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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December 18, 2016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The Net)' - 인간 존엄성으로 맺어진 깊은 유대가 돋보인 영화

지난 11월 13일, 일요일, Hollywood에서 열린 AFI(American Film Institute)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The Net)'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이날 Chinese Theater의 한 영화관을 거의 가득 채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던.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 해역 경계선 근처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북한 어부 남철우는 자신의 작은 배의 모터가 그물에 걸려 작동을 멈추면서 남한 해역으로 떠내려가게 된다. 그는 즉시 남한 군인들에게 잡히게 되고, 남측 정보요원들에게 간첩의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게 된다. 그가 간첩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이번엔 전향의 권유와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북한에 아내와 딸을 두고 온 그는 한결같이 북한으로 되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결국 북한으로 돌아가게 된다.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엔 북측의 의심을 받고 조사를 받은 후 아내와 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그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한 뒤였고, 결국 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이 영화를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내게 가장 뚜렷하게 다가온 것은 주인공 남철우와 그가 남한의 정보국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비인간적이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 또다른 정보원 오진우와의 인간적인 유대였다. 어떻게 보면 이 두 사람은, 각각의 체제나 이데올로기의 '세뇌'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이 두 사람을 강하게 맺어주고 있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깊은 신념이라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내겐 이 두 사람만이 '그물'에 잡히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사람들로 보여진다.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 남철우가 선택한 행동도 어쩌면, 다시는 그물에 잡히고 싶지 않은 그의 강한 욕구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내가 세번쨰로 본 영화다. 지난 2003년(혹은 2004년) Orange County에 있는 한 극장에서 상영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과 2005년 Pasadena의 한 극장에서 '3-Iron'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빈집'에 이은. 이 두 영화 이후 10년도 넘는 긴 시간 동안 그가 감독으로서 적지 않은 진화를 해왔을 것이지만, 이 영화 '그물'은 특히 강한 메시지로 내게 다가왔다.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제목 '그물'이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을 영화 속에서 음미해 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까닭이다.

*참고로 Hollywood에서 매년 열리는 AFI Film Festival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출품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음의 웹사잇에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www.afi.com/afifest/

Monday, November 28, 2016

Thanksgiving Day Hike in Palos Verdes

이제 내게 거의 '전통'이 된 것 중 하나가 Thanksgiving Day 아침에 하이킹을 하는 것이다. 올해도 역시 그 전통대로 지난 목요일, Thanksgiving Day 아침에 하이킹을 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Palos Verdes에서.

Crenshaw Blvd.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Del Cerro Park 근처 길가에 차를 세웠다. 다소 바람이 부는 맑은 날씨가 조금은 선선하게 느껴졌다. Trailhead에 있는 gate을 지나, 바다가 맞닿는 곳에 위치한 Inspiration Point를 목표로 하이킹을 시작.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Catalina Island의 모습을 즐기다.


그동안 내린 비로 이곳저곳에 푸른 관목들을 볼 수 있었다.
멀리 Catalina Island의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한시간 넘게 걸어 내려와 해안선과 평행으로 나 있는 도로 Palos Verdes Drive에 이르렀다. 처음 계획대로 Inspiration Point까지 갈 생각으로 이 도로를 건너 아래 사진에 보이는 한 trail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길은 Inspiration Point 바로 옆에 위치한 Portugese Point로 향하는 길임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전에 몇 번 가 보았던 Inspiration Point와는 달리 이곳은 처음으로 하이킹한 곳이라 오히려 잘 됐단 생각.




Portugese Point.
길을 잘못들어 처음 계획했던 Inspiration Point 대신
이곳에 이르렀다. 처음 와보는 곳이라
오히려 잘 됐다 생각하며 좋아하다.


Portugese Point에서 서쪽을 향해 내려다 본 해안.
해안선의 끝 위쪽에 Terranea Resort가 보인다.


Portugese Point의 동쪽으로 Inspiration Point가 보인다.
(사진 왼쪽 위에 보이는절벽의 끝).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물의 모습이
'환상적'이었다.

Inspiration Point 뒤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Trump Golf Club의 모습.
(미국 국기가 세워져 있는 곳)







Portugese Point 옆의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계속, 얼마쯤 걸어내려가자 자갈로 덮인 해변에 도착했다. 이곳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모습을 즐겼다.



Portugese Point 옆의 trail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수많은 자갈들로 덮인 해변에서 바다의 모습을 즐기다.




