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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anuary 29, 2015

'The Thorn Birds'의 저자 Colleen McCullough의 obituary를 읽으며

오늘 뉴욕 타임즈에서 'The Thorn Birds'의 저자 Colleen McCullough가 77세의 나이로 목요일인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정작 그녀의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그녀의 이 유명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미니 시리즈를 오래 전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오하이오 시절, 몸이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누워있던 어느 날 하루를 꼬박 채워 이 비디오(동네 공공 도서관에서 대출한)를 보았던 기억. Richard Chamberlain과 Rachel Ward가 각각 주인공 Ralph 신부와 Meggie 역을 맡았던 미니 시리즈. 이들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에 폭 빠져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사망 기사를 통해 그동안 별로 아는 것이 없었던 McCullough의 삶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오스트렐리아 태생이고, 그다지 화목하지 못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났다는 것. 신경 생리학(neurophysiology) researcher로 Yale 대학에서 일하기도 했다는 것과, 학교에서 받는 만족스럽지 못한 보수를 보충하기 위해 여가 시간을 이용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The Thorn Birds'는 그녀의 두 번째 소설로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3천만부 이상이 팔렸고,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1년이 넘게 올라있었다고 한다.

이 기사 여기저기에 인용된 그녀와의 인터뷰 내용들을 읽으며, 그녀가 그다지 'friendly'한 성격은 아니었던 듯한 인상을 받는다.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는 그녀.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그것이 어쩌면 그녀의 방어 기제였는지도 모르지만. 밤잠을 못이루게 할 만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쓴 작가로서 내가 상상했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인상을 이 기사를 읽으며 받았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그녀의 obituary:
http://www.nytimes.com/2015/01/30/books/colleen-mccullough-author-of-the-thorn-birds-dies-at-77.html

Wednesday, January 28, 2015

1,100 마일의 solo hike에서 잃은 것과 찾은 것 - Cheryl Strayed의 책 'Wild'

그동안 읽어오던 Cheryl Strayed의 책 'Wild'를 오늘 끝마쳤다. 이 책은 PCT (The Pacific Crest Trail) - Mexico 국경에서부터 Canada 국경까지 미 서부를 남북으로 잇는 2,650 마일에 걸친 하이킹 트레일 - 중 캘리포니아 Mojave Desert에서부터 오레곤과 워싱턴주를 잇는 다리 Bridge of the Gods까지 1,100마일을 혼자 backpacking한 그녀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 'Wild'를 먼저 보았었다. 지난 해 12월 초 이 영화가 개봉된 첫 날에. 이 영화가 개봉되기 몇 달 전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아주 많이 이 영화를 기다려 왔었다. 우선 나의 가장 큰 취미라고 할 수 있는 하이킹이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라는 것과, 오래 전부터 다른 하이커들을 통해 들어온 PCT에 관한 영화라는 것이, 그래서 이곳을 하이킹하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크게 내 관심을 끌었었다.

