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 Post

Thursday, July 9, 2015

Trip to Crater Lake, Wizard Island, Smith Rock State Park, & Cove Palisades SP in Oregon


6월의 마지막 날 아침. 오레건 주에 있는 Crater Lake을 여행하기 위해 LA 공항을 출발하다. Portland 공항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거의 다 되었고. 차로 Crater Lake까지 가는 길에 Cove Palisades State Park과 Smith Rock State Park을 들러가기로 계획하고 첫번째 목적지를 향해 차를 달리다. LA보다 아주 더운 날씨 -화씨 90도가 훨씬 넘는- 임에도, 가는 길에 아직도 눈에 덮여있는 Mt. Hood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눈으로 덮여 있는 Mt. Hood




한참을 가다가 구불거리는 산길로 접어들어 오르락내리락하며 차를 달린 후 Cove Palisades에 도착. 이곳을 관통해 흐르는 Crooked River와 강을 둘러싼 바위벽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Boating을 비롯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


Cove Palisades State Park





이 곳은 그냥 차로 한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첫날을 묵기로 예정한 Redmond로 향했다. 이 도시는 자그마한 타운이지만 그런대로 깔끔한 인상을 주었던 곳. 다운타운에 있는 한 피자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기타를 치며 귀에 익은 팝송들을 노래하던 한 가수의 라이브 뮤직도 나쁘지 않았고, 특이한 향의 맥주도 그런대로 좋았지만, 특히 다양한 종류의 피자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피자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기준의 하나로 삼는 것이 피자빵이 얼마나 맛있는가 하는 것인데, 이곳의 피자빵은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웠다. 

저녁 식사 후, 여행 전 Airbnb를 통해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향하다. 중년의 부부가 사는 집. 자식들은 이제 다 성장해서 다른 도시에 직장을 잡아 떠나고,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한 마리의 조그만 강아지가 식구의 전부. 특히 두 마리의 고양이 중 Junior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아주 사교성이 좋아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친구가 되었다. 

다음 날, 토스트와 커피, 과일들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이집의 여주인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오레건 주 몇몇 도시를 거쳐 이곳에 이사오게 된 얘기와 자녀들 얘기 등등. 얘기하는 동안 내내 Junior가 주위를 맴돌며 관심을 가져주길 원했고.

요즘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Airbnb를 내가 처음 이용한 것은 3, 4년전 한국을 여행했을 때. 잠실에 사는 한 젊은 부부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 가 사는 고층에 위치한 아파트로 창밖으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어서 그 부부와 얘기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깔끔하고 잘 정돈된 그 집에 묵으면서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 후로 미국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몇 번 Airbnb를 통해 숙소를 구했는데, 대체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침 식사 후 바로 이 날의 첫번째 목적지인 Smith Rock State Park으로 향하다. 

Smith Rock 주립 공원 Visitor Center에 도착해 먼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다 - '무릉도원'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던. 절벽 아래로 자그마한 강이 흐르는 아주 평화로운 모습.


Smith Rock State Park




강을 따라 하이킹을 하기로 하고 경사진 길을 내려가 다리를 건너다. 그다지 높낮이의 변화가 없는 등산로. 다행히 여기저기 나무 그늘이 있어서 그다지 덥지는 않았고. 이곳은 rock climbing으로도 잘 알려진 곳. 가는 길에 몇몇 바위 위에서 암벽을 타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Rock climber들의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사슴 한 마리가 강을 건너고 있다







두어시간 정도의 하이킹을 마치고, 가는 길에 Bend라는 도시에 들러 점심을 먹다. 지난 봄 학기 내 클래스의 한 학생이 자신의 홈타운인 이곳을 언급했던 덕분에 내겐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름. 다운타운에 있는 한 Latin restaurant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 강가를 산책하다. 강 이쪽에는 나무들과 푸른 잔디가 덮인 공원이 있어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고, 강 건너편엔 멋진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강 위에 떠다니는 많은 오리들이 단체로 곤두박질을 해 물 속의 먹이를 구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것.