이곳에서부터 하이킹을 시작한 곳까지 걸어올라가는 대신 -한시간은 족히 예상되는-, Uber 서비스를 이용해 차를 세워둔 곳까지 가기로 결정하고 다시 Palos Verdes Dr.까지 걸어올라가다.

두 시간 정도 계속된 이번 하이킹의 묘미는 전에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trail들을 많이 시도했다는 점. 내겐 아주 익숙한 이곳 Palos Verdes지만, 그럼에도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곳의 모든 trail들을 하나하나 시도해 보는 것을 새해 하이킹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해도 좋을 것 같다.

Monday, September 26, 2016

Starting My Happiness Project

지난 달 우연한 기회로 이메일을 주고 받은 사람을 통해 Gretchen Rubin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듣게 되었고, 이 우연은 곧바로 그녀의 책 'The Happiness Project'을 읽는 것으로 이어졌다. 일년 동안 매달 '행복해지기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할 것들'의 목록을 만들고 그 매달마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경험담을 나눈 책이다. 예를 들면 1월에는 'boosting energy'에 초점을 두고 'Go to sleep earlier', 'Exercise better', 'Tackle a nagging task' 등 몇 개의 세부 행동 사항을 만들어 그달의 목표를 달성하려 한 것. 그녀가 세운 월별 목표 중에는 'Make time for friends', 'Pursue a passion', 'Lighten up'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좌충우돌'식의 시행 착오의 기록같은 느낌도 받고, 그녀의 'naive'하고 'insecure'한 모습들을 보게 될 때도 적지 않았지만, 그런 중에도 몇가지 좋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교훈은, 행복해지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 행복해지기 위해 추구하는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와 모습에 따라 그것에 이르기 위한 방법들을 깊이 생각해 보고, 실제로 그 방법들을 실천에 옮기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 노력들에 대한 평가와 그 평가를 바탕으로 한 재 조정의 과정을 거치는 것의 중요성.

많은 자기 계발(self-improvement) 전문가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머리 속의 생각으로만 두지 않고 실제로 글로 써보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생각해 실천해 보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해 왔다. 내 개인적으로도, 한해가 시작될 때마다 '새해의 결심 (New Year's Resolution)' 들을 글로 써보곤 하는데, 당장 그 해에는 이루지 못했다 해도 몇 해가 지난 뒤 그 목록에 있는 많은 것들을 이루게 되는 경험을 드물지 않게 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글로 쓰는 것의 위력'을 증명한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머리 속에 넘나드는 생각들을 정리해 글로 기록해보고, 이 기록들을 때때로 다시 읽으면서 나 자신의 결의를 새롭게 하는 것이 갖는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그녀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중점을 두고 싶은 내 행복 프로젝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들을 실행에 옮기는데 도움이 될 행동의 지침과 지혜들도. 이 프로젝들과 행동 지침들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시간이 지나면서 덧붙이고 삭제하고 다듬는 작업을 거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그 실행과 관련된 글들을 블러그에 올릴 계획이다.

*내 행복 프로젝 실행에 도움이 될 행동 지침과 지혜 모음 - 'The Happiness Project'을 읽으며 메모한 것들과 책을 읽는 중에 영감을 얻어 생각하게 된 것들. 앞으로 계속해서 덧붙여 나가게 될 목록이다:

1. Be in the nature often.
2. What would I do if I weren't scared?
3. Do it now.
4. Less research, more execution.
5. No deposit, no return.
6. Learn the difference between accidental limitations and necessary limitations.
7. Be willing to accept more failure.
8. Do a little bit everyday: Make small efforts consistently.
9. What I do everyday matters: That's how we build good and bad habits.
10. Enjoy now.
11. Be generous - to others and to myself.
12. 80% of success is showing up.
13. Start wherever you are.
14. People succeed in groups.
15. The first thing doesn't have to be the right thing (or the best thing).
16. Act the way I want to feel.


Saturday, September 10, 20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영화는?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내가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금요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방송되는 'Film Week'. 그 주말에 LA에서 새로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들에 대해 두, 세명의 전문 영화 평론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프로다. 운전을 하면서 차 안에서 듣는 경우도 많고, 어디에 있든 잊지 않고 있으면 꼭 들으려 하는 프로그램이다.

