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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19, 2011

Camping trip to Yosemite

8 7일 일요일 오후 LA 출발첫날은 Fresno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 Yosemite로 향하다. Oakhurst에 있는 Information center에 들러 캠프장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았다. 그날은 시간이 좀 늦어 우리가 계획한 Bridalveil이나 Tuolumne Meadows 캠프장엔 자리를 구하기 힘들 거라는 얘기를 듣고, 센터 직원의 제안대로 Yosemite 바로 바깥에 있는 Nelder Grove 캠프장으로 향했다. 많이 구불거리는 비포장도로를 운전해 캠프장에 도착했다.

Nelder Grove Campground (차 뒤에 캠프사잇이 있다)


Nelder Grove 캠프장은 아주 조용했다. 이곳엔 캠프장이 오직 일곱 개만 있다고 한다우리가 도착했을 때그 전날 밤 캠핑을 하고 마악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한 그룹 외에는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Portable toilet 외에는 아무 시설도 없어서지난해 Kings Canyon에 갔을 때 wilderness에서 캠핑했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바로 옆에 creek이 있어 하루 종일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그때와 같았다.
짐도 풀기 전에 근처에 있는 hiking trail들을 둘러보았다먼저 Bull Buck tree를 보러갔다. 2,700살 정도로 나이를 추정한다는 이 나무를 보면서, 처음 이 나무가 생기기 시작했을 때 이곳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했다. 키큰 나무들이 가득한 숲속을 걸으면서 상쾌함을 흠뻑 느끼고 다시 캠프장에 돌아왔다. 오후 시간은 조용한 캠프장에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책도 읽고 얘기도 나누고 그렇게 아주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면서 모기떼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을 제외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모기들이 어찌나 극성스러운지, bug spray를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팔과 다리를 수도 없이 물렸다.)

수령이 2,700살로 추정된다는 Bull Buck tree


이튿날 아침 일찍 Yosemite로 향했다. 계획했던 Bridalveil 캠프장에 도착한 것은 9시 조금 전. 서너 개의 캠프장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다. 그밖에도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그룹들도 있었다. 주중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시간에 오면 캠프장을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듯 했다. 텐트를 두, 세개 설치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한 공간과 커다란 피크닉 테이블, 곰이 접근하지 못하게 음식을 넣어둘 수 있는 bear box, 바로 옆에 식수를 얻을 수 있는 수도와 가까운 곳에 수세식 화장실도 있어서 캠프장으로선 나무랄 데 없는 곳이었다. 

텐트를 설치하고 짐을 정리한 후 Yosemite Village로 향했다. 가는 길에 터널을 지났는데, 터널에서 나오자마자 왼쪽으로 아주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캠프장에서 Yosemite Village 가는 -
터널을 나오자마자 탄성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중간 위쪽에 희미하게 Half Dome 모습도 보인다.

빌리지 가는 길에 Bridalveil Fall에 잠깐 들러 앞으로 보게 될 폭포들의 서곡부분을 조금 감상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지답게 외국어를 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유럽에 있는 나라들에서 많은 관광객이 온 듯했다. 스페인어며 불어를 비롯해 어느 나라 언어인지는 모르지만 유럽 나라들의 언어인 듯 들리는 말들을 어렵지않게 접할 수 있었다.


Yosemite Village가 가까와오면서 차가 많이 밀리기 시작했다. 빌리지 파킹랏을 몇바퀴 돌았지만 결국 자리를 찾지 못하고 근처 길가에 차를 세웠다. 디즈니랜드같은 관광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사람들로 붐볐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나 질에서 흠잡을데 없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바로 옆가게에는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몇대 놓여있었다. 1불을 넣으면 4분 동안 컴퓨터를 쓸 수 있었다.


점심 후엔 무료로 운행되는 셔틀 버스를 타고 몇몇 곳을 돌아보았다. 날씨가 더워서 많이 걷지는 못했다. National Park에 왔다기 보다는 도심 속의 붐비는 관광지에 온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캠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해지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워서 저절로 '아-'하는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사진으로 찍은 것보다  더 많이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머리와 가슴 속에 가득 담아두었다.


캠프장에 돌아와보니 아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기저기서 캠프 파이어의 연기가 일고 있었고 저녁을 준비하느라 다들 분주했다. 전날을 지냈던 Nelder Grove 캠프장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우리 옆의 캠프장엔 스위스에서 와 한달 간 미국여행을 하고 있다는 젊은 커플이 도착해 있어서 잠시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이제 거의 여행의 마지막이라 아쉽다고 했다.    


밤늦게까지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게다가 새벽 4시쯤에는 옆 캠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잠이 깨어 갑자기 큰 소리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녁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기온은 밤을 지나 새벽이 되면서 추위를 느낄 정도가 되었다. 슬리핑백 안에서 잠을 잤지만 양말을 신지 않은 발이 춥게 느껴질 정도였고, 밖으로 나온 코끝이 추위로 얼얼해졌다. 추위와 주변의 시끄러움, 그리고 텐트에서 잠을 자는게 익숙치 않은 이유 등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이튿날은 Tioga Road를 따라 운전해가서 Tuolumne (트왈루미) Meadows까지 갔다. 가는 길에 Olmstead Point에 들러서 멀리 보이는 Half Dome의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 한 ranger가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Half Dome에 등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팔라서 양옆에 설치해 놓은 로프를 잡고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망원경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 가파른 것 같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시도를 해야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 같다. 






