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d Post

Sunday, December 18, 2016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The Net)' - 인간 존엄성으로 맺어진 깊은 유대가 돋보인 영화

지난 11월 13일, 일요일, Hollywood에서 열린 AFI(American Film Institute)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The Net)'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이날 Chinese Theater의 한 영화관을 거의 가득 채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던.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북 해역 경계선 근처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북한 어부 남철우는 자신의 작은 배의 모터가 그물에 걸려 작동을 멈추면서 남한 해역으로 떠내려가게 된다. 그는 즉시 남한 군인들에게 잡히게 되고, 남측 정보요원들에게 간첩의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게 된다. 그가 간첩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이번엔 전향의 권유와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북한에 아내와 딸을 두고 온 그는 한결같이 북한으로 되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결국 북한으로 돌아가게 된다.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엔 북측의 의심을 받고 조사를 받은 후 아내와 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예전의 그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한 뒤였고, 결국 극적인 결말을 맺게 된다.

이 영화를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내게 가장 뚜렷하게 다가온 것은 주인공 남철우와 그가 남한의 정보국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비인간적이거나 불법적인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 또다른 정보원 오진우와의 인간적인 유대였다. 어떻게 보면 이 두 사람은, 각각의 체제나 이데올로기의 '세뇌'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이 두 사람을 강하게 맺어주고 있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깊은 신념이라고 하겠다. 그런 면에서 내겐 이 두 사람만이 '그물'에 잡히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사람들로 보여진다.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 남철우가 선택한 행동도 어쩌면, 다시는 그물에 잡히고 싶지 않은 그의 강한 욕구에 기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내가 세번쨰로 본 영화다. 지난 2003년(혹은 2004년) Orange County에 있는 한 극장에서 상영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과 2005년 Pasadena의 한 극장에서 '3-Iron'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빈집'에 이은. 이 두 영화 이후 10년도 넘는 긴 시간 동안 그가 감독으로서 적지 않은 진화를 해왔을 것이지만, 이 영화 '그물'은 특히 강한 메시지로 내게 다가왔다.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제목 '그물'이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을 영화 속에서 음미해 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까닭이다.

*참고로 Hollywood에서 매년 열리는 AFI Film Festival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출품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음의 웹사잇에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www.afi.com/afif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