Reese Witherspoon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도 내가 이 영화를 기대해 온 또 하나의 이유. (그녀가 아직 소녀일 때 출연한 영화 'The Man in the Moon'과 20대 초반에 고등학생 역할을 한 영화 'Election'을 보고 그녀의 연기를 주목해 왔었다. 하지만 그 후에 본 그녀의 영화들 -거의 romantic comedy가 대부분이었던- 은 그러한 내 관심과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한편으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그녀가 이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되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그녀가 보여줄 'serious'한 연기를 기대하며 설레임으로 기다려 왔던 것.)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일까. 정작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특별히 큰 감동이나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있었던 이 영화의 감독 Jean-Marc Vallee와의 Q&A 조차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실망감으로 다소 씁쓸하게 극장을 나서면서도, PCT에 대한 관심 만큼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바탕이 된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된 것. 주로 잠들기 전 시간을 이용해 이 책을 읽었는데, 영화에서 크게 느끼지 못했던 PCT에 대한 감흥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저자 Strayed의 눈을 통해서, 또한 그녀의 마음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이 곳 trail의 모습과, 이곳을 하이킹하면서 그녀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의 어떤 부분들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커다란 backpack을 메고 이곳을 하이킹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단지 이러한 wilderness에서 오랜 시간 - 세 달 동안- 혼자 backpacking하는 것이 그녀가 struggle하고 있던 역사가 길고 복잡한 그녀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저절로 얻게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에 공감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이 세 달간의 '고행'과 '명상'이 분명 그녀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 영향이란 건 그 후 또 많은 시간 동안의 '되새김'과 '재창조'를 통해서 아주 서서히 일어나게 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마지막은 그녀가 목적지인 Bridge of the Gods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그 후 Oregon에 있는 Portland에서 그녀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겪었을 경험들이 무척 궁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 종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아무도 없는 산과 계곡, 들판을 혼자 하이킹하면서 세 달을 지내다가 -하루에 15-20마일의 산행을 강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압력을 받던 발톱들이 하나 둘씩 빠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면서- 다시 '속세'로 돌아와 일상의 routine들을 반복하면서 겪었을 그녀의 커다란 'culture shock'은 어떤 것이었을지.

그동안 여러 곳을 하이킹하면서 나도 이미 PCT의 몇몇 부분들을 하이킹 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는 PCT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 때여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고. 이제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이곳 PCT의 부분들을 하이킹하려 생각한다. 한나절에 할 수 있을 만큼의 day hike으로. 이곳을 하이킹하면서 혹 Strayed처럼 장거리 backpacking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친다면 이제 보다 재미있는 얘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PCT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웹사잇을 발견. 특히 이곳 Southern California에서 PCT를 하이킹할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정보가 관심을 끈다:
http://www.pcta.org/discover-the-trail/geography/southern-california/

Monday, January 26, 2015

소설가 이창래가 얘기하는 그의 책 'On Such a Full Sea'

지난 1월 15일 LA downtown에 있는 LA Central Public Library에서 있었던 소설가 이창래 (Chang-rae Lee)의 ALOUD event.  또 다른 소설가 Charles Yu와 함께 그의 소설 'On Such a Full Sea'에 대해 청중들 앞에서 아주 케주얼한 형식으로 대화를 나눈. 그날 마침 일이 있어서 직접 가지는 못하고, 며칠 후 podcast로 대화 전체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이 podcast를 들으며 이 책에 대해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수년 전 오하이오에 있을 때 같이 공부하던 한 친구의 추천으로 그의 소설 'Native Speaker'를 읽으면서 작가 이창래의 작품 세계를 처음 경험했다. 그 몇년 후 캘리포니아에 돌아와 살면서 그의 소설 'A Gesture Life'와 'Aloft'를 읽었고. 비록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지만, 그래도 그가 미국 이민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의 모습들이 그의 작품에 어떤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몇년 전에는 LA에 있는 Hammer Museum에서 열린 그의 book reading event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event에서 그는 당시 그가 집필 중이던 책의 몇 부분들을 청중들 앞에서 읽고,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얘기도 하고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그 유대감과,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특별한 친근감으로 용기를 내어 그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고.

이제 곧 그의 소설 'On Such a Full Sea'를 읽으며 내가 전에 읽은 세 작품 이후로 진화되어 온 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옛 친구와의 만남처럼 기다려진다.


