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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23, 2017

미네소타주 만 개의 호수 중에서 첫번째로 만난 호수, Lake of the Isles

가끔씩,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지금껏 가본 주가 몇개나 되나 꼽아볼 때가 있다. 대충 30여개의 주를 가본 것 같은데, 최근에 또 하나의 주를 새롭게 추가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미네소타주. 지난 11월 초 미네아폴리스에 출장을 가게 되어 처음으로 미네소타주를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된 것. 몇 년 전에 이곳 공항을 거쳐간 적이 있지만 공항 바깥엔 한발자국도 내딛을 기회가 없었으니, '공식적'으론 이번에 처음으로 미네소타를 방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미네소타 지도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이곳엔 참 호수가 많구나 하는 것. 찾아보니 과연 이곳은 '만 개의 호수가 있는 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호수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 개까지야...' 하면서 과장이겠지 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실제로 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단다. 

미네아폴리스에도 몇 개의 호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 아름답기로 알려진 Lake of the Isles를 찾았다. 11월 5일, 일요일 아침. 그 전전날인 금요일의 눈이 내릴 정도로 추운 날씨가 일요일까지도 계속되어 오랜만에 코끝이 시리게 추운 날씨를 맛보기도 했다.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잠시 호숫가에 서서 흐린 날씨 속 고요한 호수의 모습을 감상하다. 곧 이어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 추운 날씨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호수 주위를 산책하고 있었다. 호수 주위를 둘러나 있는 집들. 거의가 '저택'에 가까운. 아직 채 지지 않은 단풍나무들과 어울려 깊은 가을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해 주었다. 한 편의 시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풍경.










장갑을 벗고 사진을 찍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날씨가 추워서, 호수 사진은 몇 장밖에 찍지 못했다. 대신, 다소 몽환적이기조차 한 호수의 모습을 가슴 가득히 담으려 하다. 산책로를 따라 호수를 한바퀴 돌고 (2.6 마일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다시 차안으로 들어오다.

이 호수와 연결되어 있다는 Lake Harriet 과 Lake Calhoun은 아쉽게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LA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미네소타 주립대 캠퍼스를 돌아보기 위해 이곳을 총총히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내 첫번째 미네소타주 여행. 아주 조금이긴 했지만 날리는 눈 속을 운전하며 달릴 기회도 가졌고, 가을이 깊어가는 호수의 모습도 맘껏 즐겼던. 다음에 또 미네소타주를 찾을 기회가 되면 그 때 또 몇 개의 호수들을 찾아보리라 다짐한다.

Friday, September 1, 2017

Total Solar Eclipse 2017

지난 8월 21일, 월요일, 미국 서부의 오레건에서 시작되어 동부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이르기까지 14개 주를 거치며 일어난 개기 일식 (total solar eclipse). 캘리포니아에서도 부분 일식으로 볼 수 있었지만,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totality'를 경험하기 위해 오레건을 여행했다.

미국에서 개기 일식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지난 1979년이라니까 (하와이에서 볼 수 있었던 1991년의 개기 일식을 제외하고), 거의 40년만에 일어나는 '대단한' 자연 현상. 그만큼 매스 미디어의 관심과 보도도 대단했고. 미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탈리티를 보기 위해 해당 주들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이들 지역으로 가는 비행기 값과 해당 지역들의 호텔 값이 몇 배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이번 일식을 보기 위해 오레건주 Bend에 숙소 예약을 한 것이 작년 9월이고, Portland 행 비행기표를 산 것은 올해 2월. 비교적 일찍 시작한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오레건의 Madras라는 곳에서 일식을 보기로 계획하고, 그 전에 Mt. Hood에 들러 하루 묵고 Bend에서 이틀을 묵은 후 일식 당일 아침 일찍 Madras로 향하는 것이 우리의 '작전 플랜'. 그리고 일식 후엔 Madras 북쪽으로 차를 달려 Columbia River를 건너 워싱턴 주의 Stevenson에서 하루를 묵고 그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운 대로 Portland 공항에 도착한 것은 금요일 (8월 18일) 낮. 바로 Mt. Hood로 향했다. Airbnb를 통해 예약해 놓은 숙소에 도착. 하이웨이에서 조금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아주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듯한 집. 하이킹을 해도 좋을만한 뒷마당. 집앞에서 서로를 불러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옆집과의 거리도 떨어져 있고. 새소리만 들리는 이런 곳에서 매일을 사는 건 어떤 경험일까.


