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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ugust 7, 2023

유월의 캐년 여행: Grand Canyon North Rim

미국에 있는 60여개 국립 공원 중에서 그동안 20여개 남짓한 국립 공원을 여행했다.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웅장하고 오묘한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국립공원 중에서, Grand Canyon은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랜드 캐년 국립공원은 South Rim과 North Rim으로 나뉘어져 있다. South Rim은 고도가 7천피트 정도인데, 숙박 시설이나 다른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그랜드 캐년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곳이다. 나도 South Rim은 그동안 몇 번 찾은 적이 있었고. 특히 2007년에는 1박 2일 동안 이곳을 하이킹하기도 했다.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캐년 바닥까지 내려가 이곳에서 하루밤 캠핑을 하고 다시 올라왔던. 

하지만 6월 6일부터 11일까지의 이번 여행 동안엔, South Rim 대신 그동안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던 North Rim을 찾았다. 이곳은 고도가 8천피트로 South Rim보다 더 높고, 숙박 시설도 South Rim만큼 잘 되어있지는 않다. 방문객도 훨씬 적고. 우리가 이곳을 여행하기 바로 일주일 전에 시즌이 시작되어 올해 처음으로 문을 열었지만, 공원 안에 있는 숙박 시설과 식당 등은 아직도 영업을 하기 전이었다. 상설 화장실도 문을 닫고 있어서 그 근처에 마련된 portable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고. 

6월 6일 화요일 집을 출발해 하루 종일 차를 달려 유타주 Kanab에 도착. 이곳에서 하루밤을 묵고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 North Rim으로 향했다. 몇 년 전 South Rim에 갔을 때 공원에 입장하기 위해 거의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던 기억이  있는데 - 우리 차 앞뒤로 끝도 없이 줄지어 섰는 차들을 바라보며 - 이날은 아주 대조적으로 오직 대, 여섯 차량만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원을 들어서서 바로 visitor center를 찾았다. 그곳에서 안내를 하고 있는 park ranger에게 갈만한 곳을 물어보니, North Rim을 따라 나 있는 길을 운전해 가면서 곳곳에 마련된 viewpoint들을 찾을 것을 추천했다. 개중에는 짧은 하이킹 트레일도 있다고. 캐년 바닥까지 내려가는 Kaibab trail은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visitor center 바로 옆에서 시작되는 Bright Angel Point trail. 이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눈 아래로 펼쳐지는 캐년의 모습을 감상하다. 중간에 한쪽 옆으로 나있는 샛길을 따라가 그 끝에 있는 바위 위에 올라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웅장한 캐년의 모습을 즐기기도 하고. 그리 넓지 않은 바위 위에 서서, 바위 가장자리 아래로 보이는 아득한 낭떠러지를 보면서 아찔함을 느끼기도 했다. 

  


우리가 이 바위에 다다랐을 때까지도
여전히 바위 꼭대기에 서 있던 이 사진의 사람과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그녀는
눈 아래로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는 낭떠러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바위 위를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이킹을 마치고 차에 올라 Cape Royal Road가 끝나는 곳까지 운전해 갔다. 그곳에서 다시 돌아오면서 중간중간에 있는 viewpoint들에 차를 세우고 그랜드 캐년의 다양한 모습들을 즐겼다. 때로는 바로 차 옆에 캐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기도 했고, 어떤 곳은 짧게나마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이곳들을 다 둘러보고 나니 저녁때가 가까워졌다. 공원을 나서서, Kaibab Lodge에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향하다. 공원을 나서면 바로 Kaibab National Forest가 이어지는데, 눈 앞과 옆으로 펼쳐져 보이는 평원과 그 뒤를 둘러싼 숲들의 모습이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그랜드 캐년으로 돌아가 하이킹을 하려던 원래 계획을 바꿔 유타주 St. George를 향해 차를 달리다. 전날 저녁에 보았던 평원을 계속해서 지나갔는데, 아침 햇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전날 볼 때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으로 그랜드 캐년을 South Rim과 North Rim 모두에서 볼 기회를 가졌다. 두 곳 모두에서 멋진 캐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어디가 낫다고는 하기 어렵다. North Rim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South Rim의 북적거림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여러가지 시설들이 South Rim만큼 잘 갖춰져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 그랜드 캐년 여행을 '완성'한 것같아 마음이 뿌듯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