*LA Central Library의 ALOUD event는 작가, 예술가, 과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초대해 청중들 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아래 웹사잇에서 이날의 대화 전체를 podcast로 들을 수 있다:
http://www.lapl.org/collections-resources/e-media/podcasts/aloud/such-full-sea-novel

Tuesday, January 20, 2015

내가 '나'일 수 있는 조건 - 영화 'Still Alice'를 보면서 생각하다

지난 주말 Julianne Moore가 주연한 영화 'Still Alice'를 보았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몇 주 전부터, 또한 이 영화 평을 신문에서 읽고는 더욱 더, 이 영화가 개봉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LA 개봉 첫날인 지난 금요일 저녁, 한껏 기대에 부풀어 이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의 스토리는 Columbia 대학 언어학 교수인 주인공 Alice가 알쯔하이머(Alzheimer) 증상들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들과 청중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동안 단어들을 잊어버려 말문이 막히는 것에서부터, 늘 다니던 캠퍼스에서 길을 잃는 것 등등. 이 병의 진단을 받고 차츰차츰 기억과 사고 작용이 쇠퇴되어 가면서 그녀가 겪는 갈등과 방황, 그리고 주변의 가족들 - 남편과 성인이 된 세 아이들- 이 겪는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영화에 묘사되고 있다.

알쯔하이머를 겪으면서 기억과 언어 사용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가까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특히 언어학 전문가로서 그동안 이 분야에 많은 연구와 지식을 쌓아온 주인공 Alice의 경우는 그래서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극에서 다른 극으로의 더욱 큰 추락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우리가 우리의 언어 능력과 지적/사고 능력을 잃었을 때 과연 아직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아니면 이미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버린 걸까.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제목은 'Still' Alice. 그래도 '여전히' Alice라는 것? 그녀의 남편의 경우처럼, 그녀의 스마트함과 지적인 세계 -미모 뿐 아니라-에 마음이 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경우에, 그 상대가 그 스마트함과 지적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때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

또 하나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Alice가 아직 알쯔하이머 초기 단계일 때 자신에게 보내는 비디오 메시지를 녹화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것을, 이제 증상이 많이 진전된 또 하나의 그녀가 보게 되는 장면이다. 둘 다 Julianne Moore가 연기한 것이지만, 같은 사람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차이를 볼 수 있다. 비디오 속의 그녀는 아주 샤프한데 비해, 이 비디오를 지켜보는 그녀는 모든 것이 많이 느슨해진 모습 - 눈빛과 얼굴 표정, 몸 동작 등. 이 비디오는, 그녀의 상태가 악화되어 자기 이름과 생일 등의 기본적인 정보도 기억 못하게 되면 미리 침실의 옷장 서랍 속에 준비해 둔 여러 알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우연히 이 file을 열어보게 된 그녀는, 이 비디오에서 '이전'의 자신이 지시한 대로 따라하려 하지만 침실로 가는 도중에 그 지시를 이미 잊어버려 몇 번이나 다시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결국 그녀의 랩탑 컴퓨터를 침실로 옮겨가 서랍 속 깊숙히 숨겨진 수면제 병을 발견하고 지시대로 먹으려 하는 찰나 그녀의 caretaker가 도착하게 되고 거기에 관심이 끌린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수면제들을 모두 떨어뜨리게 된다.

이 장면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이 장면이 내게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하기 때문. 병이 많이 진전된 그녀의 삶이란 건, 이전의 그 샤프한 그녀가 생각하기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녀의 'essence'를 잃어버린, 더 이상 그녀 자신이라고 할 수 없는 타인. 그런 모습의 자신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는 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기에 그 비디오를 녹화해 놓은 것이리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미 그러한 사고 작용을 잃어버린 그녀 또한 엄연히 현재에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 이미 독립된 사고와 판단 능력을 거의 잃어버려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지만. 그런 '현재'의 그녀에게 '과거'의 그녀가 어떤 authority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런 현재의 그녀가 아직도 과거의 그녀에게 '속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이 영화를 많이 좋아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Julianne Moore의 연기 때문.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그녀에게 배우로서 큰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녀의 연기에 빠져 들었다. 병이 진전되면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감탄할 만큼의 현실적인 연기로 표현해 냈다는 생각. (찾아보니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그동안 20편 가까이 보았는데, 그 중에서 'What Maisie Knew', 'The Kids are All Right', 'The Hours', 'Magnolia', 'Far from Heaven' 등의 영화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Far from Heaven'에서 그녀의 연기를 많이 좋아했던 기억도 나고.)