Mt.Shasta - 포틀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

체크 인을 하고 바로 Timberline Lodge로 향했다. 스키 리조트인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 보이는 주변의 경치도 즐기고, Lodge안에 마련된 이곳 역사에 대한 전시물과 비디오도 관람했다.

곧이어 찾은 곳은 이곳서 멀지 않은 Trillium Lake. 호수 뒤로 보이는 Mt. Hood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호수가를 둘러 적지 않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더러는 낚시도 하고, 카약킹도 하고, 수영도 하고, 편안히 앉아 호수의 모습을 즐기기도 하고. 호수가 주변을 산책하다가 물 속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한 남자 아이가 한국말로 자기 아빠와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반가워 발길을 멈췄다. 그 아빠와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이번 일식을 보러 한국서 왔다고 한다. 우리가 일식을 보려 예정하고 있는 Madras의 한 텐트촌에 예약을 했다는데, 그 값이 상상을 초월했다. 일생에 한 번 있을 이번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비지니스의 기회로 삼는다는 얘기를 드물지 않게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Trillium Lake. 호수 뒤로 Mt. Hood이 보인다.


다음 날 아침 Bend로 향하는 길에 Madras와 Redmond를 지났다. 두 곳 모두 토탈리티 지역 안에 들어가는 곳. 이곳들을 지나면서, 일식 당일 차를 세우고 보기에 좋을 곳들을 미리 물색했다. 길 아무 곳에나 차를 파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지역에 있는 한 동네 공원에는 이미 텐트촌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식 당일에 이곳에 차를 파킹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자리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그날 자리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당일에 와서 차를 파킹하는데만 50불을 내야 한단다.

Redmond에서 Peter Skene Ogden State Park에 잠시 들렀는데, 이곳은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협곡이 절경이었다.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선 bungee jumping이 한창이었고. 한 때 크게 유행했던 bungee jumping. 이렇게 눈 앞에서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줄에 매달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협곡 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 보기만해도 아찔했고. 만약 일식 당일에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Madras까지 가지 못하면, Bend에서 보다 가까이 있는 이곳에서 일식을 보자고 '일단' 계획을 세우다.


Peter Skene Ogden State Park -
다리 가운데서 사람들이
bungee jumping을 하고 있다

Peter Skene Ogden State Park

Redmond에서 점심을 먹고 Bend에 도착. 포틀랜드에서 온 Aaron 동생 가족들과 합류하다.

다음 날은 이곳 Bend를 관통해 흐르는 Deschutes River에서 floating - air tube 안에 앉아서 강물을 따라 둥둥 떠내려가는 - 을 즐기다. floating을 하기 전에는, '뭐, 재미 있을까?'하면서 회의적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튜브 바닥이 그물로 되어 있어서 완전히 강물에 흠뻑 젖어야 했고.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9시 조금 넘어 일식이 시작되는 날. 이날 새벽 다섯 시에 Bend에 있는 숙소를 출발했다. 예정지인 Madras까지는 40마일 밖에 되지 않지만, 이곳은 이차선 도로만이 지나는 곳이라, 네 시간 전에 출발하면서도 교통이 막힐까봐 조바심했다. 예상과 달리 길이 막히는 곳은 거의 없었고. 6시 15분경에 목적지 근처까지 왔다.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근처 마켓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커피를 사러 들어갔는데, 마켓 안을 가로질러 끝도 보이지 않게 긴 줄을 보고 그냥 나왔다. 다행히 바로 옆 파킹랏 한 쪽에 간이 커피샾이 있어서 차를 세웠다. 10명 정도가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별 시간 안들이고 커피를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15분 이상을 기다려서야 원하는 커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곧 이어 Madras 공항 건너편 private viewing 지역에 도착, 한무리의 eclipse chaser들과 join했다. Aaron이 아는 사람을 통해 이 지역에서 일식을 볼 수 있도록 전날 초대를 받은 덕분에 파킹 걱정 안하고 아주 좋은 환경 - 붐비지도 않고, 바로 옆 건물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는 - 에서 일식을 즐기게 된 것.