강물 속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오리 두 마리-
Synchronized swimming을 연상시킨다. 


Bend를 떠나 이번 여행의 하이라잇인 Crater Lake으로 향하다. 저녁 다섯 시가 다 되어 Crater Lake National Park에 도착. 화산의 폭발로 생긴 칼데라 호수. 거의 2천 피트가 되는 수심으로,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알려져 있는 곳. 그 깊이로 인해 짙푸른 물색을 띠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 그 '유명한' 호수를 보기 위해 산길로 차를 달리다. 군데군데 아무런 보호벽이 없이 좁은 길옆으로 낭떠러지가 난 곳을 지날 때는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이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 몇 달 전부터 가슴 설레이며 기대해 오던 호수의 푸른 물빛. 탁 트인 호수를 가득 채운 그 푸른 물을 보기 위해 첫 번째 전망대에 도착해 차를 세우다. 바로 눈 앞 전망대에 몇몇 사람의 모습이 보였고.

차에서 내려 30, 40미터를 걸어올라가 드디어 호수로 난 절벽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다--! 언제나 그렇듯이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하게 될 가능성도 그만큼 큰 것. 물론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의 모습은 멋있었지만,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감동'을 기대했던 내게는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호수 주변을 둘러싼 절벽의 웅장한 모습, 호수의 푸른 물빛, 호수 한쪽으로 솟아 있는 Wizard Island의 모습- 분명히 '멋진' 모습이긴 했지만, 아직은 'Awesome!'이란 감탄어가 나올 만큼의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이곳서 며칠을 보내며 여러 곳에서, 각기 다른 시간대에 호수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점차로 이곳의 모습에 감탄하게 되었다).

첫 날인 이날 저녁엔 West Rim Drive를 따라 차를 달리며 호수의 모습을 감상하고, 다음 날 호수의 한 쪽에 있는 섬 Wizard Island로 가는 배의 표를 사기 위해 Crater Lake Lodge로 향하다. 배를 타기 위한 티켓은 하루 전부터 구매가 가능한데, 인터넷 구매가 아니라 직접 매표소에 가서 사야만 한다. 워낙 인기가 있는 곳인데다 우리가 도착한 것이 저녁 6시쯤이라 혹 다음날 표가 매진되었으면 어쩌나 가슴 졸이며 호텔 로비 매표기에 도착. 다음 날 아침 표는 매진되었지만 다행히 낮 표는 많이 남아 있었다. 배에서 내리지 않고 호수를 한바퀴 돌며 관광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중간에 섬에 내려주고 세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게 한 후 다시 픽업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우리는 계획한 대로 섬에 내리는 표를 구입. 신나하며 이곳서 20여마일 떨어진 숙소로 향하다.


Crater Lake National Park에 도착해
처음으로 호수를 보기 위해 차를 세운 곳.
울타리 바로 아래 푸른 호수가 펼쳐진다.


Wizard Island:
화산 분화구에 생긴 이곳 호수 안에 또 하나의 분화구가 있는 곳







이튿 날 아침, Crater Lake Lodge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즐기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자신의 이름과 출신 국가가 적힌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자메이카, 로메니아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종업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식사를 마치고 전날에 오던 West Rim Drive을 되돌아 Cleetwood Cove Trail에 이르다. Wizard Island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다. 배가 출발하는 호수가로 내려가려면 1.1 마일 정도를 걸어내려 가야 한다. 700 피트 아래로. 내려갈 땐 몰라도 다시 이 길을 올라올 때 가파르게 느껴지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안내되어 있었다. 특히 이날은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서 올라오는 길이 더욱 힘들겠다 싶었다.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호수가로 내려가는 길.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게 벤취가 마련되어 있다.