Still Alice. 한마디로 친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보고 난 후 함께 커피 마시며 진지하게 얘기나누고 싶은.

Friday, January 9, 2015

Trip to Paso Robles and Pinnacles National Park in California

지난 해 12월 31일부터 새해 1월 4일까지 5일간 Paso Robles와 Pinnacles 국립 공원을 여행했다. 연말연시 동안 Pinnacles 국립 공원을 여행할 계획은 벌써부터 세우고 있었지만, 포도원과 winery로 알려진 Paso Robles를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삼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의 결과. 여행 며칠 전 집에 어떤 와인이 있는지 체크할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 Paso Robles에서 만들어진 두 병의 와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몇년 전 개봉된 영화 'Sideways' 덕분에 유명해진 Santa Barbara winery에 대해선 많이 들어봤지만, 이곳 Paso Robles는 내게 생소한 이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곳에 200개가 넘는 winery가 있다고 했다. Pinnacles 국립 공원에 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어서 편리하게 들러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그래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결정하게 된 것.

12월 31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LA를 출발. 가는 길에 Ventura County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친구 부부와 점심을 함께 하고 계속해서 차를 달려 Paso - 이곳 사람들이 부르는 것처럼 - 에 도착한 것은 오후 서, 너시경. 숙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 놓은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다. 새해 전날이라 특별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분위기와 서비스, 음식 맛 모두 만족스러웠고. 이곳 다운타운에는 여러 곳의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거의가 다 좋아 보였다.

밤 11시가 넘어 이곳 다운타운에 있는 공원에서 열린 새해 축하 행사에 갔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그리 많은 사람이 모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2백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에게 face painting을 해주는 곳도 있었고, 한쪽에선 private party도 열리고 있었다. 시 정부 건물로 보이는 한 건물 앞 광장엔 색을 바꿔 주변을 밝히는 조명들이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축제 분위기에서 새해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드디어 새해 2015년이 문을 열었다!

새해 첫날인 다음 날은 몇 군데 winery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휴일이라 정작 문을 연 곳은 몇군데 되지 않았다. 그 중에서 Tablas Creek Vineyard라는 곳을 찾아갔다. 구불거리는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길 양 옆으로 펼쳐진 포도원들 사이로 차를 달렸다. 가는 길 내내 피아노 연주곡들을 CD로 들었는데, 특히 Chopin의 Nocturne in C sharp minor는 이날의 쌀쌀하지만 햇빛 짱한 날씨와 너무 잘 어울려서 마치 아름다운 영화의 장면들이 내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오래 내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Tablas에 도착해 wine tasting을 하면서 이곳서 일하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이곳 와이너리에 관한 얘기와, 가을 포도 수확철에 열리는 festival 얘기. 그렇지 않아도 이곳 Paso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고 있던 차에 이들의 얘기를 들으니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하게 일었다.

Wine tasting은 winery마다 여섯 가지의 다른 와인을 미리 준비해 놓고 순서에 따라 하나씩 맛을 보게 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각 와인 당 한, 두 모금 정도의 와인을 따라 주고 맛을 보게 한다. Tasting을 하는데 대개 10불씩 내야 하지만, 와인을 구입하면 tasting fee를 제해 준다.


Tablas Creek Winery



두 번째로 찾은 곳은 Whalebone Winery. 이곳은 첫 번째로 들른 Tablas 보다 캐주얼한 분위기. 한편에는 이곳서 짜낸 다양한 향의 올리브 오일도 판매하고 있었다.

와인 tasting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한 커플이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주변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Orange County에 있는 Dana Point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이곳의 생활을 많이 즐기고 있는 듯했다. Dana Point도 내가 좋아하는 곳이지만, 이곳 Paso는 주변에 둘러있는 포도원들과 산뜻한 타운의 모습으로 더욱 마음이 끌리는 곳.  


포도밭 사이를 계속 운전하고 가다가
차에서 내려 찍은 사진.