벌써 많은 eclipse chaser들이 와서 천체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일식이 시작되기를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만난 적이 있는 eclipse chaser들도 볼 수 있었다. 홍콩과 영국에서 일식을 보러 날아온. 이날 이 이벤트를 organize한 Glenn이라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눴다. (Glenn에 관한 기사가 며칠 전 뉴요커 매거진(The New Yorker)에 실렸는데, 그 기사에 따르면 그는 지금껏 33번의 개기 일식을 보았다고 한다. 다른 두 명의 뉴욕커와 함께 세계 기록이라고. 다음 웸사잇에 가면 해당 기사를 볼 수 있다: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7/08/28/the-new-yorkers-tied-for-the-total-solar-eclipse-record)

9시가 조금 넘어 드디어 일식이 시작되었다. 일식 안경을 통해 해의 한쪽 끝이 아주 조금 '먹혀 들어간' 것을 보았고. 이 때부터 한 시간이 넘게 서서히 일식이 진행되어 10시 20분 조금 전에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 일식에 도달. 개기 일식의 꽃은 토탈리티 직전과 직후에 나타나는 'diamond ring' -- 그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으로 두번째인 개기 일식을 보면서, 중국에서 본 첫번째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다. 다이어몬드 링을 지나 토탈리티를 이루면서 해를 완전히 가린 검은 달 주위로 빛나는 corona의 모습. 토탈리티가 계속되는 동안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야말로 'being in awe'의 경험을 했다. 경외감이랄까, 엄청난 우주의 자연 현상에 비로소 느끼는 하나가 되는 경험이랄까, 처음으로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Extraordinary experience'란 것이 바로 이런 경험을 말하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한동안 그렇게 넋을 잃고 바라보는 중에 다시 diamond ring이 보였고, 해를 가렸던 달이 서서히 해를 비껴가기 시작.

클라이맥스인 토탈리티가 끝나면서, 교통 혼잡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서둘러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한동안 머물면서 일식이 끝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예정대로 워싱턴 주 Stevenson을 향해 차를 달리다...  (달리려고 했으나 이미 시작된 교통 혼잡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는 '파킹랏 같은'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레건 Madras에서 eclipse chaser들과 함께 일식을 지켜보다

Right before the totality

During the totality


길에서 가다 서다 하면서 120마일여 떨어진 Stevenson까지 가는데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오레건주와 워싱턴주 경계를 따라 흐르는 Columbia River를 따라 운전하면서는, 강과 양옆으로 펼쳐지는 언덕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감탄하다. 곧 숙소에 도착. 잠시 동네를 산책하고 곧 휴식을 취하다.


위싱턴 주 Stevenson에 있는 한 Airbnb에 묵었는데,
바로 집 뒤로 산책하며 나무들이 우거진 주변의 모습을 즐기다.

다음 날 아침 숙소를 나서서 포틀랜드 공항을 향해 출발하다. 가는 길에 Columbia River를 따라 운전해가며 몇몇 곳에 들르기로 하고. 워싱턴에서 오레건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는데, 다리 한쪽으로 몇몇 사람들이 하이킹을 하는 것이 보였다. 폭이 좁은 다리인데다 인도가 따로 없는 다리라, 이런 곳에서 위험하게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하며 오레건 쪽에 닿았다. 하지만 오레건 쪽에 닿자마자 'Bridge of the Gods'라는 이 다리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고, 그 이름이 웬지 익숙하게 들렸다... 곧 이어 그 이유를 깨달았고. 아, 바로 영화 'Wild'에서 보았던 그 다리! Pacific Crest Trail(PCT) 중 1,100 마일을 혼자 배낭 여행한 Cheryl Strayed가 자신의 얘기를 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 그 영화를 보고, 또 그 책도 읽으며 나름대로 상상의 세계를 펼쳤던 기억. 이 다리가 바로 그녀가 1,100마일 백팩킹을 마무리한 곳이다. 그녀의 경험을 마치 공유라도 하는 것같아 감격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근처에 차를 세우고 우리도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 시작. 다시 워싱턴쪽까지 갔다가 돌아오다. 다리 위에서 보는 컬럼비아 강의 아름다운 모습도 즐기면서.