드디어 호수가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도착해 배가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에는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배에 오르다. 40명 가량을 수용하는 작은 배. 선장과 그 옆에 park ranger 한 명이 함께 타고 가면서 가는 길 곳곳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위에서 보는 호수와는 또 다르게 바로 눈 앞에 푸른 호수의 모습을 한껏 즐기다. 올려다보이는 절벽들의 모습도 함께.











한 40분 정도 걸려 Wizard Island에 도착하다. '분화구 안의 분화구'인 이곳 Wizard Summit까지 하이킹을 할 계획으로.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1.1 마일, 760 피트의 오르막길을 하이킹해야 한다.

섬에 도착한 사람들 중에는 호수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쉽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군데군데 나무 그늘이 있어서 생각보다 덥지도 않았고. 하이킹 하면서 옆으로 보이는 호수의 푸른 물과, 나무들과 어울린 풍경들을 많이 즐기다.



Wizard Island:
배가 닿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dock.



섬 정상을 향해 하이킹을 시작하다





3분의 2정도 올라와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준비해온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배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한 부부가 우리를 지나쳐갔다. 배에서 내릴 때 서로에게 한국말을 하던 것을 기억하고,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말을 건넸다. '어머, 한국분이세요?'하고 놀라며 반가워하던 그들과 한동안 서서 얘기를 나누다. 한국에 사는 이들 부부는 지난해 은퇴를 하고 두 달 전부터 차로 미 전역을 여행중이라고 한다. LA에서 시작해 이미 동부까지 갔다가 다시 이곳 서부로 와서 오레건을 여행하고 있다고. 그동안 16,000 마일을 운전했단다. 참 용감하신 분들이란 생각을 하다. 정말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고.

점심을 마치고 마저 남은 길을 올라 정상에 오르다. 말라죽어버린 몇몇 나무들의 모습이 마치 조각들을 전시해 놓은 듯해 인상적이었다. 분화구를 따라 한바퀴 돌며 다른 각도에서 호수의 모습들을 즐기다. 정상에 있는 작은 분화구에는 물이 전혀 고이지 않아 걸어내려갈 수 있었다.

Wizard Summit에서 내려다 본 호수



정상에 있는 분화구

분화구 안으로 걸어내려가 올려다 본 사진.
분화구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산을 내려와 배가 닿는 곳에 오니 먼저 와서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dock에 앉아 호수 물 속에 발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너무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호수가에 거의 닿아있는 이곳이지만 깊이가 거의 30 피트나 된다고 주위의 누군가 얘기했다. 너무나도 맑은 물 속으로 커다란 자갈들이 보여서 그렇게 깊으리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맑고 푸른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려니 풍덩 뛰어들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벌써 몇몇 사람들은 이미 물 속에 뛰어들었고.


하이킹을 마치고 dock에 앉아 배를 기다리는 동안
차가운 호수 물에 발을 담그다.
꽤 깊은 물이라는데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얼마 후 우리를 태우고 갈 배가 도착했다. 이번엔 여자 선장. 스웨덴에서 왔다고 한다. 올 때와 다른 방향으로 호수를 돌아가면서 몇몇 흥미로운 곳에 멈춰서서 ranger의 설명을 들었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Phantom Ship이라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바위 위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호수 위를 떠다니는 나무 토막.
백년이 넘게 이렇게 호수 위를 떠다니고 있다고 한다.




저녁 6시가 거의 다 되어 배에서 내리다. Rim까지 걸어올라가는 길은 내려올 때 보다 힘들었지만, 다행히 그늘이 져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이곳을 떠나는 다음 날 아침엔 East Rim Drive를 따라 운전해 가며 전날에 보았던 것과 다른 시각에서 호수를 즐기다. 전 날 배를 타고 가며 보았던 Phantom Ship을 위에서 보기도 하고.



Phantom Ship











호수의 반쪽을 돌아 Crater Lake National Park을 나서다. 오랫동안 와보고 싶어하던 이곳을 마침내 다녀간다는 뿌듯함으로. 그 깊고 푸른 호수의 물빛을 내 기억에 생생하게 새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