오후엔 북쪽으로 차를 달려 King City로 향하다. Pinnacles 국립공원 동쪽과 서쪽에서 각각 하루씩 하이킹을 계획하고 있던 차라 양쪽 모두 접근이 편리한 이곳 King City에 숙소를 정하다. 짐을 풀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한 후 다운타운에 있는 한 피자집에서 football game을 보며 저녁을 먹었다.

마침 이날은 내 모교인 오하이오 주립대(Ohio State University)와 University of Alabama의 Sugar Bowl 경기가 있는 날. 경기 초반에 OSU가 먼저 field goal로 득점을 시작했지만, 곧이어 UA의 touchdown으로 역전. 시즌 1위인 UA와 4위인 OSU의 준결승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듯 UA가 경기 초반의 주도권을 잡았다.

피자집을 나설 때까지 UA가 리드하는 게임에 다소 실망하면서 숙소로 돌아와 계속해서 게임을 지켜보다. Halftime에 가까워오면서 OSU가 선전하기 시작. 그 뒤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계속해서 OSU가 리드하면서 결국 승리에 이르다! 1월 12일 University of Oregon과 결승전인 Championship Game을 벌이게 되고. 이날 하루를 신나게 마감한 게임!

다음 날인 금요일. 오전에 Pinnacles 국립 공원 동쪽 입구에 도착. High Peaks to Bear Gulch Loop을 하이킹하기 위해서다. 메인 파킹랏은 이미 차들로 꽉 차서, 조금 운전해 내려가 길 옆에 위치한 작은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을 시작하다. 하이킹 초반에 곁길을 택해 Bear Gulch Cave와 Reservoir에도 들렀다. 깜깜한 동굴 안을 지나 가파르게 난 계단들을 따라 오르다. 간간이 작은 폭포들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계단이 끝나는 곳에 이르니 갑자기 눈 앞에 푸른 호수의 모습이 펼쳐졌다. 바로 Bear Gulch Reservoir! 이곳에 이르는 사람들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했고.









이곳에는 rock climbing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가운데 바위 꼭대기에 보이는 
두 rock climber의 모습.

Bear Gulch Reservoir


사진 오른쪽 위쪽 바위 정상에 rock climber의 모습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확대한 모습. 



이곳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속해서 산행을 하다. Trail을 따라 한쪽으로 펼쳐지는 바위산들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한시간 반쯤 지나 한 산등성이에 이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서 휴식을 취하면서 360도를 둘러 내려다 보이는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High Peaks로 가는 길은 등산로가 좁아지고 가팔라진다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었다. 과연 어떤 곳은 커다란 바위 아래로 아주 좁은 길이 나있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커다란 바위 위에 발을 딛고 올라갈 수 있는 홈을 파 놓은 곳도 있었다. 대개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붙잡고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마지막의 가파른 바위는 난간을 잡고 내려오는데도 다리가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난간을 붙잡고 내려오면서도
무서워서 다리가 '조금' 떨렸던 곳.

능선 위로 달이 떠 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차를 세워둔 곳에 도착. 다리가 뻐근해 오면서, 운동을 많이 했을 때 느끼는 기분 좋은(?) 통증이 느껴졌다. 덕분에 다음 날 앉거나 일어날 때, 그리고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신음 소리를 내며 고생 좀 했고.

다음 날은 이곳 국립 공원 서쪽 입구로 들어가 Balconies Cave Trail을 하이킹하러 가다. 전혀 빛이 들지 않아서 flash light이 꼭 필요한 이 동굴은, 단층에 의해 생긴 협곡에 지진 등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굴러들어가 쌓이면서 생긴 talus cave. 따라서 이 동굴을 지나기 위해선 크고 작은 바위들을 오르내리며 그 사이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동굴 입구에서 거의 수직으로 몇 개의 큰 바위들을 딛고 내려가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바로 시작되었다. 손전등을 비춰 보니 큰 바위들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길. 전날의 하이킹으로 뻣뻣해진 다리로는 무리겠다 싶어 포기하고 동굴 밖으로 나오다. 대신 Balconies Cliffs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 한쪽으로 펼쳐지는 계곡과 바위산 능선의 모습을 즐기면서. 어느 정도 경사가 진 길을 따라 거의 1마일을 걸으니 동굴의 다른 쪽 입구에 다다랐다. 그곳서 다시 동굴에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오던 길로 돌아오다.