 


Bridge of the Gods 위에서 본 컬럼비아 강









강을 다시 건너 오레건쪽으로 돌아와 PCT를 잠시 하이킹했다. 많은 백팩커들이 지나갔을 이 길.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장기간의 고된 행군을 하면서.







잠시 동안의 하이킹을 즐기고 계속 컬럼비아 강을 따라 운전해 가다가 Multnomah Falls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다단계 폭포로 잘 알려진 곳. 해서 관광객들로 무척 붐볐고. 지난 2009년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차를 세우고 Multnomah Falls를 보기 위해 하이킹하는 중에
마주친 이곳. 폭포의 물들이 수풀들 사이로 배어나오면서
낙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Multnomah Falls


Multnomah Falls -
관광객들로 무척 붐볐다.



폭포를 한동안 감상하고 사진도 찍다. 돌아나오는 길에 바로 옆 매점에서 다양한 fudge를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그 중에서 호두가 들은 것을 사서 맛보았다. 워낙 fudge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곳에서 맛본 것은 특별히 기억할 정도로 맛있었고.

다시 차를 달려 포틀랜드 공항에 도착.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잇은 개기 일식. 중국에서 본 첫번째 개기 일식의 경험 - 생각이나 예상만큼 대단하지 않았던 - 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그렇게 큰 기대는 안했었다. 여행 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인터뷰나 신문 기사에서 '인생을 변화시킨 경험'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개기 일식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럴까' 다소 회의적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토탈리티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그 경외감은 다른 자연 현상을 보면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을 바꾼' 경험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극히 세부화 된 내 일상 생활의 스케일을 엄청난 비율로 넘어서서 우주의 일부분이 되는 경험을 했던.

이제 2019년 7월 2일 남미 - 칠레와 아르헨티나 - 에서 있을 다음번 개기 일식. 한번도 남미를 여행한 적이 없는 내겐 이곳을 여행할 좋은 구실이 되기도 할 것이고.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서 실제로 갈 계획을 세우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날이 가까워 올 수록 이번에 경험했던 '감동'을 되새겨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래 웹사잇에 가면 지난 8월 21일 미국에서 볼 수 있었던 개기 일식을 비디오로 볼 수 있다. 특히 20:30 지점에 가면 내가 이 날 일식을 지켜보았던 오레건 Madras에서 본 토탈리티 이미지와 다이어몬드 링의 모습을 천체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https://www.exploratorium.edu/eclipse

*아래 Youtube video는, 내가 일식을 본 바로 길 건너에 설치된 천막촌(solar fest)에서 누군가 일식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drone으로 찍어 올린 이미지. 비디오에서 보이는 핫에어 벌룬이 눈에 익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AJ7Y3r9Js

Friday, August 25, 2017

와인과 등대, 그리고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이 좋았던 여행: Trip to Napa Valley, Sonoma County, Point Reyes, and others.

지난 8월 1일, 여름 학기 성적을 제출하자마자 일주일 예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집에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을 물색하다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Napa Valley 쪽으로 결정. 주변의 다른 지역들도 둘러보고, 오는 길에 Bay Area에 사는 친구들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좋을 것 같아서다.

화요일인 8월 1일, 점심 때가 가까워 집을 출발. 처음 3일 동안을 머물기로 예정한 Vallejo라는 곳에 저녁 때가 되어서야 도착. Napa Valley 남쪽에 위치한 이곳에서 머물면서 주변의 몇몇 곳들을 여행하기로 하다.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 가장 먼저 Napa Valley Welcome Center를 찾아 이곳에 4백여 개가 넘게 있다는 와이너리들에 대한 정보와 지도를 얻었다. 몇몇 와이너리들을 추천 받기도 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Robert Mondavi Winery. 와인에 대한 지식이나 마신 역사가 짧은 내게 가장 익숙한 이름. 평일 아침이라 붐비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 명의 방문객들과 한 그룹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대신, 목록에 있는 한 와인을 글래스로 시켜 바깥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여유롭게 그 향을 즐겼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포도원의 모습과 함께.

