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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19, 2013

문화 충격(Culture Shock)에 잘 대처하기

직장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한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relocation training을 제공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겪을 수도 있는 문화 충격(culture shock)에 대해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막연히, ‘모든게 잘 되겠지’라고 기대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는 면에서는 나쁠 것 없다고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와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경험하게 되는 문화 충격의 존재를 미리 인식하고, 그 원인과 증상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이 충격에 잘 대처해 나갈 것인지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새로운 세계에서 잘 적응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됨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 충격’은 한 마디로,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환경으로 옮겨 생활하게 될 때 경험하는 과도기적 부적응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마다 정도와 기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사람들이 비슷한 문화 충격의 단계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만든 culture shock model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ups-and-downs’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 새로운 문화/세계를 경험하게 되면 새로움에 대한 흥분과 신기함 등으로 Honeymoon Stage를 경험하게 된다 . 내 경험을 비추어봐도,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오랫동안 기대해 오던 곳에 ‘마침내' 도착하게 되었다는 흥분과 새로운 세계에서 펼쳐질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그야말로 ‘랄랄라' 상태를 한동안 경험했었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해 실수를 해도, 미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내게 모두들 매우 너그럽게 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치 않은 생활 방식에서 오는 불편함에 대한 불평이 한두가지씩 쌓이게 된다.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항상 사람들이 너그럽고 참을성있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그동안 장미빛으로 채색되었던 현실에 조금씩 눈뜨게도 된다. 특히 사회 규범과 규칙에 익숙치 않음으로 실수들을 범하게 되고, 어떻게 사람들을 대하고 행동하는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에 대한 혼동을 경험하면서, 또한 상대방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내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의도한 대로 정확히 이해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좌절감과 때로는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Hostility Stage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부당하고 불공평하게 대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불평이 늘어가며, 예전에 살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한 강한 향수를 느끼게도 된다. 점차 자신감을 잃게 되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회피하게도 되고,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부적응이 심화되어 결국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을 포기하고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계를 겪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나에게 특히 문제가 있거나 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단계의 경험이 결국 부적응이라는 결론으로 이르게 될 전주곡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hostility의 강도가 조금씩 약화되고 점차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게 되는 In-sync Stage (or Adaptation Stage)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힘써야 할 것이다.


문화 충격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얘기할 때 내가 즐겨 사용하는 비유가 있다. 내가 어릴 때 어항에 물고기를 키운 적이 있다. 때맞춰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는 것은 내 담당이었는데, 어머니께서 항상 내게 ‘한꺼번에 새 물로 다 갈아주지 말고, 새 물과 그동안 물고기들이 헤엄치던 물을 반반씩 섞어주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있다. 항상 어느 정도는 익숙한 환경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게 될 때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지혜이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생활하게 되면 그곳의 문화에 하루 빨리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 영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 한국말은 전혀 쓰지 않고, 한국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도 피하고, 모든 것을 ‘새 물'로 갈아치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이 너무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 쉽다. 어느 정도는 익숙한 환경 속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그같은 안정감이 뒷받침될 때 새로운 환경에 맞설 힘도 생기게 된다. 가족및 오랜 친구들과 연락을 계속하면서 격려를 받기도 하고,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도 교류하면서 내 상황이 나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하고, 문화 충격을 이미 잘 이겨낸 사람들을 만나 좋은 조언과 함께 용기와 희망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끊임없이 update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문화의 규범과 규칙에 대해 배우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알아두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도 익히고,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언어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문화 적응 과정에서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상대방의 메시지(언어로 된 메지지는 물론, 몸짓이나 표정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까지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그것이 사업상의 관계든 사교적인 관계든 인간 관계를 맺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 자신감의 증강이나 약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생각할 떄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문화 충격을 잘 극복하지 못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면 그만큼 내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자신감에 큰 손상을 입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하게 될 수 있고, 여러가지 사회적 관계에서도 많이 위축되어 점점 고립되어 가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본다. 그럴수록 적응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어,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진다고 하겠다.


반면, 문화 충격을 겪으면서 그 과정에서 많이 갈등하면서도 지혜롭게 그 충격을 잘 헤쳐나가게 되면 많은 긍정적 결과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resilience를 강화하게 된다. 한마디로, 현실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그 역경을 헤쳐나가는 기본 역량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어내면서 터득한 기술과 지혜, 그리고 자신감은 앞으로 또 다른 역경의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그 역경을 헤쳐나가게 하는 힘과 자원이 될 수 있다. 여러가지 면에서 도전을 받는다는 것은, 그 도전에 응전하면서 많은 성장을 이루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해심이 커질 수 있다. 나를 상대방의 입장에 놓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바로 empathy 능력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고도 하겠다.   

문화 충격을 경험한다는 건, 나에게 익숙한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서 보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보다 많이 성장하기 위해 내린 내 '진취적'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설사 그것이 내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주변 상황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 해도, 문화 충격을 겪고 그것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동안 내가 그만큼 자랄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화 충격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고 보다 이성적으로 차분히 접근해 나간다면, 어느 때인가 많이 자라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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