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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July 24, 2012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은 한, 두가지 있기 마련이다. 대중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public speaking)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이킹을 하면서, 고소 공포증이 심해 절벽으로 난 좁은 등산로를 지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내가 오랫 동안 가지고 있던 공포 중의 하나는 깊은 물에 대한 공포이다. 내 턱 보다 깊은 물에 들어간다는 건 내게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생긴 공포일 수도 있지만, 이 공포 때문에 수영을 배우는 걸 꺼려온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공포를 최근에 극복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공포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수영을 한 것은 대학 신입생 때. 당시 내가 다니던 대학에선 신입생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수영 클래스를 듣도록 되어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수영클래스를 들으면서 다행히도우리 클래스는 한 번도 깊은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수영 클래스를 마친 후 최근까지 거의 수영을 할 기회를 갖지 않았었다. 그럴 기회를 피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게다. 가끔 그럴 기회가 있었어도 그냥 얕은 물속에서 첨벙거리는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가 한 2, 3년 전부터인가, 카약킹(kayaking)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하면서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깊은 물에서 카약킹을 하려면 수영은 필수다. 그동안 생각만 하다가 지난 5월초에 드디어 큰 맘 먹고 커뮤니티 수영 클래스에 수강 신청을 했다.

초보자들을 위한 클래스였는데 처음 한동안은 턱을 넘지 않는 얕은 물에서만 연습을 하다가, 하루는 13 피트나 되는 깊은 물가로 데려가 한사람씩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라는 거였다. 수영 강사가 바로 밑 물 속에서 손짓을 하며, 일단 뛰어들면 자기가 붙잡아 줄 테니까 아무 걱정 말고 뛰어내리라고 했다.

내 앞에 한 사람이 먼저 뛰어들고 곧 내 차례가 되었다. 위에서 보는 물은 꽤나 깊어 보였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막연한 공포가 밀려왔다. ‘뭐가 무서운 건데?’하고 누가 물어보면 대답하기도 힘든, 그냥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안 떠올라올까봐?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수면으로 떠올라오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질식이라도 할까봐? 뛰어들면서 충격으로 기절이라도 할까봐? Maybe, maybe…  한동안을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두려움은 점점 더 커져서 나중엔 도저히 뛰어들 수 없다고 굳게 믿는 상황에 이르렀다. Not today, not now… 오늘은 그냥 넘어가고 다음 시간에 굳게 마음먹고 뛰어들겠다고 했지만 수영 강사는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 수영장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되었고, 심지어 라이프 가드까지 망대에서 내려와 내가 있는 곳으로 와 있었다. 뜻하지 않게 구경거리를 만들게 되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려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그동안 내 클래스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말- 두려움 때문에 도망가면 결국 그만큼 두려움만 키워서 다음 번엔 더욱 도전하기 힘들게 된다는 이 생각났다. 지금 뛰어들지 않으면 다음 시간엔 더욱 두렵게 느껴질 거라는 깨달음과 함께, 지금이 이 두려움을 극복할 아주 좋은 기회란 생각을 했다. 바로 아래 수영 강사도 있어서 무슨 일이 나도 곧 구해줄 텐데

내가 올라가서 함께 손잡고 뛰어내려 줄까?’ 수영 강사가 제안했다. 그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그럼 네가 올라와서 먼저 뛰어내릴래? 내가 곧 따라 뛰어들 테니까.’ 내 제안에 강사가 수영장 가로 올라와 먼저 뛰어 들었고, 그 뒤를 따라 드디어 나도 뛰어 내렸다.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라오는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느꼈던 흥분과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내 턱을 훨씬 넘는 물 속에 뛰어들었다는 놀라움.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성취감. 그 강사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수영장 밖으로 올라오면서 더할 수 없이 뿌듯함을 느꼈다. 많은 경우에 그렇듯이 그렇게 한번 공포를 극복하고 나니까 그 다음엔 쉽게 깊은 물에 뛰어들 수 있었다.