새 영화 소개 외에도 새로 개봉되는 영화와 관련해 화제가 되는 인물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매주 마다 다른 주제를 놓고 청취자들의 의견을 듣기도 한다. 어제 들은 프로그램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어 영화'라는 주제로 청취자들과 출연 평론가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한 청취자는 전화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My Life as a Dog'을 꼽았는데, 이 영화는 나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이 질문을 들었을 때 내 머리 속에 몇 개의 영화가 떠올랐다. 내가 생각하기에 모두가 좋은 영화라서 어느 한 영화를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들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My Life as a Dog'을 비롯해 'Since Otar Left', 'The Sea Inside', 'The Second Mother', 'Central Station', 'Gadjo Dilo', 'Ma Vie en Rose', 'Still Walking' 등등, '너무' 좋은 영화들이 '너무' 많이 있다. 영화팬으로선 더없이 행복한 일이고.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가 외국 영화 (이 글에서는 '미국이나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영화'를 의미한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이태리 영화 'Il Postino'와 멕시코 영화 'Like Water for Chocolate'를 보고난 후가 아닌가 한다. 두 영화 모두, 각기 특유의 문화적 체취가 아주 진하게 묻어나는, 내겐 정말 '이국적인' 영화였다. 그러면서도, 두 영화 모두 인간의 가장 중요한 욕구인 'human connection'이라는 주제를 다룬 점에서 쉽게 공감이 가는 영화였다. 지금까지도 내가 외국 영화를 즐겨 보는 이유 역시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그러면서도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 - 'The power of human bond' -를 경험하게 되는 때문이라고 하겠다.

참고로 내 블로그 프로필에 실려 있는 '내가 즐겨본 외국 영화' 목록을 아래 소개한다.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내가 본 수많은 외국 영화 중에서 '엄선한' 영화들이다. 이들 영화 하나하나가 내게는 아주 의미있는 경험이었고 -단지 오락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그래서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은 영화들이다. (이 목록에 있는 거의 모든 영화들을 Amazon.com 등의 streaming service를 통해 볼 수 있다.)

A Separation
Babette's Feast 
Balzac and the Little Chinese Seamstress
Central Station
Chinese Puzzle 
Departures
Gadjo Dilo (The Crazy Stranger) 
Goodbye First Love
Il Postino
In the Mood for Love 
Jules and Jim
Kitchen Stories 
La Vie en Rose 
Like Water for Chocolate 
Ma Vie en Rose
Mostly Martha
My Life as a Dog 
Nowhere in Africa 
Shall We Dance? (Japanese) 
Since Otar Left
Still Walking
Tango
The Beat that My Heart Skipped 
The Lives of Others
The Lunchbox
The Man Without a Past 
The Motorcycle Diaries
The Sea Inside
The Second Mother 
The Syrian Bride
To Be or To Have 
Two Days One Night 
Walk on Water
Welcome
When We Leave

Sunday, September 4, 2016

Trip to Whistler, Joffre Lakes, and Vancouver in Canada

지난 8월 19일부터 27일까지 캐나다 벤쿠버(Vancouver)를 비롯해 위슬러(Whistler), 그리고 그 북쪽에 있는 조프리 레익스(Joffre Lakes)를 여행했다. 벤쿠버는 이전에 여행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위슬러 지역을 위주로 계획을 세웠다. 2010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이곳은 스키 리조트로 유명하지만, 여름철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금요일인 19일 저녁 워싱턴주 시에틀 공항에 도착. 바로 자동차를 렌트해 160마일 가까이 떨어진 벤쿠버로 향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넘는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날은 이미 저물어 어두워졌고.


시에틀에서 벤쿠버를 향해 달리다

이튿날 오전엔 벤쿠버 English Bay에 접해 있는 Kitsilano Beach Park을 산책했다. 바로 바다 옆에 널찍한 수영장도 있어서 주말 하루를 보내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주변의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면서 무척 여유롭고 한가로운 시간들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주변에 나무들이 많이 있어서 그늘을 즐길 수 있어 더욱 좋았고.

벤쿠버 Kitsilano Beach Park
Kitsilano Pool



오후에 찾은 Queen Elizabeth Park. 공원에 멋지게 꾸며 놓은 가든과 돔형의 지붕으로 지어진 건물 안에 마련된 온실(지금은 더운 여름이라 바깥보다 시원했던) - Bloedel Conservatory를 찾았다. 이곳에는 희귀한 새들과 식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특히 여러가지 패턴을 이루고 있는 잎사귀들을 살펴보는 것이 무척 신기하면서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무런 보탬이나 변형 없이도, 그냥 그대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잎사귀마다 톡특한 색채와 패턴을 가지고 있어,
그냥 그대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 Bloedel Conservatory에서









이곳 온실 안에 특이한 식물들과 어우러져 함께 살고 있는 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들도 그 색깔이나 모습들이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온실을 나와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가든의 모습을 즐기며 산책을 했다. 2008년 처음 벤쿠버를 여행했을 때 바로 옆 Victoria에 있는 Butchart Garden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곳에 비하면 그 규모가 작긴 하지만.









