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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ly 21, 2017

Trip to Mammoth Lakes


수년 전 처음 미국에 도착하던 해 가족과 함께 Mammoth에 스키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미국에 온 지 채 몇 달도 안 되어 모든게 새롭고 신나기만 하던 시절.  그 때 리프트를 타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즐기면서, 겨울이 아닌 계절에 이곳을 다시 찾아 나무들 사이로 하이킹을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수없이 많은' 해가 지나는 동안 한번도 이곳을 다시 찾을 기회가 없다가, 지난 6월에야 비로소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6월 9일부터 11일까지의 Mammoth Lakes 여행. 그 때까지도 문을 열고 있었던 스키장도 둘러볼 기회를 가졌던.

6월 9일 금요일 아침 집을 출발. 중간에  Palmdale에 잠시 내려 점심을 먹고 Mammoth를 향해 계속 차를 달렸다. 목적지를 40마일 정도 남겨 두고 Bishop이라는 작은 타운을 지났는데, 오는 길에 표지판에서 보았던 frozen yogurt 가게에 들르기 위해 차를 멈췄다. 찾아간 요구르트 가게는 생각보다 많이 trendy해서 놀라기도 했다. 가게 한편엔 yogurt bar, 또 다른 한편엔 wine bar가 잘 꾸며져 있었다. 맛있게 요구르트를 먹고 다시 차를 달려 계획했던 캠프 그라운드로 향하다.



가는 길에 Bishop에 있는 한 frozen yogurt 가게에 들렀다.
예상 외로 아주 도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가게.


아침에 집에서 출발할 땐 반바지를 입기에 딱 좋은 날씨였고, 특히 Bishop에선 날씨가 무척 더웠다. 하지만 계속 고도를 더해가면서 산으로 올라가는 동안 바깥의 기온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 7,800 피트의 고도에 위치한 New Shady Rest Campground에 도착했을 땐 긴바지와 자켓을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춥게 느껴졌다.

먼저 information center 에 들러 캠프 그라운드 정보와 하이킹 할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그곳서 얘기를 나눈 직원은, 우리가 예정하고 온 New Shady Rest Campground는 이곳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라, 아마도 모두 찼을 거라고 했다. 실망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단 캠프장을 둘러 보기로 했다. 그 직원의 얘기와는 달리, 아직도 비어있는 캠프 사잇이 많이 있어서 '뛸듯이' 기뻐하다.




텐트를 두, 세개는 쳐도 좋을 만큼 널찍한 캠프 사잇.
오른편 뒤로 bear box가 보인다.
혹시 모를 곰의 방문에 대비해 음식은 물론 향이 들은 화장품과 치약 등도
차 안이나 텐트 안에 두지 말고 이곳에 보관해야 한다.

다른 캠프 사잇과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화장실과 수도에서도 가까운 캠프 사잇을 골랐다.


마음에 드는 캠프 사잇을 하나 골라 텐트를 치고 짐을 푼 후에, 이곳서 아주 가까이 있는 village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몇 군데 식당 중에서 멕시칸 레스토랑을 선택. 아래, 위층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저녁을 먹고 근처를 한바퀴 차로 돌았다. 군데군데 녹지 않은 눈 무더기를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캠프장 입구에서 장작 한 무더기를 샀다. Camp fire를 하기 위해서다.


날씨는 더욱 추워져서, 한겨울에도 입지 않던 두툼한 겨울 외투와 장갑을 꺼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곧 캠프 사잇에 있는 fire ring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라 만만치 않았다. 주변에서 주워온 커다란 솔방울들과 작은 나무가지들에 불을 붙이려 했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번번이 실패. 결국 이미 활활 타오르게 불을 붙이고 있는 옆 캠프 사잇에 가서 조언을 구했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마른 솔잎들을 한 무더기 얹어 놓고 돌돌 말은 종이개피에 불을 지피라고 한다. 그 말대로 했더니 과연 어렵지 않게 불을 붙일 수 있었다. 작은 가지들에 불이 붙어 어느 정도 타오를 즈음 사 가지고 온 장작들을 그 위에 얹었다. Fire ring 바로 앞에 의자를 놓고 활활 타오르는 불꽃들을 감상했다. 날은 이미 저물어 하늘엔 별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바람이 방향을 바꿔가며 불어서 날리는 연기를 피하느라 여러번 자리를 옮겨야 했지만, 모처럼 camp fire의 낭만을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June lake을 보러 가다. 지난 해 가을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보내온 단풍 사진에 매료되었던 곳. 여름에 보는 이 호수는 또 그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뒤로 보이는 산 정상엔 아직 눈이 가득하게 덮여 있었고. 호수 주변을 따라 한동안 산책을 즐기다.