동굴로 가는 길.
햇볕이 들지 않는 한 바위 벽에 고드름이 달려 있다
Balconies Cave 입구의 gate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울려
동굴을 이루고 있는 이곳.

Balconies Cliffs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한 후
동굴의 다른 쪽 입구에 이르러 동굴 안을 살펴보았다.
사진의 왼쪽 가운데에 보이는 틈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


이곳서 하이킹을 마치고 다시 Paso로 향했다. 다운타운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먹고, 전날 문을 닫아 둘러보지 못한 Pear Valley Winery를 찾았다. 건물 안팎을 예쁘게 꾸며놓은 곳. 작은 파티를 할 수 있는 banquet room도 있었고,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며 결혼식 등의 이벤트를 가질 수 있는 곳도 있었다.


Pear Valley Winery




이곳에서 온천을 하기 위해 시간제로 private hot tub을 사용할 수 있는 한 spa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모두 예약이 되어 있었다. 이곳서 멀지 않은 다른 한 곳도 전화로 체크해 보았지만 마찬가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날 밤 묵기로 계획한 Santa Maria를 향해 출발하다.

다음 날은 아침 식사 후 Santa Maria를 떠나 Santa Barbara wine country로 향하다. 가는 길에 Danish village인 Solvang에 들러 잠시 시간을 보내고. 내가 처음 미국에 오던 해 San Francisco에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곳. 그땐 모든 게 신기하고 '환상적'으로 보였었는데. 인형 가게에서 사진 찍던 기억도 나고, 동화 작가 앤더슨 (혹은 내가 어릴 때 발음했던 대로 '안델센') 뮤지엄도 기억나고. 많은 해가 지나 다시 찾은 이곳은, 아기자기한 가게들의 모습이 아직도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리고 Danish bakery에서 먹은 pastry들이 정말 맛있었지만, 처음처럼 그렇게 신기하고 신나는 경험은 없었다.

잠시 둘러 본 Santa Barbara의 몇몇 포도원과 winery. 이미 Paso에 매료되었던 때문인지 이곳은 그냥 시큰둥하게 느껴졌다. Santa Barbara에 있는 Stearns Wharf에 들러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오르다.

이번 여행 중 하이킹을 했던 Pinnacles 국립 공원도 좋았지만, 특히  Paso Robles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운전을 하면서 그때 들었던 피아노 연주곡들을 들으며 길 양옆으로 나 있는 포도밭들을 떠올리곤 한다. 가을에 포도 수확철이 되면 꼭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곳.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던 이번 겨울 여행과는 아주 많이 다른, 바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수확을 앞두고 무르익은 포도향과 함께.

Trip to Oregon Coast and Portland over Thanksgiving holiday

Thanksgiving을 이틀 앞둔 화요일 (11월 25일) Oregon주 Portland에 도착. Oregon City에서 지인을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이곳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특히 반가웠던 것은 이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단풍 나무들의 모습. 이 때까지도 LA에서는 아직 더운 날씨로 가을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어서 단풍이 든 가을 나무의 모습을 아주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던 터였다.

여행을 하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대학 캠퍼스들을 둘러보는 것을 즐기는데, 이곳 Portland에서는 Lewis & Clark College를 찾았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모습의 캠퍼스. 건물 밖으로 나 있는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몇몇 클래스들을 볼 수 있었다. 소그룹 토론을 하고 있는 클래스도 있었고, 무슨 비디오인가를 보고 있는 클래스도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 혹은 학생으로, 클래스에 참여하는 것에 익숙해진 내게, '관찰자'가 되어 클래스들을 지켜보는 것이 참 흥미롭게 느껴졌다.

