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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ly 5, 2013

나의 장미 이야기

소설 ‘어린 왕자'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들은 예쁘지만 텅 비었어.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순 없을 거야. 물론 그저 평범한 행인이 보기엔 나의 장미는 너희와 똑같아 보일지도 몰라. 하지만 내 장미는, 그 자신만으로도, 너희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해. 왜냐하면 내가 물을 준 장미니까. 내가 덮개를 씌워 준 장미니까. 내가 바람막이로 가려 준 장미니까. 내가 벌레들을 잡아 준 장미니까 (나비가 되도록 두, 세마리 남겨둔 걸 제외하고). 불평할 때나 자랑할 때, 그리고 아무 말 하지 않을 때조차도 내가 관심을 기울여 들어 준 장미니까. ‘나의' 장미니까.”  (성미경 역)

나에게도 그런 장미가 있다 - 상징적인 장미도 있지만, 오늘은 ‘말 그대로의' 장미 얘기를 하려 한다.

2010년 초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온 몇 달후 집들이를 겸해서 아주 캐주얼한 파티를 했었다. 그날 온 한 지인이 집들이 선물로 장미 두 화분을 사가지고 왔다. 두 화분에 있는 장미들이 모두 잘 자라서 해마다 꽃도 피우곤 했었는데, 지난 해 말과 올해 초 한국 여행을 비롯한 이런저런 일들로 잘 챙겨서 물을 주지 않은 까닭인지, 올 봄 신경을 쓰고 보니 이미 두 화분에 있는 장미가 다 말라 있었다. 후회스런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그 뒤로 몇 주간 열심히 물을 주었지만 두 화분 어느 곳에도 아무런 생명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포기를 하고, 그 장미들을 화분에서 꺼내 뒷뜰 한켠에 치워두었다. 비운 화분에는 다른 식물을 옮겨 심고.

그 뒤로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우연히 그쪽 구석에 눈이 갔는데, 놀랍게도 죽은 듯 보이던 가지들 하나에서 새 잎들이 돋고 있었다. 더할 수 없는  반가움과 기쁨으로 서둘러 화분과 흙을 구해 그 장미 가지를 화분에 옮겼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지금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자라 이제 곧 꽃을 피우려 한다. 나에게는 세상의 어느 장미보다도 이 장미들이 더 아름다워보인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이지만, 그 잎사귀들조차도 완벽한 색깔과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바로 ‘나의' 장미이기 때문일까.

  







7월 8일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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