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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pril 5, 2023

미국 남부 여행 (1): New Orleans, Louisiana

이따금씩,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지금껏 가 본 주가 몇 개나 되나 헤아려볼 때가 있다. 가까운 미래에 그 50개 주 전부를 채우고 싶은 욕심도 있고. 지난해 말 겨울 방학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도, 가능하면 그동안 못 가본 주들을 포함시키길 원했다. 그래서 최종 선택을 받은 곳이 바로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 오래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12월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간 계속된 겨울 여행 동안, 뉴올리언스를 비롯해 같은 주에 있는 바통 루즈(Baton Rouge), 플로리다주, 그리고 텍사스주 휴스턴을 여행했다. 

12월 19일 월요일 낮. LA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올리언스로 향하다.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출발이 지연된 탓에 예정보다 늦게 뉴올리언스에 도착. 하지만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저녁 7시쯤,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도 별로 없어 공항 안은 더할 수 없이 썰렁했다. 

집을 출발하면서 본 LA에서의 맑은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뉴올리언스는 비가 많이 오고 있어 공항 바로 바깥 도로에 발이 빠질 만큼 물이 찬 곳도 있었다. 예외적으로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는 걸 여행 전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알고 있던 터였지만, 준비해 간 겨울 외투가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날씨가 아주 추웠다.

미리 예약해 놓은 Airbnb 숙소에 도착해 아주 길게 느껴졌던 하루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다.

다음 날인 12월 20일. 아침에 집 근처를 산책했다. 집 앞으로 바로 전차(streetcar)가 지나고 있었다. 다운타운까지 이어지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명한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의 배경이 바로 이 뉴올리언스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고풍스러운 집들도 그랬지만, 더욱 내 눈길을 끈 것은 가로수들마다 크고 작은 가지들을 '포근하게' 덮고 있는 초록색의 덩굴들. 마치 만화 영화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것같은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산책을 마치고 전차를 타고 French Quarter로 향하다. 재즈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곳 뉴올리언스에서, 그러한 재즈 음악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 거리거리를 가득 채운 레스토랑과 술집마다 라이브 재즈 연주를 접할 수 있지만, 이날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거리가 한산했다. 







거리를 걷다가 한 카페를 지나면서 'beignet (베니에)' 싸인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어릴 때 길에서 사먹던 도넛처럼 생긴, 겉에 설탕을 묻힌, 이곳의 명물이라는 도넛. 하나를 주문했는데, 세 개의 도넛이 '세트'로 나왔다. 맛도 어릴 때 먹던 그 도넛과 비슷했고. 카페 앞마당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핫 초콜릿과 함께 도넛을 먹고 있는 동안, 바로 옆의 무대에선 작은 재즈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려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곧 이어, 오직 서너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카페를 나와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흐린 날씨에 전날 내린 비로 길은 젖어 있었고. 꽤 추운 날씨. 가끔씩 길에서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을 볼 수 있었다. 드럼을 치는 사람도 있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올 때라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롤로 거리 전체를 들썩들썩하게 하기도 하면서.





이곳 뉴올리언스에서 재즈 퍼포먼스로 잘 알려진 곳, Preservation Hall도 지나쳤다. 아직 문을 열기 전. 나중에 이곳에서 재즈 공연을 보려고 체크해 보았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있는 동안의 모든 표가 이미 매진된 후였다.

조금 더 걸어가니 미시시피강에 이르렀다. 흐리고 비오는 날씨와 어울리게 거의 회색에 가까운 강물. 다리 아래로 커다란 배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강가 가까이에 있는 Jackson Square도 구경하다.


Jackson Square



버스를 타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Garden district. 길 양 옆으로 멋진 집들을 볼 수 있는 곳. 특히 이곳에서 Magazine Street을 걸으며 갖가지 다양한 가게들의 모습을 아주 재미있게 구경했다. 주택의 1층을 개조해 만든 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밖에서도 보이는 그 인테리어가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아주 내 마음에 꼭 드는 거리.
  




다음 날인 21일 수요일. 제 2차 세계 대전 박물관 (WWII museum)을 찾았다. 이곳을 찬찬히 살펴보려면 하루종일로도 모자랄 만큼 많은 것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내가 주로 시간을 보낸 곳은, 우리가 흔히 '놀만디 상륙 작전'이라고 부르는 D-Day 놀만디 침공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이었다. 특히 곳곳에 이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의 육성 증언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짤막짤막한 증언들이었지만, 그들이 직접 경험한 전쟁을 생생하게 이야기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 전시되고 있는 많은 사진 중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사진 중 하나.
1944년 6월 6일 D-Day 바로 전
참전 군인들을 위한 미사.
그 미사에 참석했던 군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무엇을 기도했을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사진이었다.





박물관 바로 앞에 서 있는 Anne Frank 동상.
"Sometime this terrible war will be over.
Surely the time will come when we are people again,
 and not just Jews."
- Anne Frank, 11, April, 1944






12월 22일, 목요일. 이 날은 뉴올리안스 미술관(NOMA: New Orleans Museum of Arts)을 찾았다. 바로 옆에 City Park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아주 좋았다. 여기저기 오래된 참나무들이 운치있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미술관도 좋았지만, 특히 내 마음에 든 것은 바로 옆 조각 공원. 꽤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던.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는데, 다가가 보니 반갑게도 한국 작가 작품이었다. 서도호 작가의 'Karma'라는 작품. 



서도호, 'Karma'












거의 하루 종일 미술관과 조각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엔 다시 French Quarter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bar에서 재즈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지만, 그 중에 Bamboula's 라는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이곳은 라이브 음악이 좋다는 것을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고, 또 뉴올리안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추천한 곳이기도 했다.


Bamboula's




다음 날인 23일 금요일 아침, 뉴 올리안스를 떠나 플로리다 펜서콜라 (Pensacola)로 향하다. 가는 길에 Bayou Savage National Wildlife Refuge 에 잠깐 들르고. 이날은 날씨가 엄청 추운데다가, 화씨로 19도 (섭씨 영하 7도), 바람도 많이 불어서 차 바깥에 나가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이 정도면 한국에선 겨울에 흔하게 경험할 추위지만, LA에 살면서 한번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겨울 날씨에 아주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정말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춥게 느껴졌다.    

미시시피주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Pass Christian이라는 작은 도시를 지났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도시. 이곳의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음식도 좋았지만, 식당 안의 분위기가 아주 아늑해서 마음에 들었다. 햇빛이 따뜻하게 내려비추는 창가에 앉아 있으니, 엄청 추운 바깥의 날씨와 대조가 되면서 더욱 아늑함을 느꼈던 것 같다.




점심 식사 후에 계속 차를 달리다. 알라바마주 Mobile을 지나면서는 다운타운에도 잠깐 들렀고. 저녁 때가 되어 이날 목적지인 펜서콜라에 도착. 미리 예약해 둔 Airbnb에서 하루밤을 묵다.

(*'미국 남부 여행 (2): Pensacola & Pensacola Beach, Florida'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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