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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rch 25, 2023

Rancho Palos Verdes 하이킹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그 해에 중점을 두고 하고 싶은 일들로 '새해 결심'을 세우곤 한다. 올해도 어김 없이 열 가지쯤 되는 일들로 길게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그 중의 하나가 하이킹을 좀 더 자주, 열심히 하자는 것. 3월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지난 세 달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최근의 몇몇 해들 보다는 하이킹을 자주 했지만, 그래도 바램만큼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남은 아홉달 동안, 가능하면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씩은 하이킹을 하자고 다시 결심을 다져 본다. 매번 다른 장소를 정해서.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그렇게 하이킹한 곳들을 블로그에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 보자고.

그래서 이제 그 첫 번째 기록으로, 지난 주 일요일(3월 19일)에 했던 Rancho Palos Verdes 하이킹을 이야기하려 한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그동안 여러번 찾은 이곳. 우선 Hesse Community Park으로 가서 공원 바로 옆 길가에 주차를 했다. 그 이름 때문인지 첫 방문부터 내 마음에 들었던 공원 (이 공원의 공식 이름은 Fred Hesse Jr. Community Park으로, 내가 어릴 때 많이 좋아했던 독일 작가 Hermann Hesse와는 무관하지만, 그래도 'Hesse'라는 이름이 내겐 친근하게 느껴진다). 눈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을 볼 수도 있어서 더욱 가슴이 탁 트이는. 공원 한 쪽에 있는 운동장에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크리켓 (Cricket) 게임을 하고 있었다.


Hesse Park

공원에서 바로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이곳 공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주변의 동네들을 하이킹하다. 흙으로 덮인 하이킹 트레일을 걷는 것이 아니라 포장된 길을 걷는 것이지만, 이곳은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언덕들이 있어서 충분히 좋은 운동이 되는 곳.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공원에서 바닷가까지 내려갔다 올라올 수도 있고. 어떤 언덕길은 꽤 길고 가팔라서 쉬지 않고 꾸준히 올라가려면 숨이 꽤 차오기도 한다.

이날 하이킹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야생 공작을 본 것. 이곳에서 야생 공작을 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주로 지붕 위에 있는 공작들을 보곤 하는데, 이날은 바로 눈 앞까지 가까이 다가온 공작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깃털이 아주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마치 패션쇼에서 무대 위를 당당하게 걷는 모델처럼 내 앞에서 멋진 워킹을 보여주었다. 


길을 건너고 있는 야생 공작





그동안 보았던 어느 야생 공작보다도
더욱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공작의 모습.
특히 몸통 부분의 짙은 남색은
말 그대로 눈이 부셨다.
마치 패션 모델의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처럼
한동안 감탄하며 사진을 찍었다.

  
간간이 비가 내린 이 날, 약 두 시간에 걸친 하이킹. 여러 방향으로 길이 나 있어서 원하면 한, 두 시간은 쉽게 더 하이킹을 연장할 수도 있는 곳. South Bay에서 내가 좋아하는 동네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황홀할 정도로 멋진 공작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하이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