Olmstead Point - 가운데 위쪽에 Half Dome 모습

Olmstead Point에서 -
좋은 시와 어울릴 듯한 풍경

Olmstead Point에서 Tuolumne Meadows 가는 길에-
확대해 보면 로프를 타고 등반 중인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상으로 드러나지 않아 안타깝지만
뒤에 첩첩으로 겹친 산등성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다음날의 주요 일정은 Vernal Fall에 가는 것이다. 아침 일찍 Curry Village 옆에 있는 Trailhead parking lot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을 시작했다. Mist Trail이 막혀 있어서 대신 John Muir Trail을 택했다. Mist Trail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니 그때 마악 Mist Trail을 열어놓기 시작해 가파른 계단이 계속되는 그 산행로를 따라 폭포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오르니 폭포에서 퍼져나오는 물보라가 머리를 적시기 시작했다. 꼭대기까지 6백여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데, 어떤 부분은 퍽 가파르고 물보라로 젖어 있어서 내려오는 길엔 좀 애를 먹겠다 싶었다. 오르면서, 폭포 바로 아래부터 반대편까지 무지개가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  


폭포에 오르는 길에 본 무지개






드디어 폭포 꼭대기에 이르렀다. 몇주 전 폭포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던 세명의 관광객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한명의 시신은 찾았지만 다른 두명은 아직 찾지 못해 실종 처리가 되어 게시판마다 그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물살이 워낙 빨라 한번 발을 디디면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이 보였다. 










내려오는 길은 John Muir Trail을 택했다. Mist Trail보다 거리는 길지만, 오는 길에 멀리서 폭포의 모습을 또한번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폭포 아래에 Mist Trail과 만나는 지점에 와서 다시 Mist Trail을 따라 내려왔다. 8자 모양으로 하이킹을 한 것인데,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John Muir Trail에서 Vernal Fall




2시가 넘어 Curry Village로 향했다. 이곳 피자집에서 버섯, 토마토, 올리브 세가지 타핑의 피자를 주문했다. 20분도 채 안되 주문한 피자가 나왔고, 그로부터 20분이 지나기 훨씬 전에 한조각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근래에 먹어본 피자 중에서 제일 맛있다고 느끼면서... (아마도 배가 아주 많이 고팠었기 때문일 듯).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피자집 바로 건너편에 있는 lounge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가운데 사람들이 저마다 랩탑 컴퓨터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우리도 바깥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오랜만에 WiFi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아, 문명의 편리함-! 별다른 고마움 모르고 당연시하며 사용해오던 WiFi 인터넷 서비스가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캠핑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조선일보와 뉴욕 타임스 기사들을 읽었다 (이메일은 이틀전 샌드위치 샾에 갔을 때 그곳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이미 체크하기 시작했었고). 일상을 떠나 자연을 즐기기 위해 시작한 캠핑이지만, 일상의 익숙함을 다시 경험하면서 집에 온듯한 평화로움마저도 느끼며 감격해 했다. 

이곳 Curry Village가 Yosemite Village 보다 아주 마음에 들어서, 한여름 성수기가 아닌 늦가을 쯤 이곳에 다시 와서 lodge에 며칠 묵으며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차도 막히지 않을 테고, 주변 자연의 모습도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지금보다 아주 평온한 분위기로. 대낮에도 덥지 않아서 하이킹하기도 좋을 테고. 





해질녘 캠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Yosemite 떠나던 아침 Glacier Point에서 - 왼쪽에 Half Dome 보인다


저녁 늦게, 이제 몇번 다녀서 익숙해진 41번 도로와 Glacier Point 도로를 타고 캠프장으로 돌아왔다. Glacier Point Road에 가까왔을 때, 며칠 전부터 타고 있던 산불이 더 많이 번져서 더욱 넓은 지역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고, 군데군데 빨갛게 불길이 오르며 타고 있는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번개를 맞아 시작된 산불이라는데 소방수들이 계속 관찰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신고하지 말라는 표시판이 여러 군데 놓여져 있었다. 이 날은 그 전날 보다 많은 소방수들을 길에서 볼 수 있었다. 이곳 Yosemite에서는 이렇게 산불이 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해도 진한 연기로 가득한 길을 지나오면서, 특히 캠프장에서 이 길을 돌아나가지 않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조금 염려가 되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길을 다시 운전해 갔을 때는 불길이 거의 잡혀 있었다.)


내가 처음 미국에 오던 해에 한번 와보고 많은 해가 지난 후 다시 찾은 Yosemite. 처음에 왔을 때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흠뻑 즐긴 여행이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곳. 그때까지 앞으로 몇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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