계속해서 Raymond Vineyards와 Beringer Vineyards에 들르다. 전에 Paso Robles를 찾았을 때 언덕 위로 물결을 이루며 펼쳐진 포도원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곳에서 찾은 몇몇 와이너리와 포도원들은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한편으론 이날 날씨가 무척 더워서 그다지 신이 나지 않았던 까닭도 있겠고.


Robert Mondavi Winery
Robert Mondavi Winery


Robert Mondavi Winery

Raymond Vineyards -
'Theater of Nature'

몇몇 와이너리들을 둘러보고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찾았다. 이곳 카페에서 점심도 먹고, 이곳서 만든 초코렛도 맛보았다. 카페 바로 옆 기념품 가게에는 요리하는 것을 편리하게 해 줄 다양한 종류의 고안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기발한 상품들도 많아서 한동안 재미있게 가게 안을 둘러 보았다. 갖가지 김치를 만드는 법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요리책들도 판매되고 있었다.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CIA를 나와 오던 길을 돌아오는 길에 Black Stallion Winery와 Andretti Winery를 찾았다. 가는 길에 놓친 Napa Valley welcome sign 앞에서도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다.



Black Stallion Winery

Black Stallion Winery

Andretti Winery

Napa Valley welcome sign




저녁 때가 가까워 아침에 찾았던 Napa Valley Welcome Center가 위치한 타운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추천 받은 Jazz Club에 가서 한낮 동안 더위에 지친 몸을 쉬며 한 커플의 음악을 감상하다. 피아노를 치는 남편과 노래를 부르는 부인 - 중간중간 주거니받거니 이야기도 서로 나누면서 '즐기듯이' 노래를 부르던.

한동안 그렇게 재즈를 감상하고, 근처 Oxbow Public Market을 찾다. 아침에 Welcome Center의 한 가이드로부터 얘기 듣기로는 Seattle에 있는 Pike Place Market과 비슷하다고 했지만, 이곳은 그 규모나 다양함에서 Pike Place Market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몇몇 오픈 레스토랑들과 가게들로 붐볐고. 우리는 이곳에 있는 한 피자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시켜 바깥의 테라스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저녁을 먹었다.

식사 후 Napa River를 옆으로 끼고 나 있는 이곳 Napa town을 산책하다. 아기자기한 가게들, trendy한 레스토랑과 bar들, 아이스크림 가게, 그리고 흔히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Starbucks의 모습 등을 즐기면서.



Napa town 옆을 돌아 흐르는 Napa River


다음 날은 Marin Headlands를 찾았다. 이곳은 Golden Gate Bridge를 사이에 두고 San Francisco 북쪽에 위치해 있는 곳. 군사 요새와 시설들이 있던 이곳엔, 지금은 Marine Mammal Center가 위치해 있고, Nike Missile 저장고도 역사적 기록을 위해 보존되어 방문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Rodeo Lagoon을 한바퀴 돌며 산책을 즐긴 후 이곳들을 찾았다.


Rodeo Lagoon

Rodeo Lagoon



Rodeo Lagoon

Rodeo Lagoon

Marine Mammal Center 근처에 전시해 놓은 고래 뼈들.
이곳은 근처 바다(가)에서 다치거나 병든 해양 동물들을 구조해다가
돌보는 곳. 다시 회복되면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Marine Mammal Center 근처의 고래 뼈들

Marine Mammal Center

Nike Missile site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Nike Missile site을 방문한 뒤 Marin Headlands를 나서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Sausalito. 전에 몇 번 찾은 곳이 있는 이곳. 평일임에도 관광객들로 몹시 붐볐다.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이 여러가지 다른 언어들을 쓰고 있는 것을 쉽사리 들을 수 있었다. 한국어도 간간이 들렸고. 이곳서 점심을 먹고 근처 marina까지 산책하다.


Sausalito


오후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Muir Woods에 잠깐 들러 하이킹을 하다.


Muir Woods





금요일인 다음 날 찾은 Point Reyes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해안 위 절벽으로 난 길(Tomales Point Trail)을 하이킹하며 보았던 바다와 언덕들의 모습도 좋았지만, 특히 이곳에 있는 등대와 그 등대로 이르는 길은 절로 한숨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Point Reyes Earthquake Trail

Point Reyes Earthquake Trail -
1906년에 있었던 큰 지진으로 사진에서 계단 왼쪽으로 보이는 울타리가
사진 위쪽에선 오른쪽으로 많이 옮겨간 것을 볼 수 있다.

