서 예상 시간을 맞춰서 가면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대분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날은 '간발의 차이'로 분출을 놓쳐서 다른 날에 다시 오기로 하고 공원의 서쪽 출구를 향해 출발했다. 이틀 동안 공원 바깥에서 지내면서 다른 일을 보고, 이틀 뒤인 일요일 아침에 다시 공원으로 돌아올 계획으로.

가는 길에 Midway Geyser Basin에 들렀다. 이곳에선 규모가 큰 thermal pool들을 볼 수 있었다. 










공원 서쪽 출구를 통해 공원을 나서니 바로 West Yellowstone이라는 타운이다.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는. 서부 영화 세트장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일년 중 오직 몇달간 (아주 오랫동안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까닭에) 방문객들이 몰리는 시즌에만 성시를 이룰 이곳 타운. 그래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이틀 뒤인 일요일 아침 (8월 15일). 이틀 전에 지나쳤던 서쪽 입구를 통해 다시 공원에 들어오다. 가장 먼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 Old Faithful을 보러가다. 미리 예상 분출 시간을 체크해 놓은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분출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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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Faithful 근처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Upper Geyser Basin에 있는 다른 간헐천들을 보러 갔다. 다른 간헐천들은 분출이 Old faithful  만큼 규칙적이지 않아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게 보통인데, 다행히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Daisy Geyser의 분출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의 분출을 기다리면서 바로 옆에 한국인 가족이 있어 반가움으로 말을 건넸다. 뉴저지에서 이곳까지 휴가를 왔단다. 

이곳 주변에 위치한 다른 thermal pool들도 둘러보다. 연녹색을 한 곳도 있고, 연한 하늘색을 띠고 있는 곳도 있고. 수면 아래로 보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웅덩이들.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에 계속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이곳 옐로스톤 국립 공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난 이곳 thermal pool들을 꼽을 것 같다.





8월 16일 월요일. Grant Village 북쪽으로 차를 달려 옐로스톤의 Grand Canyon이라 알려진 곳을 찾았다. 애리조나에 있는 '원조' 그랜드 캐년을 여행하기 전이라면 이곳의 모습에 감탄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그곳의 협곡 바닥까지 하이킹한 적이 있는 우리에겐 이곳은 '그저 그렇네~' 정도의 감흥 밖엔 얻지 못했다. 

이날 오후엔 다시 공원의 서쪽 입구 근처에 위치한 Lower Geyser Basin을 찾았다. 바로 전날 왔었던  Upper Geyser Basin의 바로 북쪽에 있다. 









8월 17일 화요일. 이 날은 공원 북쪽 입구 근처까지 차를 달려 이 공원의 본부가 있는 지역을 찾았다. 미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1872년)된 이곳의 초기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여행하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Visitor Center에는 그동안 이곳 공원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사진과 글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공원 본부가 있는 지역을 떠나 남쪽으로 운전해 내려오면서 들른 Mammoth Hot Springs. 이 공원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지형들이 눈길을 끌었다. 










Mammoth Hot Springs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공원  중간쯤에 위치한  Norris를 찾았다. 크고 작은 간헐천들 사이로 나무판자가 깔린 산책로가 나 있어서 이들 간헐천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중간쯤 갔을 때 천둥번개가 치면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해, 모처럼 우산 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꿈속같아 보이는 주변의 모습들을 감상하다.


















옐로스톤 국립 공원을 떠나는 8월 18일 아침. 텐트를 걷을 때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퍼붓는 비로 변했다. 공원 남쪽 출구를 통해 Jackson으로 향하는 동안 비와 구름과 안개로 시야가 많이 제한되었고. 오는 길에 잠시 들렀던 이곳 Jackson의 한 식당 테라스에서 아침을 먹으며 내리는 비를 감상하다.  





그렇게 삼일 동안 계속해서 집을 향해 차를 달리다. 하루는 Salt Lake City 바로 바깥에서 묵고, 또 하루는 라스 베가스에서 묵고. 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하루밤 묵었던 유타 주 Beaver라는 타운을 지나면서 길거리 대형 사인에서 creamery를 보았던 것을 기억하고 들르기도 했다. 이곳은 갖가지 향의 아이스크림과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들과 과일 잼 등등의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몇 년전 오레곤에 갔을 때 찾았던 Tillamook Cheese Factory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8월 20일 저녁 드디어 집에 도착! 8월 9일 아침에 여행을 시작한지 11박 12일만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국립공원답게 정말 볼 것도 많고, 그냥 차를 달리면서 창밖으로 내다본 들판의 모습조차도 아주 아름다웠던 곳으로 기억에 남는다. 4일 동안 묵었던 캠핑장 가까이에 있는 옐로스톤 호수의 모습도 아주 멋졌고. 특히 이른 아침 안개에 싸인 호수의 모습은 꿈을 꾸듯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