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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 2017

Total Solar Eclipse 2017

지난 8월 21일, 월요일, 미국 서부의 오레건에서 시작되어 동부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이르기까지 14개 주를 거치며 일어난 개기 일식 (total solar eclipse). 캘리포니아에서도 부분 일식으로 볼 수 있었지만,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totality'를 경험하기 위해 오레건을 여행했다.

미국에서 개기 일식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 지난 1979년이라니까 (하와이에서 볼 수 있었던 1991년의 개기 일식을 제외하고), 거의 40년만에 일어나는 '대단한' 자연 현상. 그만큼 매스 미디어의 관심과 보도도 대단했고. 미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토탈리티를 보기 위해 해당 주들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이들 지역으로 가는 비행기 값과 해당 지역들의 호텔 값이 몇 배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이번 일식을 보기 위해 오레건주 Bend에 숙소 예약을 한 것이 작년 9월이고, Portland 행 비행기표를 산 것은 올해 2월. 비교적 일찍 시작한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오레건의 Madras라는 곳에서 일식을 보기로 계획하고, 그 전에 Mt. Hood에 들러 하루 묵고 Bend에서 이틀을 묵은 후 일식 당일 아침 일찍 Madras로 향하는 것이 우리의 '작전 플랜'. 그리고 일식 후엔 Madras 북쪽으로 차를 달려 Columbia River를 건너 워싱턴 주의 Stevenson에서 하루를 묵고 그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계획을 세운 대로 Portland 공항에 도착한 것은 금요일 (8월 18일) 낮. 바로 Mt. Hood로 향했다. Airbnb를 통해 예약해 놓은 숙소에 도착. 하이웨이에서 조금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아주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 듯한 집. 하이킹을 해도 좋을만한 뒷마당. 집앞에서 서로를 불러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옆집과의 거리도 떨어져 있고. 새소리만 들리는 이런 곳에서 매일을 사는 건 어떤 경험일까.


Mt.Shasta - 포틀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

체크 인을 하고 바로 Timberline Lodge로 향했다. 스키 리조트인 이곳에서 사방을 둘러 보이는 주변의 경치도 즐기고, Lodge안에 마련된 이곳 역사에 대한 전시물과 비디오도 관람했다.

곧이어 찾은 곳은 이곳서 멀지 않은 Trillium Lake. 호수 뒤로 보이는 Mt. Hood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호수가를 둘러 적지 않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더러는 낚시도 하고, 카약킹도 하고, 수영도 하고, 편안히 앉아 호수의 모습을 즐기기도 하고. 호수가 주변을 산책하다가 물 속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는 한 남자 아이가 한국말로 자기 아빠와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반가워 발길을 멈췄다. 그 아빠와 잠시 얘기를 나눠보니, 이번 일식을 보러 한국서 왔다고 한다. 우리가 일식을 보려 예정하고 있는 Madras의 한 텐트촌에 예약을 했다는데, 그 값이 상상을 초월했다. 일생에 한 번 있을 이번 기회를 많은 사람들이 비지니스의 기회로 삼는다는 얘기를 드물지 않게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Trillium Lake. 호수 뒤로 Mt. Hood이 보인다.


다음 날 아침 Bend로 향하는 길에 Madras와 Redmond를 지났다. 두 곳 모두 토탈리티 지역 안에 들어가는 곳. 이곳들을 지나면서, 일식 당일 차를 세우고 보기에 좋을 곳들을 미리 물색했다. 길 아무 곳에나 차를 파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지역에 있는 한 동네 공원에는 이미 텐트촌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식 당일에 이곳에 차를 파킹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자리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그날 자리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당일에 와서 차를 파킹하는데만 50불을 내야 한단다.

Redmond에서 Peter Skene Ogden State Park에 잠시 들렀는데, 이곳은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협곡이 절경이었다. 협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선 bungee jumping이 한창이었고. 한 때 크게 유행했던 bungee jumping. 이렇게 눈 앞에서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줄에 매달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협곡 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 보기만해도 아찔했고. 만약 일식 당일에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Madras까지 가지 못하면, Bend에서 보다 가까이 있는 이곳에서 일식을 보자고 '일단' 계획을 세우다.


Peter Skene Ogden State Park -
다리 가운데서 사람들이
bungee jumping을 하고 있다

Peter Skene Ogden State Park

Redmond에서 점심을 먹고 Bend에 도착. 포틀랜드에서 온 Aaron 동생 가족들과 합류하다.