캠퍼스 투어를 마치고 미리 계획한 대로 Oregon Coast 여행길에 오르다. 첫번째 목적지는 Cannon Beach. 저녁 6시가 넘어 목적지에 이르다. 저녁 5시가 되기 훨씬 전에 이미 해는 지고 어둠이 내린 바닷가 마을.  겨울이라 찾는 사람도 드물었고. 문을 연 식당을 찾다가 재미있게도 철물점과 식당을 겸하고 있는 곳에서 저녁을 먹다. 조용한 마을. 이슬비가 흩뿌리는 추운 날씨.

다음 날 아침 7시가 지나 날이 밝기를 기다려 이곳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한 cafe & bakery에서 아침을 먹다. 젊은 부부가 하는 자그마한 cafe. 이곳 토박이라는 이들은, 남편은 카운터에서 손님들도 맞고 커피도 만들고 있었고, 부인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면서 주문한 음식을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 주었다. 모든 음식이 맛있었고.

식사 후 Cannon Beach로 향하다. 여전히 바람 불고 이슬비 내리는 추운 날씨. 온통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인 주변의 모습이 한편으론 마치 꿈을 꾸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Haystack Rock을 감상하며 사진도 찍고, 주변의 작은 웅덩이에서 살고 있는 바다 생물들 -anemone, mussel, starfish 등- 도 살펴보다.


Haystack Rock in Cannon Beach
Haystack Rock in Cannon Beach
안개 낀 Cannon Beach.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느껴졌다. 





다음 행선지는 이 지역에서 꽤 잘 알려진 Tillamook Cheese Factory. 이곳 공장의 역사와 관련 정보, 사진, 비디오 등의 전시물과 치즈를 만드는 과정 - 주로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작게 잘라 포장하는 과정 - 을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든 치즈들을 시식해 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든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hazelnut and salted caramel' 아이스크림은 감탄할 만큼 아주 맛있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나중에 집에 돌아와 이 상표의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곳을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한 수퍼마켓 체인에서 이 상표의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내가 즐겼던 그 향은 없었다.)

Cheese Factory tour를 마치고 이곳 Tillamook에서 서쪽 끝에 위치한 Cape Meares Lighthouse로 향하다.

Cape Meares Lighthouse









계속 남쪽으로 차를 달려 Lincoln City에 도착, 이곳에 숙소를 정하다. 이날 아침을 먹었던 Cannon Beach의 까페 주인이 추천해 준 seafood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다.


다음 날은 비가 많이 내리고 추운 날씨. 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짧은 강이라는 'D River'를 잠시 둘러보고, Devil's Punchbowl을 보러 가다. 거의 바닷가 가까이에 위치한 이곳은 파도가 칠 때마다 bowl처럼 생긴 원형 안으로 바닷물이 격렬하게 밀려드는 곳.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사진만 간신히 찍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와야 했다.


Devil's Punchbowl

이곳에서 다시 Portland로 차를 달리다. Thanksgiving day와 그 다음 날인 금요일과 토요일 아침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토요일 낮 LA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다.

Oregon Coast는 북쪽으로 워싱턴 주 경계와 남쪽으로 켈리포니아 주 경계까지 360여마일에 걸쳐 이어지지만, 이번 여행에선 그 일부만 맛을 본 셈. 날씨가 춥고 비가 오는 시간이 많아서 바깥에서 그 모습을 많이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듯 비가 오는 바닷가의 모습을 차 안에서 지켜보는 것이 아늑하고 낭만적인 맛도 있었다. 특히 Cannon Beach를 찾았을 때 보았던 안개 끼고 구름으로 뒤덮인 바닷가의 모습은 '환상적'이란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오랫 동안 잊지 못할 이미지를 내게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