이 경험이 있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두려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뭐가 무서운 건데?’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서운 이유들을 하나, 둘씩 나열해 본다. 그리고 그런 두려움의 이유들이 얼마나 reasonable한지를 생각해 본다. 혹 과장된, 근거 없는 두려움들은 아닌지. 이 경험 덕분일까.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일들 중 몇가지를 최근에 실제로 시도할 기회를 가졌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강조했듯, 때로 우리가 두려워 할 대상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다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도하고 나면, 한층 자유로와진 내 삶의 새로운 모습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진리. 수영을 배우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삶의 지혜이다.          

Monday, July 23, 2012

상처 받는 것에 대범해지기: Thoughts on Being Vulnerable


나 자신을 상처받기 쉬운, 혹은 상처받을 수도 있는 위치에 과감히 놓는 것에 우리는 얼마나 익숙해 있을까. 가능하면 그런 상황을 피하려 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인 태도가 아닐까. 하지만 이렇듯 ‘vulnerable’한 상황을 피하려 하는 우리의 노력이, 더욱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면

최근에 볼 기회가 있었던 Brene Brown TEDx Talk은 그런 점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Texas에 있는 Houston 대학의 사업사업학과 교수인 그녀는, 몇년 동안에 걸친 질적 연구를 통해 발견한 ‘vulnerability’에 대한 흥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Vulnerability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이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가 우리 삶의 질, 그리고 우리 삶에 대한 만족도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때로 우리는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인간 관계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가까운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겪으면서 먼저 미안하단 말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 반대로,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사랑한단 말을 꺼내지 못하기도 한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인간 관계에 문제가 생겨도 그 문제에 직면하기 보다는 그냥 문제를 회피하거나 그 관계를 끝내버리기도 한다.

문득 지난 4월 한국에 갔을 때 보았던 영화 건축학 개론의 스토리가 생각난다. 첫사랑의 기억과 그 첫사랑을 많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화의 주인공 커플이 대학 신입생 시절 처음 만나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함에도 헤어지게 된 것도, 결국 이들이 가졌던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추측 속에서 관계를 발전 시키고, 추측 속에서 관계를 끝내버리는 하나의 예. 상대방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될 때 혹 상처 받을 수도 있는 일이 일어날까봐 미리 겁먹고 돌아서 버리는 예.

Brown 교수가 자신의 연구 자료 분석을 통해 결론으로 얻었듯이, 이렇듯 겁쟁이처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정작 내 인생을 fully 경험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상처 받을 것이 두려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처 받지 않으려 조금만 주고, 조금만 받는그런 인생을 살다보면, 나중엔 그냥 별로 추억할 거리 조차 없는, 무덤덤한 삶의 기억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른지.    


                                                               Brene Brown TEDx Talk:
                                            http://www.youtube.com/watch?v=X4Qm9cGRub0

Saturday, June 23, 2012

Trip to Zion & Bryce Canyon in Utah


지난 5 Nevada에서 금환식(annular eclipse)을 보기 전, Utah주에 있는 Zion & Bryce Canyon을 여행했다. 수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잠깐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본 적이 있는 이들 국립공원을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벌써부터 하고 있었지만, LA에서 500마일 가까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 선뜻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이번 금환식과  겸해서 큰 맘 먹고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금환식 4일 전인 수요일(5월 16일) 저녁 집을 출발했다. 밤늦게 California 경계를 넘어 Nevada에 있는 Primm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하루밤을 묵고 이튿날 아침 Zion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오후 2, 3시쯤 Zion에 도착해 셔틀 버스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잠시 하이킹도 했다.





Bryce Canyon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려 계획했기 때문에, 이날 저녁 다시 100마일 가까이 차를 달려 Bryce Canyon 바로 바깥에 있는 Tropic이란 조그만 타운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너, 댓개의 레스토랑, 주유소 하나가 거의 전부인 작은 타운이었다.