다음 날 오전 벤쿠버를 출발. 위슬러를 거쳐 그 북쪽에 위치한 펨버튼(Pemberton)을 지나 풀 크릭(Poole Creek)에 도착하다. 이곳에 있는 호스텔에 이틀 머물면서 하이킹을 할 계획으로.


벤쿠버에서 위슬러로 가는 길

Airbnb를 통해 예약한 이 호스텔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방 사이에 거실과 부엌이 놓여져 있는 스윗(suite)에 가까웠다. 부엌엔 주방 기기며 식기들이 잘 준비되어 있어서 음식을 해먹는데도 전혀 불편이 없어 보였고.

이곳은 농장도 겸하고 있어서 염소와 닭, 말 등의 동물들도 볼 수 있었다. 포도 넝쿨과 과일 나무들도 보였다. 염소들에게 '메에-'하고 말을 건네자 바로 '메에-'하는 응답이 왔다. 그렇게 몇번을 번갈아 '메에-'를 반복하며 얘기를 나눴다. 닭들은 아침마다 '꼬끼오-'하고 울어 젖혔고. 숙소 근처에 있는 또 다른 건물엔 피아노와 드럼 셋트를 비롯해 풀 테이블(pool table), 에어 하키(air hockey) 등등의 여러가지 오락 시설들이 가득해 피아노도 치고, 오랜만에 풀 테이블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이곳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는 커플이 사는 집이 바로 호스텔 건물 위층에 있어서 잠시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 스위스 사람들인데 이곳이 좋아 이사와 살고 있다고 한다. 벽에 걸린 자신들의 고향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른 방에 묵고 있는 커플과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캐나다 알버타(Alberta)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은퇴하고 장기 여행을 하고 있는 부부. 이곳에서 친구 커플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그날 아침 우리 방에 묵던 친구는 먼저 떠나고 이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루 더 묵고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 - 캐나다의 총리 Trudeau 얘기, 미국의 선거 얘기를 비롯해 서로 여행하고 있는 곳들의 얘기 등등,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화기애애하게' 한동안 얘기를 나눴다.

다음 날은 이곳서 잘 알려진 조프리 레익스를 하이킹하다. 각기 다른 고도에 세 개의 호수가 위치하고 있는 곳. 가장 아래 있는 첫번째 호수(Lower Lake)는 하이킹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다다를 수 있었다.


Lower Joffre Lake.
파킹랏에서 바로 다다를 수 있는 가까운 거리.
호수 물의 색깔이 연녹/연청색이라 무척 특이했다




두번째 호수(Middle Lake)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꽤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야 했고. 미리 얘기 들은 대로 이곳은 아주 잘 알려진 곳이라, 주중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호수 뒤로 보이는 산 정상엔 눈과 빙하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곳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벤쿠버에 산다는 한국 사람 셋을 만나 반갑게 얘기를 나눴다.






Middle Joffre Lake.
나무들 뒤의 산 정상에 눈과 빙하가 보인다.





휴식을 마치고 하이킹을 계속, 드디어 세번째 호수(Upper Lake)에 이르렀다. 산정상의 눈과 빙하를 더욱 가까이 볼 수 있는 곳. 짧지만 아주 가파른 곳도 있고 커다란 바위가 무더기로 쌓인 곳을 지나야 하기도 해서 이곳에 이르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올라온 만큼 눈과 빙하를 이고 있는 산들이 더욱 가깝게 보였다.

Upper Joffre Lake


Upper Lake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호수의 모습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이곳서 하이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Pemberton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레스토랑과 델리, 작지 않은 식품점 등이 있어 편리했다.

다음 날은 Poole Creek을 떠나 위슬러로 오는 길 중간에 Nairn Falls에 들렀다. 파킹랏에서 폭포까지는 1마일의 거리. 거의 평지에 가까운 하이킹 트레일은 거의가 나무들로 덮여 있어서 그늘이 져 있었다. 어떤 곳은 나무들이 꽤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곳도 있어서 어둡게 느껴질 정도. 폭포에 이르러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는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아서 다소 실망.


