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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ly 24, 2012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은 한, 두가지 있기 마련이다.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public speaking)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이킹을 하면서, 고소 공포증이 심해 절벽으로 난 좁은 등산로를 지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내가 오랫 동안 가지고 있던 공포 중의 하나는 깊은 물에 대한 공포이다. 내 턱 보다 깊은 물에 들어간다는 건 내게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생긴 공포일 수도 있지만, 이 공포 때문에 수영을 배우는 걸 꺼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공포를 최근에 극복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공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수영을 한 것은 대학 신입생 때.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에선 신입생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수영 클래스를 듣도록 되어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수영클래스를 들으면서 다행히도우리 클래스는 한 번도 깊은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수영 클래스를 마친 후 최근까지 거의 수영을 할 기회를 갖지 않았었다. 그럴 기회를 피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게다. 가끔 그럴 기회가 있었어도 그냥 얕은 물속에서 첨벙거리는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가 한 2, 3년 전부터인가, 카약킹(kayaking)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하면서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깊은 물에서 카약킹을 하려면 수영은 필수다. 그동안 생각만 하다가 지난 5월초에 드디어 큰 맘 먹고 커뮤니티 수영 클래스에 수강 신청을 했다.

초보자들을 위한 클래스였는데 처음 한동안은 턱을 넘지 않는 얕은 물에서만 연습을 하다가, 하루는 13 피트나 되는 깊은 물가로 데려가 한사람씩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라는 거였다. 수영 강사가 바로 밑 물 속에서 손짓을 하며, 일단 뛰어들면 자기가 붙잡아 줄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뛰어내리라고 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먼저 뛰어들고 곧 내 차례가 되었다. 위에서 보는 물은 꽤나 깊어 보였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막연한 공포가 밀려왔다. ‘뭐가 무서운 건데?’하고 누가 물어보면 대답하기도 힘든, 그냥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안 떠올라올까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수면으로 떠올라오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질식이라도 할까봐? 뛰어들면서 충격으로 기절이라도 할까봐? Maybe, maybe…  한동안을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서 나중엔 도저히 뛰어들 수 없다고 굳게 믿는 상황에 이르렀다. Not today, not now… 오늘은 그냥 넘어가고 다음 시간에 굳게 마음먹고 뛰어들겠다고 했지만 수영 강사는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수영장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되었고, 심지어 라이프 가드까지 망대에서 내려와 내가 있는 곳으로 와 있었다. 뜻하지 않게 구경거리를 만들게 되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그동안 내 클래스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말- 두려움 때문에 도망가면 결국 그만큼 두려움만 키워서 다음 번엔 더욱 도전하기 힘들게 된다는 이 생각났다.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다음 시간엔 더욱 두렵게 느껴질 거라는 깨달음과 함께, 지금이 이 두려움을 극복할 아주 좋은 기회란 생각을 했다. 바로 아래 수영 강사도 있어서 무슨 일이 나도 곧 구해줄 텐데

내가 올라가서 함께 손잡고 뛰어내려 줄까?’ 수영 강사가 제안했다. 그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그럼 네가 올라와서 먼저 뛰어내릴래? 내가 곧 따라 뛰어들 테니까.’ 내 제안에 강사가 수영장 가로 올라와 먼저 뛰어 들었고, 그 뒤를 따라 드디어 나도 뛰어 내렸다.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라오는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느꼈던 흥분과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내 턱을 훨씬 넘는 물 속에 뛰어들었다는 놀라움.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성취감. 그 강사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수영장 밖으로 올라오면서 더할 수 없이 뿌듯함을 느꼈다. 많은 경우에 그렇듯이 그렇게 한번 공포를 극복하고 나니까 그 다음엔 쉽게 깊은 물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 경험이 있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두려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뭐가 무서운 건데?’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서운 이유들을 하나, 둘씩 나열해 본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의 이유들이 얼마나 reasonable한지를 생각해 본다. 혹 과장된, 근거 없는 두려움들은 아닌지. 이 경험 덕분일까.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일들 중 몇가지를 최근에 실제로 시도할 기회를 가졌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강조했듯, 때로 우리가 두려워 할 대상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다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하고 나면, 한층 자유로와진 내 삶의 새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진리. 수영을 배우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삶의 지혜이다.          

Monday, July 23, 2012

상처 받는 것에 대범해지기: Thoughts on Being Vulnerable


나 자신을 상처받기 쉬운, 혹은 상처받을 수도 있는 위치에 과감히 놓는 것에 우리는 얼마나 익숙해 있을까. 가능하면 그런 상황을 피하려 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태도가 아닐까. 하지만 이렇듯 ‘vulnerable’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우리의 노력이, 더욱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면

최근에 볼 기회가 있었던 Brene Brown TEDx Talk은 그런 점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Texas에 있는 Houston 대학의 사업사업학과 교수인 그녀는, 몇년 동안에 걸친 질적 연구를 통해 발견한 ‘vulnerability’에 대한 흥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Vulnerability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이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가 우리 삶의 질,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한 만족도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때로 우리는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인간 관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가까운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겪으면서 먼저 미안하단 말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 반대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사랑한단 말을 꺼내지 못하기도 한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인간 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그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그냥 문제를 회피하거나 그 관계를 끝내버리기도 한다.

문득 지난 4월 한국에 갔을 때 보았던 영화 건축학 개론의 스토리가 생각난다. 첫사랑의 기억과 그 첫사랑을 많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화의 주인공 커플이 대학 신입생 시절 처음 만나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함에도 헤어지게 된 것도, 결국 이들이 가졌던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추측 속에서 관계를 발전 시키고, 추측 속에서 관계를 끝내버리는 하나의 예. 상대방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될 때 혹 상처 받을 수도 있는 일이 일어날까봐 미리 겁먹고 돌아서 버리는 예.

Brown 교수가 자신의 연구 자료 분석을 통해 결론으로 얻었듯이, 이렇듯 겁쟁이처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정작 내 인생을 fully 경험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처 받지 않으려 조금만 주고, 조금만 받는그런 인생을 살다보면, 나중엔 그냥 별로 추억할 거리 조차 없는, 무덤덤한 삶의 기억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른지.    


                                                               Brene Brown TEDx Talk:
                                            http://www.youtube.com/watch?v=X4Qm9cGRu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