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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May 12, 2021

Morro Bay 여행

지난 4월 중순 학교 봄방학 동안 Morro Bay를 여행했다. 여느 때 같으면 방학이 시작하기 무섭게 멀리 여행을 떠났겠지만,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곳을 선택해 삼일 동안의 짧은 여행을 가졌다. 이곳은 LA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2백마일쯤 떨어진, San Luis Obispo 카운티에 속해 있는 해변 도시다. 

수요일인 4월 14일 아침 집을 출발. 가는 길에 Santa Barbara에서 점심을 먹었다. 몇 넌전 이곳을 지나면서 들른 적이 있는 Mony's라는 멕시칸 food joint에서.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한 쪽에 마련된 Salsa bar에 아주 다양한 Salsa들이 준비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곳. 그 전에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종류의 살사들을 시식해 보면서 그 창의성과 참신함에 크게 감탄했던 기억. 지금은 팬데믹 때문에 살사 바는 없고, 가게 바로 입구에 카운터를 놓고 주문을 받고 있었다. 부리토와 타코가 주 메뉴인 이곳에서 해물 부리토를 시켜 맛잇게 점심을 먹다.    

식사 후 바로 다시 프리웨이 101을 타고 가면서 길 옆으로 노랗게 핀 들꽃들을 맘껏 즐기다. 멀리 보이는 언덕들엔 파릇한 잔디와 노란 들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 '그림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한 해 중에서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갈색으로 말라버리게 될.

Morro Bay를 25마일 남겨 두고 Pismo Beach에도 잠시 들렀다. 처음 미국에 도착한 해 이곳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Pier 위를 걸었다. 아주 화창하고 기분좋은 날씨. Pier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바닷가 모래 사장에도 사람들이 나와 즐기고 있었다. 모처럼 느껴 보는 무념무상의 자유롭고 나른한 여유....




오후 네 시가 가까워 드디어 Morro Bay에 도착. 숙소에 짐을 풀고 이곳의 상징인 Morro Rock을 보러갔다. 바닷가에 있는 커다란 바위. 만(bay)를 따라 줄지어있는 상점들 - 식당들(특히 이곳은 해산물이 유명하다)과  기념품 가게들 - 앞을 걸어 이 바위가 있는 공원에 도착. 거의 언덕에 가까울 만큼 커다란 이 바위 주변과 바로 앞 해변가를 산책하다. 

Morro Rock (이 사진은 지난 2019년말에 왔을 때 찍은 것. 
이번 여행 중에도 이 바위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이 사진만큼 멋지게 나온게 없다)

가까이에서 본 Morro Rock


"얘들아, 너희들은 누구니? 참 재미있게 생겼구나...!"


Morro Rock 앞의 비치




만 주변에서 본 물개.
몇몇 물개들이 내는 커다란 소리가 
밤 늦게까지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조형물.

이곳은 또 수달(otter)들이 모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9년말 이곳에 왔을 때, 새끼들을 자신의 배 위에 태우고 둥둥 떠가면서 끊임없이 쓰다듬는 어미 수달들을 많이 보았었다. 새끼들과 같이 물장난도 치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고작 몇마리의 수달밖에 볼 수 없었다. 그나마 잠을 자고 있는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보는 재미도 없었고.


엄마와 아기 수달들 (지난 2019년 이곳에 왔을 때 찍은 비디오)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들을 체크해 보았다. 우리 집 동네에선 아직 indoor dining이 드문데, 이곳은 모든 식당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밖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테이블을 놓은 곳들도 있었지만, 쌀쌀한 저녁 날씨 때문인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에겐 아직 편안하지 않은 풍경. 숙소 근처 한 레스토랑을 선택해, 해가 지는 bay를 내려다 볼 수 있어 아주 전망이 좋은 바깥 patio에 자리를 잡았다. Morro Rock 뒤로 지는 해를 감상하고,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퍽 낭만적인 저녁시간을 갖다. 어두워지는 하늘엔 별들도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고.

다음 날은 이곳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진 Montaña de Oro State Park을 찾았다. 처음  계획은 이곳에서 Valencia Peak을 하이킹하는 것이었는데, 막상 트레일 헤드에 차를 세우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반대편 Bluff Trail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어떤 곳이기에 저렇게 인기가 있을까 싶어서 일단 체크해 보기로 하다.

이곳은 해안을 따라 난 절벽 위로 아주 잘 관리된 하이킹 트레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눈 아래로 보이는 바닷가 - 바위들이 솟아 있는 - 가 아주 멋졌다. 군데군데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곳도 있어서 바로 발앞까지 강렬하게 파도가 치는 곳까지 내려가 바다의 모습을 즐겼다. 얇은 돌판들이 켜켜로 쌓여있는 것 같은 바위들이 사선으로 솟아 있는 것도 보고. 여행 전, 이곳에서 하이킹할 곳을 찾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할 때 전혀 우리들 레이다에 잡히지 않았던 이곳. 즉흥적으로 계획을 바꿔 찾기를 정말 잘했다 싶게 아주 만족스러운 하이킹이었다.   


Bluff Trail in Montaña de Oro State Park











Bluff Trail 군데군데에, 이곳처럼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다.