금요일 아침, Bryce Canyon National Park에 도착해 우선은 캐년 가장자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캐년의 모습을 감상했다. 마치 많은 성들이 밀집해있는 한 도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조각상들이 모여섰는 자연 속의 미술관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곧 이어, Navajo Loop을 따라 걸어내려가서 갖가지 모양의 바위상들을 가까이에서 즐겼다. 군데군데 하얀 구름이 있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래서 위로 올려다보는 바위상들은 위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르게 하나하나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3마일 정도를 걸어 Navajo Loop 하이킹을 마쳤다. 대체로 완만하게 경사가 져 있어서 초보자들도 큰 어려움없이 하이킹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의 중간 쯤에 이르렀을 때 하나, 둘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하이킹을 끝낼 때까지 비가 쏟아지지 않다가,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했을 즈음 빗방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간식을 먹기 위해 park 안에 있는 가게 앞에서 버스를 내렸을 때, 이미 쏟아지던 비는 우박으로 변해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게까지 우박을 맞으며 뛰어가는 것이, LA에 살면서는 거의 하기 힘든 경험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느껴졌다. 때로 빗속을 우산 없이 뛰어가던 어릴 때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일단 Tropic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다시 park 근처에 가서 다른 eclipse chaser 부부와 저녁을 먹었다. 10시가 거의 가까왔을 때 저녁을 마치고 park visitor center 근처에서 열리고 있던 star party에 갔다. 해마다 이곳에서 astronomy festival이 열리는데, 올해는 특히 곧 이어 있을 금환식(annular eclipse)과 연계해 일찍 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 지역 astronomical society에 속한 사람들이 천체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과 행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불빛 하나 없이 아주 캄캄한 가운데 천체 망원경을 통해 토성(Saturn)과 목성(Jupiter), 성층(star cluster)의 모습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육안으로도 쏟아져내릴 듯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천체 망원경을 통해 행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우주에 떠도는 많은 행성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기도 했다. 모든 것이 극도로 클로즈업 되어 나 개인의 삶으로만 꽉 채워져 있는 내 일상의 모습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zoom out’되는 듯한 느낌. 진부한 표현같지만, 이 우주 안에 내 존재는 하나의 작은 점으로도 나타나기 힘든 아주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은 차로 이곳 park 여러 곳에 위치한 ‘view points’들을 돌아보았다. 나름대로의 특이한 바위 모습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일요일은 금환식이 있는 날. Nevada에서 일식을 보기로 한 계획대로 아침에 이곳 Bryce Canyon을 출발해 Nevada로 향했다. 좀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었다면, 몇군데 다른 곳도 하이킹했었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겨울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와 눈에 덮힌 캐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여름과는 또 다른 평온함을 느끼게 할 것 같다.

Wednesday, June 13, 2012

Enjoying My First Annular Eclipse


지난 5 20일에 있었던 annular eclipse (금환식) Nevada에서 보았다. 이곳 LA지역에서는 오직 partial eclipse (부분 일식)만을 볼 수 있었고, 금환식은 Northern California Nevada, Utah, Arizona, New Mexico, Texas 등에서나 보는게 가능했다. 몇달 전부터 계획하고 기대해오던 대로, 일식 며칠 전에 Utah에 있는 Zion Park Bryce Canyon을 여행하고 일요일에 Nevada를 거쳐오면서 일식을 보았다. [*Zion Park Bryce Canyon 여행에 관해서는 별도로 글과 사진을 올릴 계획이다]  

Bryce Canyon을 여행하면서 몇몇 eclipse chaser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이들은 이메일을 통해 일식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일식이 있는 곳에 여행하면서 함께 모여 일식을 보기도 한다. 일식에 대한 컨퍼런스도 몇년에 한번씩 주최한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에서 일식 컨퍼런스가 있었다. 내가 처음 일식 개기 일식(total eclipse)이었다 - 을 본 것이 2008년 중국 서북부 몽고 국경 근처에서였는데, 그때는 중국 정부에서 그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지은 Eclipse City에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일식을 보았다. 그때 많은 eclipse chaser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때에 비하면 이번엔 아주 적은 수의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각기 다른 나라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는 것이 참 흥미로웠다.


