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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December 29, 2020

2020년을 마무리하며

이제 2020년도 사흘이 채 안 남았다. 올해는 온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으로 가득했던 한 해였다. 이곳 LA에선 지난 3월부터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하다가 여름과 초가을을 지나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는 않았었는데, 11월부터인가 급격하게 확진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인구 천만명의 LA County에서만 지난 7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가 만 4천(14,000)명을 조금 웃돈다고 한다 (오늘 아침 체크한 뉴욕 타임스 데이터에 의하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연초 이탤리에서 병원들에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들이 넘쳐나면서 어떻게 할 줄 몰라하는 의료진들의 지친 모습과 짧은 시기에 속출한 많은 사망자를 처치하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을 저녁 뉴스를 통해 매일 보던 것.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듯 처참한 모습이 뉴욕에 있는 병원들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을 뉴스에서 보아야 했고. 3월말 이곳 LA에 첫 'stay-at-home' 명령이 내려지면서 그동안 뉴스에서만 보던 '사재기 사태'를 처음으로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수퍼마켓이며 큰 상점들에서 텅텅 빈 선반들을 드물지 않게 보았던. 또한 평소에 차들로 넘쳐나던 거리와 파킹랏들이 음산할 정도로 텅 빈 것도 경험했고. 'Surreal'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던, 처음 경험하는 상황과 모습들. 하지만 그러한 상황과 모습들에 익숙해져가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난 3월 하순 모든 클래스들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한 주 동안에 급하게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던 것이 정말 'Crazy!'했던 일.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이라 이런저런 작은 사건들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큰 어려움없이 그 과도기를 지난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온라인 수업이 주는 이점들을 많이 즐기게 되었고. 바로 눈 앞에 모든 학생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장 큰 이점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뚫고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아침 수업 전에 동네를 산책한다는 건 이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큰 일상의 즐거움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가 시작될 때 한껏 희망에 부풀어 세웠던 새해 계획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총체적 위기'의 상황에선 'thriving'이 아니라도, 단지 잘 'surviving'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다. Physically, mentally, 그리고 emotionally, 건강하게, 잘 버텨나가는 것. 그런 점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올해 2020년을 잘 견뎌온 것을 대견해하고 감사해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