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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anuary 6, 2014

Mojave National Preserve 여행

지난 해 12월 29일부터 새해 1월 1일까지 나흘 동안 Mojave National Preserve를 여행했다. California주가 Nevada주와 만나는 곳에 위치한 이곳은, 15번 freeway와 40번 freeway로 그 북쪽과 남쪽 경계를 삼고 있다. Joshua Tree와 검은 용암층, 그리고 사막의 모래로 덮인 황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곳. 여름에는 화씨로 90도가 넘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지만, 겨울인 지금은 최고 기온이 50-60도 정도, 그리고 최저 기온이 30-40도 정도여서 등산을 비롯한 야외 활동을 하기에 아주 쾌적하게 느껴졌다. 몇 년 전부터 라스 베거스, 그랜드 캐년, 브라이스 캐년 등을 여행하면서 여러번 이 근처를 지나쳐갔고, 그럴 때마다 언젠가 한번 와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일요일 오전에 LA를 출발, 네시간 가량 거의 쉬지 않고 차를 달려 이곳 Mojave에 도착. 가장 먼저 찾은 곳은 Kelso Depot Visitor Center. 과거 이곳의 산업이 번성했던 때에는 철도 회사 직원들과 기차 이용 승객들을 위한 역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visitor center로 쓰여지고 있다. 이 지역의 역사와 주요 사건에 대한 설명과 사진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물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궁금해하던 질문 - national park과 national preserve가 어떻게 다른가 하는 - 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었다. National park과는 달리 national preserve에서는 사냥(hunting)이 허용되는 것이 바로 그 차이란다 (논리적으로 그 반대여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예전엔 기차역으로 쓰였지만
지금은 visitor center로 쓰이고 있는 Kelso Depot.

바로 다음에 향한 곳은, 이번 여행중 내가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온 Kelso Dunes. 모래 언덕이다. 몇년 전 Death Valley에 갔을 때도 그곳에 있는 모래 언덕에 크게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그곳보다 더욱 넓고 더욱 멋지다는 이곳 모래 언덕에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왔다. 실제로 보니, 이곳은 모래 언덕이라기보다 모래 산에 가까왔다.

하이킹의 시작 지점에서 왕복 3마일 거리. 주변의 고도보다 650 feet 더 높은 모래 산 꼭대기까지 오르기로 하고 하이킹을 시작했다. 모래 산 바로 아래 이르기까지는 거의 높낮이의 변화가 없이 그저 모래 위를 걷는 것이라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는 하이킹이었다. 하지만 정작 바로 모래 산 앞에 이르니, 생각보다 꼭대기가 높게 느껴졌고, 꽤 가파르게 보였다. 특히 경사진 모래 위를 걷는 것이라, 한발 디디면 반은 미끄러져 내려오는 듯이 느껴졌다 ('시지프스 신화'를 잠시 떠올리게도 했다). 여러번 쉬어가면서 3분의 2쯤 올라 산 아래를 보니, 그래도 꽤 많이 올라온 걸 알겠는데,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힘들게 발걸음을 옮겨봐도 별로 진전이 없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산행을 하면서 얻게 된 지헤 - 아무리 높고 힘들게 보이는 정상도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를 리 없다'는 것- 를 떠올리면서 나 스스로를 격려했다. 한 번에 열 걸음씩 옮기고 잠시 쉬고, 그렇게 자꾸 반복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정상에 가까이 올랐다. 드디어 마지막 열걸음 후에 두, 세 걸음을 더해 정상에 올랐을 때 느꼈던 '환희'!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높이 들고 'I made it!  I made it!'을 외쳤다.


Kelso Dunes.
끝에 보이는 모래산 꼭대기를 목표로 하이킹을 시작.




모래산 정상이 보이는 곳.
가파른 모래산을 오르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모래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 산등성이로 둘러싸여 있는 평화로운 모습.

모래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360도를 둘러 멀리 지평선을 이루고 있는 산등성이의 모습과 그 사이를 채운 사막의 모습. 해가 지고 있어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언덕의 모습들도 인상적이었다.

내려오는 길. 처음엔 모래 위에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왔다. 모래가 움직이면서 내는 '붕붕-' 소리만이 고요한 주변을 채웠다. 어느 정도 내려와서는 다시 걸어내려오기 시작했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막 지고 난 후의 후광과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금성의 모습이 좋은 대조를 이뤘다.