2008년 개기 일식 때 찍은 사진
중국 서북부에 있는 하미(Hami)’라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북동쪽으로 두세시간을 달려 
몽고 국경에서 50 마일쯤 떨어진 이곳 Eclipse City에서 일식을 보았다
세계 각 곳에서 일식을 보기 위해 중국에 모인 Eclipse Chaser들 (2008년)


육안으로 직접 해를 보면 눈이 상하기 때문에 
반드시 eclipse 안경을 쓰고 보아야 하는데
개중에는 이렇게 재미있게 안경을 만들어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2008년)

 Eclipse Chaser (2008년  

‘Eclipse chaser’하면, 열일 제치고 일식에 미쳐있는’, 그래서 현실 감각도 없고 현실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만나본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일식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오직 일식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않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일식을 보고 곧바로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대개는 일식 전후 며칠 동안 일식이 있을 나라를 여행하면서 관광도 하고 그곳의 문화도 경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 만난 사람들 중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온 한 부부와 저녁을 나누면서 많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남편은 독일 사람이고, 부인은 스페인 사람으로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는 부부이다. 내 일과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항상 다문화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터라 큰 흥미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었다. 특히 최근 은퇴한 부인이 오랫 동안 했던 일이 각국의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일이어서, 그녀가 일과 관련해 경험한 일들을 아주 재미있게 들었다.     

일식이 있었던 일요일. 아침에 Bryce Canyon을 출발해 St. George를 거쳐 이른 오후에 Nevada에 도착했다. 일식이 시작되는 저녁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Valley of Fire라는 주립 공원을 먼저 둘러보았다.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날씨에 사막 한 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에서 각가지 모양의 바위산들을 구경했다. 이곳의 바위들은 아주 붉은 색을 띠고 있어서, 마치 불같은 햇볕에 익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흥미있게 본 것 중의 하나는, 바위 위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긴 페트로글립(petroglyph)이다. 4천년이 넘게 존재해왔다고 하는데, 동물의 모습도 있고, 사람같아 보이는 모양도 있고, 아기 발모양의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Valley of Fire State Park in Nevada
Valley of Fire State Park in Nevada

Petroglyphs (Valley of Fire State Park in Nevada)

주립 공원을 둘러본 후 일식을 보려고 미리 예정해 놓은 곳 - Freeway 15번 바로 옆의 사막 한가운데 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있는 사람을 하나 볼 수 있었다. 그곳 시간으로 5시 반이 거의 가까워 일식이 시작되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도 하나 둘씩 늘기 시작했다. 조금씩조금씩 태양을 가려가던 달이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왔고, 달 가장자리에 조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태양이 가는 반지 모양의 ‘Ring of Fire’를 연출했을 때 일식은 절정에 달했다.

돌 위에 들고 있는 채칼 틈으로 
일식이 진행되고 있는 해의 이미지가 비쳐지고 있다

일식이 진행되어 해의 많은 부분을 달이 가리고 있다
Las Vegas에서 북동쪽으로 50마일쯤 떨어진 이곳
15 freeway 바로 옆 사막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일식을 지켜 보았다
금환식의 절정인 ‘Ring of Fire.’ 
달이 태양 안에 완전히 들어와 있다
(이 사진은 Kevin Kawai가 찍은 것
Kevin Texas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개기 일식을 보았을 때는, 구름이 낀 하늘을 피하려 일식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떼를 지어 우왕좌왕하느라 차분히 한곳에서 일식을 즐기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그렇게 대단하단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금환식은 아주 좋은 날씨 속에서 한곳에 차분히 자리를 잡고 그 과정 전체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 올 11월 호주에서 있을 개기 일식을 보기 위해 또 많은 eclipse chaser들이 그곳을 찾을 것이다. 난 아직 chaser와는 거리가 먼, 그저 기회가 되면 즐기는 정도의 ‘Eclipse Appreciator’일 뿐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큰 관심을 갖고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식의 현장을 찾아다니는 이들의 특이한 문화를 또 한번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은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Tuesday, May 22, 2012

Comma, Or No Comma


한국말로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특히 영어로 글을 쓸 때 구두점(punctuation) 사용에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한국말에는 없는 apostrophe( ‘ ) 사용도 그렇고, colon( : )이나 semicolon ( ; )등의 사용도 애매할 때가 종종 있다. 어제 날짜 New York Times에 실린 ‘The Most Comma Mistakes’라는 글은, 구두점 중에서 comma ( , ) 사용시 흔히 범하는 실수들을 지적하고 있다. 컬럼뿐 아니라,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comments 중에도 아주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있어 꼭 체크해 보도록 권한다. 또한 구두점 사용에 관한 규칙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놓은 책 ‘Eats, Shoots and Leaves’도 권하고 싶다.   