Bluff Trail 하이킹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Spooner's Cove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Hazard Reef Trail도 하이킹했다.






Hazard Reef Trail


오후에는 전날 미처 둘러보지 못한 Morro Bay의 남쪽 지역을 산책했다. 만(bay)을 따라 난 Morro Bay State Park에도 가고, 주변 동네들도 돌아보다. 여유롭고 한가한 휴가의 기분을 맘껏 즐기며.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들러 전리품처럼 아이스크림 콘을 한손에 사들고 걷기도 하다. (왜 휴가 와서 거리를 걸으며 먹는 아이스크림은 더 맛있게 느껴질까...!)

다음 날 아침 Morro Bay를 떠나 북쪽 근처에 위치한 Cayucos에 잠깐 들르다. 수년 전 Big Sur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하루 묵어간 적이 있는 이곳. 그때 오후 늦게 이곳에 도착했는데, 안개가 아주 짙게 끼어서 퍽 인상적이었다. 조그만 타운. 가게들이 모여 있는 타운의 중심 - 안개 속에 가로등 불빛이 꿈을 꾸듯 줄지어 있던 모습도 기억에 남고.  

이날 다시 찾은 맑은 아침의 Cayucos는 첫번째 방문 때와는 아주 다른 모습. 그때보다 식당을 비롯한 가게들도 더욱 많아진 것 같고. 기억을 더듬어 바닷가 pier에도 가고, 이곳서 잘 알려진 Brown Butter Cookie Company도 찾았다. (여행하면서 경험하는 것 중의 하나가, 첫번째 방문 때 너무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아서 다시 찾았다가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워서 다시 찾았지만, 오히려 첫번째의 그 신비한 기억마저 잃게 만드는....)

Cayucos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Solvang과 Gaviota Beach에도 들렀다. Solvang은 이제 다른 곳에 여행을 가기 위해 이 근처를 지날 때마다 들르는 곳이 되었고. 바로 조금 전 얘기한 것처럼, 처음 왔을 때의 좋은 기억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곳. 이곳에 올 때마다, 미국에 처음 이민온 해 오빠와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곳에 처음으로 들렀던 것을 기억하곤 한다. 처음 보는 인형가게들이며 안델센 뮤지엄,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저 있는 가게들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던.

다시 차를 달려 찾은 Gaviota Beach. 캠프장이 있는 바닷가와 주변 지역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비치 바로 옆 언덕 위엔 노란 들꽃들이 활짝 피어서 아주 보기 좋았고. 자그마하고 외져보이는 이곳 비치는 사람의 손이 많이 타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느낌을 주었다. 바로 옆에서 캠핑을 하면서 조용한 바닷가에서 시간도 보내고, 이곳 Gaviota State Park에서 하이킹도 할 수 있는 곳. (몇 년 전에 이 근처 Gaviota Peak을 하이킹 했던 적이 있다. 산꼭대기에 안개가 아주 많이 끼고 날씨도 추웠던. 내려오면서 hot springs도 보았던 기억.) 

Gaviota Beach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철로. Gaviota Beach가 내려다 보인다.


Gaviota Beach


Gaviota Beach


저녁 때가 가까워 Gaviota Beach를 떠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르다.  Santa Barbara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잠시 산책을 하고 가자 생각하고 지도를 체크해 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닷가를 낀 하이킹 트레일이 있는 것을 발견. 바로 More Mesa Open Space. 생각보다 꽤 넓은 이곳에서, 확 트인 평원을 질러가기도 하고 바닷가 바로 옆 절벽 위로 난 길도 따라걷기도 하면서, 산책이라기 보다는 하이킹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  

More Mesa Open Space로 가는 트레일


 바닷가 절벽 위로 난 좁은 트레일


집으로 오는 길. 해안 도로를 타고 달리며 오른쪽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의 모습에 마음 깊은 곳까지 시원해짐을 느끼다. 아주 오랜만에 가졌던 여행. 비록 3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집콕'의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이 아주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Wednesday, February 24, 2021

산책의 즐거움

벌써 일 년 가까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집콕'의 일상을 지내오면서 새로 생긴 좋은 습관이 있다. 하루 평균 4, 5 마일씩 매일 산책하는 것. 주로 집 근처를 산책하지만, 주말이면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바닷가를 찾거나 언덕이 있는 주변의 동네들을 찾기도 한다. 

덕분에 이제 집 근처의 길 이름들을 별 어려움없이 술술 나열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느 길 어느 집 앞에 가면 귀여운 고양이를 볼 수 있는지, 어느 길에 가면 멋지게 줄지어 섰는 단풍나무들을 볼 수 있는지 - 사철 푸른 나무들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이곳에서, 어느 집 앞마당이 예쁘게 가꿔져 있는지 등을 다 파악하게 되어, '동네 산책 가이드'를 해도 좋을 수준이 되었다.

그동안의 산책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점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 산책하면서 주변의 모습이나 하늘의 구름들을 찬찬히 감상하다보면, 마음이 명상을 하는 것처럼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설령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산책을 하면서 그런 마음의 '소음'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명상을 하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동네를 산책하다가
길을 건너고 있는 한무리의 야생 공작을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