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ska 여행 (Washington주와 Oregon주를 거쳐)

7월 14일부터 27일까지 두 주 간에 걸친 여행. 처음 한 주는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를 여행하고, 그리고 또 한 주는 크루즈로 알래스카를 여행했다.

시에틀 공항에 도착한 첫 날, 시에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Rattlesnake Lake을 찾아 Rattlesnake Ridge에 등산. 왕복 4마일의 짧은 하이킹이었지만 울창한 숲길을 따라 난 hiking trail을 걸으며 LA에서와는 또 따른 상쾌함을 경험했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호수의 모습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넓은 평원. 그리고 그 평원을 둘러싼 산들의 모습. 정말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Rattlesnake Ridge로 오르는 길

Rattlesnake Ridge - 눈앞으로 펼쳐진 평원

Rattlesnake Ridge에서 내려다본 호수

다음날 아침, 시에틀에서 170마일 정도 떨어진 Cape Disappointment로 향하다. 컬럼비아강과 태평양이 만나는 곳, 그리고 컬럼비아강을 사이에 두고 오레곤주를 마주하고 있는 곳이다. Long Beach라 불리는 해변가 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Cape Disappointment State Park을 찾았다. 그 이름과는 대조적으로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던' 곳. 자그마한 park이지만 두 곳에 등대가 있고, 나무들로 덮인 hiking trail과 절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협만, 그리고 사람을 전혀 볼 수 없는 자그마한 beach의 모습. 자연의 한 가운데 와있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해변 한쪽으로 길게 난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모래바람과도 맞서야 했다. 

Cape Disappointment State Park, Washington

Cape Disappointment State Park

Cape Disappointment State Park

Cape Disappointment State Park에 있는 등대

이튿날은 Long Beach 주변의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았다. cranberry를 키우고 있는 곳에도 가고 -아직 이른 철이라 아주 작은 열매가 열렸을 뿐인-, Oysterville도 찾았다. 근처에 있는 marina에서는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과 이른 아침부터 고기잡이를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오후에 해변 도로를 타고 오레곤주 Portland를 향해 떠나다.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정박해 있는 marina

이렇게 완전한 모양을 갖춘 모래성을 보기는 처음.

새벽 4시부터 낮 2시까지 문을 연다는 간이 식당. 
이른 아침 고기잡이 나가는 어부들을 위한 곳인 듯.

Cranberry field: 몇달 후 수확기가 되면 
크렌베리 열매들로 붉게 뒤덮이게 되겠지만,
아직은 이른 철이라 조금 붉은 기운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Cape Disappointment 근처의 Long Beach boardwalk

떼지어 날고 있는 펠리칸들

Shipwreck in Fort Stevens State Park, Oregon:
오래전 난파한 배의 잔해들을 볼 수 있다

오레곤과 워싱턴주를 잇는 다리

Portland에서는 주로 친지들을 찾아 시간을 보내다. 시내에 접해 있는 Forest Park에서 잠시 하이킹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작은 산/언덕들이 계속되는 꽤 큰 park이었다. 도심과 접한 곳에 이처럼 자연의 한 가운데 온 것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 있다는 게 한편으론 참 부럽게 느껴졌다.

하이킹을 마치고 Portland의 명소 중 하나로 알려져있는  Voodoo Doughnut 가게를 찾았다. 건강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에선 도넛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데, 이곳은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한 10분을 기다려 드디어 가게 안에 들어가 진열장에 전시된 각가지 도넛들을 구경하다. 베이컨 말이 도넛도 있고, 갖가지 시리얼로 뒤덮인 도넛도 있고, mango, berry 도넛 등, 흔히 도넛 가게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다양한 종류의 도넛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가게가 성공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성적인 이미지와 도넛을 메치 시킨 마케팅 전략이 아닌가 한다. 물론 맛도 좋았다.

Voodoo Doughnut shop in Portland, Oregon

Voodoo Doughnut shop

7월 20일 토요일 오후, 시에틀서 알래스카로 떠나는 크루즈에 오르다. 주변에 크루즈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드물지 않게 들어왔지만, 정작 내가 크루즈 여행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배의 규모에 대해서도 미리부터 알고 있었지만, 웬만큼 큰 호텔보다도 더 커보이는 배를 눈앞에 보니 그 규모가 놀라웠다. 10층에 위치한 방도 생각만큼 작지 않았고, 무엇보다 널찍한 발코니가 맘에 들었다. 항해하는 동안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을 실컷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토요일 오후 시에틀을 떠난 배가 월요일 오전 늦게 알래스카Juneau에 닿기 까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된 항해. 이렇게 오랜 시간 항해를 하기는 처음이라, 그 큰 규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흔들거림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특히 밤에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에는 그 흔들거림이 더 뚜렷하게 느껴져 첫날은 잠을 설치기도 했다.