Sunday, May 13, 2012

Fly Baby Hummingbirds, Fly!


지난 달 초 한국 방문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에 바로, 뒷 마당에 있는 나무가지에 새가 둥지를 튼 것을 알게 되었다. Hummingbird 라고 불리는 아주 조그만 새의 둥지인데, 새가 작은 만큼 둥지도 내 주먹보다 작았다. 며칠 동안 아침마다 둥지 주변을 기웃거리며 무슨 변화가 있나 살펴봤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새 두 마리가 그 안에 자라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아기 새인지 뭔지 잘 몰라서 그냥 지나치려했는데, 새의 눈이 아주 천천히 깜박거리는 것을 보면서 그게 아기새라는 걸 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자라가던 두 마리 새들은 어느 새 작은 둥지에 비해 너무 커져서, 둥지 안에 있기보다는 둥지 위에 앉아있게 될 정도가 되었다. 지난 월요일이던가, 아침에 마당에 나가보니 두 마리 중 한마리가 둥지 위에 앉아 열심히 주변의 나뭇잎들이며 나뭇가지들을 살피고 있었다. 이제 곧 둥지를 떠날 만큼 컸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집에 와 나가 보니, 과연 두 마리 다 날아가 버리고 빈 둥지만 남아있었다.

그동안 아침, 저녁으로 잠깐씩 나가 본 것이 전부인데, 막상 그렇게 날아가버리고 빈 둥지만 보게 되니 섭섭한 마음도 일었다. 한편으론, 과연 이 아기새들은 얼마나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다. 워낙 몸집이 작은 새인데다가, 나는 것을 봐도 날개만 파닥파닥일 뿐 장거리를 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여서다. 그냥 평생을 한 동네에서 지내게 되는 건 아닐까 궁금했다. 몇군데 웹사잇을 체크해보니, (다행히) 이 새들도 먹이를 찾아 대이동을 한다고 한다. 우리 뒷마당에서 태어나고 여기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마리 새들이 언젠가 아주 먼 거리를 날아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거란 생각에 웬지 가슴이 설레인다


두 마리 아기 새의 모습 
(사진을 한번 클릭하면 보다 큰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새들이 날아가버린 후의 텅 빈 둥지 

Sunday, April 22, 2012

COL-COA French Film Festival


LA 살면서 프랑스 영화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어쩌다 한번씩 극장에서 프랑스 영화가 상영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프랑스 영화 뿐 아니라 외국 영화 특히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보기가 힘들다고 하는게 옳은 말일 게다. 외국 영화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주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들과 이런 주제로 얘기나눈 적이 있는데, 외국 영화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 수는 많이 제한되어 있는 같다. 자막 읽기가 귀찮다는 것과, 문화차이로 인해 외국 영화를 깊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들이 외국 영화를 꺼리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아무튼, 다시 프랑스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프랑스 영화를 보기 힘든 이곳 LA에서 내내 프랑스 영화를 즐길 있는 기회가 일년에 한번씩 있는데, 바로COL-COA Film Festival이다. ‘COL-COA’ ‘ City of Lights, City of Angels’ 약자로, LA에서 남짓 열리는 프랑스 영화제의 이름이다. 주로 새로 나온 영화들을 선보이지만, 클래식 영화들도 더러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올해는 지난 4 16일에 시작해  월요일인 내일 막을 내리게 된다.

나도 몇년 전부터 영화제 이름을 들어왔지만 그동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이틀 금요일 우연히 영화제에서  ‘Le Sauvage (영어 제목: Call Me Savage)’라는 클래식 영화를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알려진 프랑스 배우 이브 몽땅(Yves Montand)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 주연한 1975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panel discussion 있었는데 영화 전문가들이 나와서 이브 몽땅의 생애와 그의 영화 커리어에 대한 얘기들을 나눴다. 어릴 때부터 이름을 들어온 프랑스 배우에 대해 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흥미있는 시간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제 프로그램을 체크해 보니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이미 주중에 상영이 되어 영화제에서 기회를 놓친 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영화제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것이 다행으로 생각된다. 내년엔 미리 계획을 세워서 보다 많은 영화를 기회를 가지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