Nairn Falls로 향하는 하이킹 트레일

첫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폭포-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아 다소 실망.

하지만 전망대 아래로 조금 걸어내려가니 조금 전 보았던 폭포와는 대조적으로 격렬하게 물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볼 수 있었다. 눈과 귀를 시원하게 해 준.


전망대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시원하게 물이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있었다


하이킹을 마치고 근처의 한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위슬러로 향했다. 이곳서도 역시 Airbnb를 통해 찾은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젊은 부부가 살고 있는 한 콘도미니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위슬러 빌리지로 향하다.


위슬러 빌리지 올림픽 플라자.
2010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위슬러 빌리지의 한 파킹랏에 세워져 있는 van.
유머러스한 문구가 관심을 끌었다:
"I used to have a life. Then I got a facebook account..."

위슬러 빌리지

위슬러 빌리지에 있는 공원.
작지만 나무들과 작은 연못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았다.




저녁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Alta Lake에 잠시 들렀다. 아주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 호수를 둘러 그림같은 집들이 있었고. 특히 몇몇 집들에는 private dock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에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앉아 저녁의 호수를 내다보며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 둘을 볼 수 있었다. 더할 수 없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던.



호수에 접해 있는 집들과 연결된 private dock.
그 한 끝에 의자와 테이블을 내놓고 앉아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의 모습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숙소로 돌아오니 낮에 외출 중이라 만나지 못했던 부부가 돌아와 있었다. 영국사람들인데 몇 년전 이곳에 이사왔다고. 부부가 함께 catering company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부부가 서로 손발이 착착 맞게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남편이 요리사라는데, 부인도 요리하는 솜씨가 만만치 않은 듯. 이곳에 살면서 일과 함께 아주 active하게 여가 활동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튿날은 스키장으로 유명한 위슬러 마운틴과 블랙콤(Blackcomb) 마운틴을 잇는 Peak 2 Peak Gondola를 타기로 한 날. 우리는 위슬러 마운틴 정상에 올라 그곳서 블랙콤 마운틴으로 가는 곤돌라를 타기로 하고 위슬러 빌리지에 도착했다. 정상까지 데려다 줄 곤돌라는 9시반부터 운행을 시작하는데 그 10분전쯤에 도착해 먼저 티켓을 사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티켓은 한 사람당 캐나다 돈으로 60불 가까이 되니까 다소 비싼 감이 있었지만,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임을 생각하면 그만큼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당일 하루 동안 무제한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는 day ticket이다.

드디어 곤돌라에 올라 '한참'을 계속 오르고 또 오른 후 위슬러 마운틴 정상에 도착. 정상에 서서 360도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를 즐겼다.


위슬러 마운틴 정상에서




위슬러 마운틴 정상서 만난 사슴 가족








주변 이곳저곳을 30, 40분정도 둘러보고, Blackcomb mountain 정상에 가기 위해 Peak 2 Peak 곤돌라에 오르다. 관련 웹사잇을 찾아보니, 이 곤돌라는 위슬러 마운틴과 블랙콤 마운틴 정상 간의 2.7마일 되는 거리를 11분 동안에 커버한다고 한다. 바닥 한가운데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멀리 발밑으로 보이는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곤돌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높은 곳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안해도 충분히 '스릴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곤돌라를 골라 올라탔다. 11분 동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 -나무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과 멀리 보이는 눈덮인 산 정상들을 감상했다. 그렇게 무섭진 않았어도, 가끔 사진을 찍기 위해 일어선 것을 제외하곤 자리에 앉아 등 뒤의 bar를 잡고 있었을 정도로 떨리긴 했다. 드디어 블랙콤 마운틴 정상에 곤돌라가 닿았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위슬러 마운틴과 블랙콤 마운틴의 정상을 잇는
Peak 2 Peak Gondola




블랙콤 마운틴 정상은 위슬러 마운틴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하이킹 트레일도 더욱 흥미있었고, 사방을 둘러 보이는 산 정상들의 경치도 더욱 멋있었다. 우리는 Alpine Walk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Overlord 트레일로 연결해 Tree Line 트레일과 만나는 지점 근처까지 하이킹을 했다. 같은 길을 따라 되돌아왔고. 총합 2마일 정도를 하이킹한 것 같다. 하이킹하면서 눈앞에 보이는 다른 산들의 정상을 보며 계속 탄성을 질렀다. 눈과 빙하로 덮여있는.