Point Reyes Earthquake Trail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head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head


Point Reyes  Tomales Point Trailhead 근처의 dairy farm. 
지금은 모두 비어 있지만 그 건물들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 Tomales Point Trail


Point Reyes Lighthouse로 가는 길 입구에 놓인 나무 -
오랜 세월 거센 바람에 견뎌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Point Reyes Lighthouse로 가는 길 입구에서 바라본
Point Reyes Beach

Point Reyes Lighthouse로 가는 길 -
사진 위쪽에 등대가 보인다.

Point Reyes Lighthouse로 가는 길 -
3백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Point Reyes Lighthouse 안에서 올려다 본 등대



등대에서 나와 다시 3백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다


등대를 보고 Point Reyes를 나서다. 근처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한 까페에 들러 점심을 먹고.


Point Reyes 근처의 한 카페


다음날은 토요일. 아침에 Sonoma County에 있는 와이너리들을 찾았다. Cline Cellars, Jacuzzi Vineyards, 그리고 Buena Vista Winery 등. 이날 날씨가 덥지 않아 다니기가 편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3일 전에 갔었던 Napa Valley에 있는 와이너리들보다 이곳의 와이너리들이 마음에 들었다.

Cline Cellars에 갔을 때는 바로 옆에 있는 'The California Missions Museum'에도 들렀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역사 깊은 mission들의 모형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 이곳에서 모형들을 하나 둘 보는 동안 잔잔하게 울려나오는 피아노 음악이 내 관심을 끌었다. 바로 Debussy의 'Reverie'! 내가 전곡을 연주할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레퍼토리 중의 하나. 뮤지엄 한 쪽에 있는 책상 앞에 앉아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나이 지긋한 여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이런저런 얘기들로 이어졌고, 나중에는 굳이 우리들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자청해 한 모형 앞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곳에서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Jacuzzi Vineyards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야외에서 연회를 할 수 있게 잘 꾸며놓은 곳이 마음에 들었다. 한쪽엔 코스모스가 한창 피어 있어 보기 좋았고. 그 앞으로는 포도밭이 펼쳐져 많은 방문객들이 그 사이사이에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Jacuzzi Vineyards

Jacuzzi Vineyards



Buena Vista Winery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다른 곳과 달랐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와이너리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 곳곳에 이곳에 대한 역사와 소개가 실린 표지판들이 여러 개 세워져 있었고. 나무들과 주변의 모습이 어울려 상쾌함을 더해 주었다. 잠시 산책을 하기에도 아주 좋은 곳.


Buena Vista Winery

Buena Vista Winery

Buena Vista Winery

Buena Vista Winery

Buena Vista Winery

Buena Vista Winery



이렇게 Sonoma County에 있는 몇몇 와이너리를 둘러보고 이곳 다운타운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멋진 레스토랑들과 예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곳. 이곳에 있는 아이스크림 집도 마음에 들었고.

이날 오후와 다음날인 일요일엔 Bay Area에 사는 친구들을 찾았다. 내 친구와 Aaron의 친구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오랜 친구들- '오랜 친구'는 오랜만에 보아도 정겹다. 그동안의 쌓인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고.

월요일 집으로 오는 길에 Paso Robles에 들렀다. 몇년 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내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던 곳. 그래서 그 후로 한번 더 찾았었고. 이번에도 근처를 지나는 길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몇 군데 와이너리를 둘러보다. 역시 마음에 들었던.


Paso Robles의 한 와이너리


Paso Robles의 한 와이너리



Paso를 떠나 한동안 차를 달려 집에 도착. 일주일 간의 여행-- 많은 곳들을 찾았고, 마음에 드는 여러 와인들을 맛보았던. 그리고 등대로 향하는 3백여 개의 계단을 내려가며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모습에 넋을 잃었던. 아, 그리고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도. 여러가지 모양을 한 나무들과 숲. 차를 타고 지나치며 본 한무리의 elk들. 문명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문명을 떠나 자연의 한 가운데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곳들.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련하게 추억해 볼 아름다운 모습들을 머리 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가득 담아온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