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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3, 2018

유럽 여행 (22):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 Paris, France


8월 15일. 오후에 스위스 루썬 기차역을 출발해 바젤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저녁이 되어 파리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해 둔 Airbnb 숙소에 도착하니 밖은 이미 많이 깜깜해졌고. 9층 건물 꼭대기 층에 위치한 아파트. 높은 층에 위치한 덕분에 창밖으로 파리의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어 좋았다. 한쪽으론 Sacré Cœur의 모습도 보이고.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아파트지만, 어디나 반짝반짝하게 청소가 되어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가 두 마리 있었는데, 그 중 한마리는 아주 붙임성이 좋아서 처음 보는 우리를 졸졸 따라다녔다.  

다음 날인 8월 16일 아침 파리 관광을 시작. 15년 전인 2003년 이 도시를 처음 찾았을 때 에펠탑이며 개선문, 샹젤리제, 퐁피두 센터, 로뎅 미술관, 미라보 다리 등, 이곳서 잘 알려진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았었다. 이번 여행 동안 이곳서 보낼 시간은 오직 하루. 그래서 그때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곳들을 중심으로 몇몇 곳을 찾기로 했다. Luxembourg Garden, Sorbonne University, 피카소 미술관, 그리고 시간이 되면 센(Seine)강에서 보트 투어를 하는 것도 계획했다. 

우선 가장 먼저 찾은 Luxembourg Garden은 이곳에 위치한 궁전이며 정원, 각종 조각상, 그리고 분수들이 멋졌다. 하지만 가장 내 마음에 든 것은 곳곳에 한가하게 앉아서 책을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군데군데 앉을 수 있는 벤취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서 나무 밑 그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룩셈버그 궁전




자유의 여신상

쇼팽의 동상


La fontaine Médicis


다음으로 찾은 곳은 솔본느 대학. 건물들이 성곽을 둘러쌓은 듯이 연이어 둘러서 있어 바깥에서 건물들 앞면만 보았다. 주변의 극장과 서점, 그리고 건물 벽에 그려진 그림들.


Sorbonne University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인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 근처에 도착해 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구글 맵을 보면 바로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어디로 들어가야 하는지 잠시 헤매다.

드디어 입구를 찾아 미술관에 들어섰다. 먼저 가이드가 주요 작품들을 설명해 주는 투어를 먼저 하고, 다시 찬찬히 그림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더러 눈에 익은 작품들도 있고 내게는 생소한 작품들도 있었다. 이곳엔 피카소의 작품들 뿐 아니라 그에게 영향을 주었던 당대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피카소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그의 작품




피카소

미술관 입구

피카소 미술관을 나서서 걷는 동안 작업실들을 더러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의 한 곳에 놓여진 붓통들이 내 흥미를 끌었다

미술관이 문닫는 시간이 가까워 미술관을 나서다. 저녁에 햇볕이 좀 수그러들면 센강 투어를 해야지 계획하고 있던 터라 강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노틀담(Notre Dame) 성당을 지나다. 2003년 이곳을 찾았을 때 이곳에서 예배를 보던 기억이 났다. 같은 날 아침 미국에서 파리에 도착해 한잠도 못자고 그날 저녁 이곳을 찾았었는데, 아주 많이 피곤해서 서서 예배를 보는 동안 거의 잠에 빠질 뻔했던 기억. 그날 보았던 이곳 내부의 모습에 감탄했던 기억도 생생했고. 하지만 이번에 다시 찾은 이곳은 거의 발딛을 틈이 없이 관광객들로 붐볐다. 깃발을 따라 줄지어 걷고 있는 그룹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고. 이미 내부 투어는 시간이 종료되어 다시 들어가 볼 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냥 밖에서만 그 모습을 감상하다.


노틀담 성당





센강가로 내려가 바라본 노틀담 성당

노틀담 성당 근처 길에서 마주친
몽테뉴의 동상

노틀담 성당을 지나 센강가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어디나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자꾸 15년 전의 방문과 비교를 하면서 '그때가 좋았는데...' 하는 향수에 젖기도 하다.

센강의 모습도 그동안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나 좌판을 놓고 그림을 팔고 있는 사람들을 더러 보았던, 그러면서도 강과 그 주변의 길들이 어우러져 낭만적 이미지로 내 기억에 남아 있던 곳. 다시 와서 본 이곳은, 사람들로 넘쳐나는 유람선들이 수시로 지나치고 있고, 강변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서 느긋하게 강변을 걸으며 낭만에 젖기엔 너무 '관광지화'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센강의 유람선


센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투어를 하려던 마음도 다 사라져 그냥 근처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마지막으로 에펠탑을 보러 갔다. 날이 조금씩 저물기 시작했고.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 이르니 바로 그 옆에 간이로 설치해 놓은 음식 판매대 천막촌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왔을 땐 못 보았던 새로운 모습. 그리고 탑 아래 공원에 가득한 사람들.

불이 들어온 에펠탑의 모습은 낮에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날이 점점 어두워질 수록 그 아름다움이 더해갔다. 






그렇게 파리에서의 하루 일정이 저물어갔다. 15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아주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고, 그래서 지난 15년 동안 많이 그리워했던 곳. 하지만 이번에 다시 찾은 이곳은, 적어도 내가 다시 찾은 곳들에서는, 어디를 가나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서 오히려 그 동안의 좋은 기억들이 다소의 실망감으로 다시 채색되는 경험을 했다. 관광 시즌이 아닌 때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그리고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곳의 생활을 찬찬히 관찰하고 음미해 본다면 또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



차를 타고 지나며 본 개선문의 모습




8월 17일. 파리를 떠나 아이슬랜드를 거쳐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르다. 2주 반 동안의 유럽 여행. 벨지움, 독일, 네덜랜드, 프랑스, 모나코, 이탤리, 그리고 스위스. 독일과 네덜랜드는 오직 하루씩만 여행했고, 모나코와 이탤리는 잠깐 몇 시간 동안만 머물렀지만, 그래도 단편적이나마 그 나라들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스위스 루가노.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가 오랫 동안 살았던 곳을 방문하고, 그가 많이 즐겼을 루가노 호수의 모습을 나도 함께 경이로움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경험. 언제 기회가 되서 다시 그곳을 찾게 될지는 모르지만, 푸니쿨라를 타고 산 위에 올라가 내려다 본 그 구름 덮인 호수의 모습은 오래도록 아련한 그리움으로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