June Lake







June lake을 따라 산책을 마치고 그 주변의 자그마한 호수들을 차로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이곳 Mammoth Ski Resort의 숙박시설들과 상가들이 모여 있는 village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Village


식사 후에는 아직도 문을 열고 있는 한 스키장을 찾았다. 6월 중순임에도 한겨울처럼 스키를 타고 있는 사람들과 하얗게 펼쳐진 스키장의 모습을 즐기다. 눈 위를 걷기도 하고.










다음날 아침. 날씨는 전날보다 더욱 추워져서 한겨울 같았다. Twin Lakes를 보러 갔지만 그 주변의 도로가 추운 날씨 때문에 닫혀 있었다. 장갑을 끼고 겨울 외투를 입었음에도 바람이 어찌나 거세고 매섭게 부는지, 단 1분 동안도 바깥에 서서 호수를 감상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총총히 다시 차에 올라 주변에 있는 지진 단층(earthquake fault)을 보러 갔다. 가는 길에 가늘게 눈발이 날리기 시작. 몇 년만에 보는 캘리포니아의 눈! 신나하며 눈을 맞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땅이 갈라져 틈이 나 있는 이곳은, 사실은 그 이름과는 달리 지진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화산 활동으로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 원인이야 어쨌든, 그 갈라진 틈이 꽤 깊숙하게 나 있는 것을 보면서, 땅이 갈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굉장한 사건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Earthquake Fault



군데군데 눈이 남아 있는 곳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단층을 둘러 보고 북쪽으로 차를 달려 Mono Lake을 보러 가다. 이곳은 석회석이 누적되어 생긴 Tufa로 유명한 곳. 이곳저곳에 무리를 지어 있는 Tufa의 모습은, 몇 년전 Bryce Canyon에서 보았던 hoodoo의 축소판 같아 보였다.



Mono Lake - 석회석이 누적 되어 생긴 tufa 







Tufa들을 맘껏 감상하고 Mono Lake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곳으로 차를 달렸다. 가는 길에 가는 눈발이 눈보라가 되어 날리기 시작했고, 고도가 높은 곳이라 구름이 길을 메워 가시거리가 아주 짧았다. 그렇듯 눈속을 헤치고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온통 구름으로 뒤덮여 정작 호수의 모습은 아주 희미하게밖에 볼 수 없어 실망.


다시 오던 길을 달려 다음 목적지인 Convict lake으로 향하다. 그리 크지 않은 이 호수에 도착하니 구름과 안개로 무척 춥게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 호수가를 따라 걸으면서,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는 호수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구름에 덮인 Convict Lake.
이번 여행 동안 본 호수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한무리의 구름이 지나간 후의 Convict Lake




Convict Lake을 마지막으로 Mammoth Lakes를 떠나, 오는 길에 들렀던 Bishop에서 다시 쉬어가기로 하다. 한 피자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고. 오는 길에 들렀던 frozen yogurt 가게가 뜻밖에도 잘 꾸며져 있어서 놀랐었는데, 이 피자 레스토랑도 역시 나름대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며 잘 꾸며져 있었다.


Bishop서 집까지는 3백 마일에 가까운 거리. 그래서 이날 저녁은 Ridgecrest에서 묵어가기로 하다.


다음 날 아침 집에 가기 전에 Ridgecrest에서 서쪽으로 6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Lake Isabella를 찾았다. 이번 여행의 주제였던 '호수'에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레퍼토리를 더해줄.

꽤 큰 이 호수 주위를 차를 타고 돌며 감상했다. 군데군데 경치 좋은 곳이 나올 때마다 차에서 내려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호수의 모습을 즐기다.  



Mammoth Lakes를 떠나 집으로 오는 길에 들른
Lake Isabella







이번 여행 동안 보았던 여러 호수들의 모습. 나름대로 각기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었던. 그 중에서 가장 내 맘에 들었던 호수는 Convict Lake. 구름과 안개로 덮인 산등성이를 배경으로 펼쳐진 자그마한 호수가 무척 운치 있었던 까닭이다.


또한 모처럼 눈을 볼 수 있었던 것도 (6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을 일 . 비록 아주 가늘게 잠시 내린 눈이었지만, 일년 내내 눈구경 할 일이 없는 내겐 아주 반가웠던 경험. 그리고 한여름의 스키장을 가득 덮은 하얀 눈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 전 이곳서 스키를 타던 기억을 떠올렸던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