       










달 앞을 스쳐지나가는 비행기










처음 하이킹을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 스키 리프트를 타고 산을 내려오다. 꽤 오랫동안 리프트를 타고 내려 가면서 시야 가득 들어오는 경치를 즐기다.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 내겐 오히려 Peak 2 Peak 곤돌라보다 훨씬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된 것 같다.

산을 내려와 위슬러 빌리지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다. 저녁 시간이 가까와 왔을 때 다시 빌리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저녁 식사도 하면서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다.

다음 날 아침 이곳을 떠나기 전 Whistler Sliding Center를 찾았다. Bobsleigh track tour를 위해서다.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Cool Running'을 떠올리게 한 bobsleigh. 지금은 여름이라 얼음으로 덮인 트랙 대신 콘크리트로 된 트랙에서 바닥에 롤러가 달린 루지(luge)를 타고 훈련 중인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썰매 위에 위를 보고 누워서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경주다.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한시간 가까이 계속된 이 투어에서 투어 가이드와 함께 경기 트랙 시작점부터 결승선까지 함께 걸어내려 오면서 가이드의 이런저런 재미있는 설명들을 들었다.


bobsleigh

bobsleigh 내부

bobsleigh

Sliding track

Sliding track

루지(luge)를 타고 훈련중인 선수.
결승선 근처에서.




Sliding Center 투어를 마지막으로 위슬러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곳을 떠났다. 벤쿠버로 가는 길에 Brandywine Falls에 잠깐 들렀고.


Brandywine Falls에 도착하기 바로 전
기차길을 건너다
Brandywine Falls




계속 차를 달려 벤쿠버로 돌아오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섬들의 풍경에 넋을 잃었다. 켈리포니아에서 Big Sur을 여행했을 때도 해안가를 운전하며 감탄했었지만, 이곳은 또 다르게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마음 깊은 곳까지 와 닿았다. 중간에 잠시 Furry Creek이라고 불리는 곳에 차를 멈추고 주변의 모습을 감상했다.


위슬러에서 벤쿠버로 오는 길에 잠시 들른
Furry Creek. 뒤에 보이는 섬들의 모습이
아주 시적으로 아름다웠다.

벤쿠버에 도착한 것은 거의 저녁 시간이 가까와서였다.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둔 한국 식당 '수라'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곳선 꽤 잘 알려진 식당같았다. 저녁 식사는 5시부터 시작되는데,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인테리어며 음식이 마음에 들었던 이곳 식당에서, 이번 여행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먹으며 '집에 온 포근함'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벤쿠버를 떠나 시에틀 공항에 도착해 렌탈카를 돌려주고 다운타운 버스 터미널로 향하다. 포틀랜드행 그레이 하운드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이곳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포틀랜드까지는 버스로 네시간 남짓 걸렸다. 이 버스는 포틀랜드와 몇몇 다른 도시들을 거쳐 LA까지 간다고 한다.

저녁에 포틀랜드에 도착해 Leah네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은 다 함께 근처 Wahclella Falls를 찾았다. 1마일 정도를 하이킹하면 폭포에 이르게 되는데, 트레일은 그다지 기복이 많지 않아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Wahclella Falls로 가는 길.

이곳은 폭포의 모습도 좋았지만, 협곡에 위치한 이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암벽들의 모습도 감탄을 자아냈다. 잠시 이곳의 경치를 즐기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오는 길- 오던 때처럼 기분좋은 하이킹이었고.

Whaclella Falls

협곡에 위치한 이 폭포를 둘러싸고 있는 암벽들 

이날 저녁 5시 비행기로 포틀랜드를 떠나 LA 집으로 향하다. 일주일간의 캐나다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하이킹을 하면서 즐긴 Joffre Lakes의 연록색 물과 호수 뒤로 펼쳐진 산들의 모습, Blackcomb 산 꼭대기에서의 하이킹, 그리고 스키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면서 즐긴 경치 -가슴이 탁 트이게 했던- 등은 오랫 동안 기억하고픈 이미지들이다. 또한 위슬러에서 벤쿠버를 향해 달린 차 안에서 보았던 바다와 섬들의 모습은 지금껏 보았던 어느 경치들보다도 훨씬 시적인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었다. 아, 그리고 여행중 만났던 사람들- 몇몇 다른 나라에서 캐나다로 옮겨와 정착해 사는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들. 그들에게 캐나다가 매력적인 곳으로 비쳐지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