모래산에 등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금성의 모습이 위쪽 중간에 보인다.

이튿날은 아침 식사 후 'Hole-In-The-Wall' trail을 하이킹했다. Trailhead로 운전해 가는 길 주변은 Joshua Tree로 뒤덮여 있어 사막에 온 기분을 한 껏 즐기게 했다.




사진 중간에 '끝도 없이 긴' 화물 열차가 지나는 것이 보인다.




이 근처에 소들을 방목하는 목장이 있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두 무리의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Trailhead에 도착해 거의 평지에 가까운 황야에 난 트레일을 따라 한동안 걸었다. 주변에 보이는 선인장들의 모습과, 지평선을 둘러 있는 산과 언덕들. 그리고 푸른 하늘과 간간이 보이는 흰 구름의 모습들.




드디어 커다란 암벽과 바위들이 있는 곳 가까이 도착. 이곳은 이름 그대로 암벽에 많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딘가에서 이곳을 스위스 치즈에 비유한 것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정말 스위스 치즈처럼 생긴 바위들도 더러 있었다.어떤 곳들은 거의 수직에 가까울만큼 가파른 바위틈을 지나야 했는데, 그런 곳엔 암벽에 쇠고리를 박아 놓아서 붙잡거나 딛고 올라갈 수 있게 해 놓았다. 하지만 쇠고리가 있어도 발을 딛고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스위스 치즈를 연상하게 하는 구멍뚫린 바위들.





그날 오후엔 화산 활동후 용암이 흐르면서 생긴 Lava Tube를 보러 갔다. 이곳에 가기 위해선 비포장도로를 5마일 가까이 운전해가야 했는데 길이 아주 거친 곳도 있고, 작은 돌들로 덮인 곳들도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만약 타이어에 문제라도 생겨 차가 서게 되면 주 도로까지 걸어나가는 것도 일이고, 지나는 차도 드물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셀폰 서비스는 없고.

Lava tube 가 있는 곳의 주변은 화산암들로 온통 검게 뒤덮여 있었다. 가까이에 연한 녹색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서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완전한 정적. 온 사방이 넓게 트인 사막의 한 가운데. 순간 시간이 멈추고, 온 세상이 그렇게 정지되는 듯한 경험을 했다. 완벽한 평온과 평화의 순간-

바로 이곳 땅 밑에 Lava Tube가 있다.
땅 위로는 선인장들이 이곳저곳에 자라고 있었고
검은 화산암들로 덮여 있었다.
아주 고요하고 평온함을 느낄 수 있던 곳. 
Lava Tube에 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다.
Lava Tube 입구
Lava Tube 안. 천정에  뚫린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그날 밤은 Mojave 북쪽 경계에 있는 Nipton이라는 곳에 묵었다. 전 주민 수가 20명도 안되는 작은 마을. 방 다섯개가 전부인 이곳의 유일한 모텔에 숙소를 정하다. 작은 방은 그런대로 아늑하고 편안했다. 다섯개의 방이 일렬로 있고, 그 앞에 거실과 두 개의 목욕실을 공동으로 쓰게 되어 있어서 모텔이라기 보다는 Bed & Breakfast 에 가까웠다. 우리 외에 오직 다른 한 방에만 투숙객이 있어서 공동 목욕실을 쓰기엔 전혀 불편이 없었다. 그나마 그 다른 투숙객들은 밤늦게 와서 이른 아침 떠나는 것 같아서 얼굴을 마추칠 기회도 없었고. 모텔 바로 옆으로 기차길이 지나고 있어서 한 밤에 두 번 경적 소리에 잠이 깨었지만 곧 바로 다시 잠이 들어 다행히도 다음 날 별로 피곤을 느끼지 않았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인 다음 날은 Mojave를 떠나 Colorado 강을 보러 갔다. 강을 경계로 서편은 Nevada주, 그리고 동편은 Arizona주인데, Nevada쪽엔 Laughlin이라는 도시가, 그리고 Arizona주쪽엔 Bullhead City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Laughlin에는 강변을 따라 큰 Casino Hotel들이 줄을 지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작은 라스 베거스를 보는 것 같았다.

Mojave National Preserve를 떠나 콜로라도 강을 보러 가는 길.
콜로라도 강. 네바다쪽에서 강 건너 애리조나를 보면서.