첫 기항지인 Juneau, 그리고 Skagway, 그 다음엔 Glacier Bay를 돌아보고, 알래스카의 마지막 기항지인 Ketchikan에 머무는 동안 주로 하이킹과 다운타운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항구 주변에 줄지어섰는 기념품 가게들. 특히 Juneau에선 여러군데 bar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 촬영을 위해 임시로 설치해놓은 setting을 생각하게도하는, 인위적인 타운의 느낌을 갖게 했다. 여름 한 철 관광 시즌에만 반짝 붐비다가 8월이 지나면 문을 닫는다는 이곳 가게들. 춥고 긴 겨울과 가을, 봄까지도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할 이곳 작은 타운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도. 일년의 거의 대부분을 외부와 거의 격리된 상태에서 지내게 될 이곳 사람들. 

배에선 하루 종일 갖가지 프로그램들을 제공했는데, 특히 내가 즐겼던 것은 한 naturalist의 프레즌테이션이었다.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자라고 저널리스트로 일한 그가 알래스카의 한 섬으로 옮겨와 한동안을 지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래스카의 자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프레즌테이션을 보면서, 이렇듯 인적드문 곳, 문명과 많이 떨어진 곳에서 한동안 살다보면 삶의 priority도 많이 바뀌지않을까 생각했다.      

시에틀 항구를 떠나면서 배에서 본 시에틀 다운타운

내내 구름낀 바다의 모습

첫 기항지 주노(Juneau), Alaska: 
Seattle을 떠난지 40여시간만에 이곳에 도착

Juneau: 바다에 떠있는 빙산의 모습을 드물지않게 볼 수 있다

Juneau: 폭포와 빙하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Juneau: 우연히 마주친 나무 위 호저의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 (혹은 놀란 표정?)

Tram을 타고 올라가 하이킹을 하면서 내려다본 Juneau.
이날 나는 산에서 하이킹을 하는 대신 도시를 둘러보았는데,
나중에 Aaron이 찍은 이 사진들을 보며
이곳에서 하이킹하지 않은 걸 많이 후회했다.
산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과 하이킹 트레일 주변의 모습이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다.

Juneau: 눈과 구름으로 덮인 산등성이의 모습

Juneau

Juneau

Juneau

두번째 기항지 스케그웨이( Skagway), Alaska

Skagway의 관광용 train

Skagway: Icy Lake으로 향하는 hiking trail

하이킹하면서 내려다본 바다와 산의 모습

숲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며, 내 키가 훨씬 넘게 자란
관목들의 커다란 잎사귀들을 보며 신기해하다 

섬들로 둘러싸인 inside passage를 따라 항해하며 즐긴
바다와 산, 그리고 구름의 모습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거의 밤 10시가 가까와 해가 지는 이곳 알래스카.

아주 차분하고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풍경

Glacier Bay

세번째 기항지 케치캔(Ketchikan), Alaska

크루즈 가장 위층에 있는 수영장. 
정작 이곳서 수영할 기회는 갖지 않았지만,
망망대해를 보며 수영하는 것이 상상만으로도 환상적일 듯.

마지막 기항지인 Victoria, Canada.
이곳선 불과 몇시간 동안만 머물고 곧 Seattle을 향해 다시 출발

Victoria, Canada: 이곳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상가옥들

별다른 사전 준비나 조사 없이 이뤄진 이번 알래스카 여행. 게다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크루즈라 어떤 특별한 기대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단편적인 경험담에 근거해 대체적 아이디어만 가지고 배에 올랐었다. 때로는 망망 대해의 수평선만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눈과 얼음으로 덮인 산들을 마주대하면서 계속된 오랜 시간 동안의 항해. 그리고 몇몇 도시에 내려 보낸 시간들.

이제 막 여행에서 돌아와 생각하는 알래스카는, 상류를 향해 끊임없이 오르려하는 붉은색의 연어들,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그런 연어들을 잡아먹는 grizzly bear들의 이미지, 그리고 눈과 얼음을 꼭대기에 이고 있는 산들, 바닷가에 닿아있는 푸른 빙하의 벽, 이런 것들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곳이 될 것이다.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고 있는 연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