강변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차를 달려 Nevada, Arizona, California주가 만나는 지점을 돌아보고, 강을 건너 Arizona주로 들어가 북쪽 Lake Mohave로 향하다. 재미있는 것은 Arizona쪽에 있는 도로 표지판에는 'Mojave'라는 스페인어 표기 대신 'Mohave'라는 영어식 표기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하비 호의 남쪽 끝에는 Davis 댐이 있는데, 아주 잘 알려진 Hoover 댐의 바로 남쪽에 있는 댐이다. 후버댐에 비하면 데이비스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 규모도 훨씬 작지만, 짙푸른 모하비 호의 모습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시원함을 안겨 주었다.


Davis Dam으로 물을 내려보내는 Lake Mojave.
Davis Dam


Laughlin에 있는 한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콜로라도 강변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새해를 맞았다. 밤 12시에 불꽃놀이의 시작으로 새해가 시작되자 밖에서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Happy New Year!'를 외치며 옆에 있는 가족들과의 입맞춤으로 새해를 축하했다. 3년전 라스 베거스 스트립 중심가에서 길을 빼곡하게 메운 사람들에 둘러싸여 새해를 맞은데 이어 두번째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새해를 맞는 경험을 한 것. 그런대로 기억에 남는 새해의 시작이 될 것이다.

콜로라도 강 서편 Laughlin에서 본 새해 축하 불꽃놀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불꽃놀이를 지켜보았다.

새해 첫 날 집으로 향하는 길. 40번 freeway 대신 Route 66를 타고 60마일 가량을 달렸다. 이 highway는 1920년대에 건설되었는데,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시작해 미주리주, 캔자스주, 오클라호마주, 텍사스주, 뉴멕시코주, 애리조나주를 거쳐 켈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이르는 2천 5백마일 가까운 장거리 도로로서 미국 동서부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주변 town들의 비지니스도 따라서 번성했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점차 interstate highway system으로 대체되어 40번, 44번등의 freeway들이 이들 타운을 거치치 않고 돌아가도록 건설됨에 따라 이들 타운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경제가 쇠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해버려 아무도 사람이 살지 않는 ghost town들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가 지나간 Route 66 부분은, 애리조나주와 켈리포니아주 경계 근처에 있는 Needles에서 서쪽으로 30마일정도 떨어진 곳에서 시작해 Essex와 Amboy를 거쳐 다시 40번 프리웨이에 이르는 60마일 정도 되는 부분이었다. 가는 길에 몇군데 ghost town을 지나게 되었다. 부서져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집들에는 냉장고와 소파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보였고, 벽마다 온통 낙서(graffiti)들로 가득했다. 버려진 타이어들과 쓰레기들이 이곳 저곳에 널려있기도 했다.

Route 66
Route 66  주변의 한 ghost town


Amboy에는 아직도 Roy's Cafe와 주유소가 남아 있었다. 한때 많은 손님들을 맞았던 모텔은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그 모습들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까페 안에는 이곳을 찾았던 유명 배우들의 사진이 그들의 사인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고, 기념품도 팔고 있었다. 우리를 비롯해 몇몇 관광객들로, '비교적' 붐비고 있었다.

Amboy에 있는 Roy's Cafe 표지판.
까페는 아직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옆에 보이는 모텔은 문을 닫은지 오래다.
모텔은 문을 닫았지만 그 lounge는 이렇게 그냥 보존을 하고 있었다.
이곳 Roy's Cafe는 그래도 몇몇 관광객들이 멈춰가는 곳이 되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르다. 몇 개의 프리웨이를 갈아타면서 세 시간 정도 운전해 집에 도착.

이번 여행의 하이라잇은 아무래도 Kelso Dunes라 하겠다. 모래 언덕에 오르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힘들게 꼭대기에 올랐을 때 느꼈던 기쁨. 정상이 아무리 멀고 힘들게 느껴져도,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오르다보면 언젠가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 올 2014년 한해를 지내면서 항상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진리다. 또 하나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사방이 탁 트인 사막의 한 가운데서 느꼈던 온전한 고요와 평온함. 바쁨과 조급함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마다 잠시 되새겨 기억하고 싶어질 풍경이다.

2 comments:

  1. 잘 찍으신 사진과 설명 덕분에 구경한번 잘 했습니다! ^^
    저도 가족을 데리고 함 가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군요. 온 가족 건강하시길 빌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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