다음 날은 이곳 Bend를 관통해 흐르는 Deschutes River에서 floating - air tube 안에 앉아서 강물을 따라 둥둥 떠내려가는 - 을 즐기다. floating을 하기 전에는, '뭐, 재미 있을까?'하면서 회의적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튜브 바닥이 그물로 되어 있어서 완전히 강물에 흠뻑 젖어야 했고.

다음날인 월요일. 오전 9시 조금 넘어 일식이 시작되는 날. 이날 새벽 다섯 시에 Bend에 있는 숙소를 출발했다. 예정지인 Madras까지는 40마일 밖에 되지 않지만, 이곳은 이차선 도로만이 지나는 곳이라, 네 시간 전에 출발하면서도 교통이 막힐까봐 조바심했다. 예상과 달리 길이 막히는 곳은 거의 없었고. 6시 15분경에 목적지 근처까지 왔다.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근처 마켓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 커피를 사러 들어갔는데, 마켓 안을 가로질러 끝도 보이지 않게 긴 줄을 보고 그냥 나왔다. 다행히 바로 옆 파킹랏 한 쪽에 간이 커피샾이 있어서 차를 세웠다. 10명 정도가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별 시간 안들이고 커피를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15분 이상을 기다려서야 원하는 커피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곧 이어 Madras 공항 건너편 private viewing 지역에 도착, 한무리의 eclipse chaser들과 join했다. Aaron이 아는 사람을 통해 이 지역에서 일식을 볼 수 있도록 전날 초대를 받은 덕분에 파킹 걱정 안하고 아주 좋은 환경 - 붐비지도 않고, 바로 옆 건물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는 - 에서 일식을 즐기게 된 것.

벌써 많은 eclipse chaser들이 와서 천체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일식이 시작되기를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008년 중국에서 만난 적이 있는 eclipse chaser들도 볼 수 있었다. 홍콩과 영국에서 일식을 보러 날아온. 이날 이 이벤트를 organize한 Glenn이라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눴다. (Glenn에 관한 기사가 며칠 전 뉴요커 매거진(The New Yorker)에 실렸는데, 그 기사에 따르면 그는 지금껏 33번의 개기 일식을 보았다고 한다. 다른 두 명의 뉴욕커와 함께 세계 기록이라고. 다음 웸사잇에 가면 해당 기사를 볼 수 있다: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7/08/28/the-new-yorkers-tied-for-the-total-solar-eclipse-record)

9시가 조금 넘어 드디어 일식이 시작되었다. 일식 안경을 통해 해의 한쪽 끝이 아주 조금 '먹혀 들어간' 것을 보았고. 이 때부터 한 시간이 넘게 서서히 일식이 진행되어 10시 20분 조금 전에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 일식에 도달. 개기 일식의 꽃은 토탈리티 직전과 직후에 나타나는 'diamond ring' -- 그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으로 두번째인 개기 일식을 보면서, 중국에서 본 첫번째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다. 다이어몬드 링을 지나 토탈리티를 이루면서 해를 완전히 가린 검은 달 주위로 빛나는 corona의 모습. 토탈리티가 계속되는 동안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야말로 'being in awe'의 경험을 했다. 경외감이랄까, 엄청난 우주의 자연 현상에 비로소 느끼는 하나가 되는 경험이랄까, 처음으로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Extraordinary experience'란 것이 바로 이런 경험을 말하는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한동안 그렇게 넋을 잃고 바라보는 중에 다시 diamond ring이 보였고, 해를 가렸던 달이 서서히 해를 비껴가기 시작.

클라이맥스인 토탈리티가 끝나면서, 교통 혼잡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서둘러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고. 우리는 한동안 머물면서 일식이 끝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예정대로 워싱턴 주 Stevenson을 향해 차를 달리다...  (달리려고 했으나 이미 시작된 교통 혼잡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는 '파킹랏 같은'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오레건 Madras에서 eclipse chaser들과 함께 일식을 지켜보다

Right before the totality

During the totality


길에서 가다 서다 하면서 120마일여 떨어진 Stevenson까지 가는데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오레건주와 워싱턴주 경계를 따라 흐르는 Columbia River를 따라 운전하면서는, 강과 양옆으로 펼쳐지는 언덕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감탄하다. 곧 숙소에 도착. 잠시 동네를 산책하고 곧 휴식을 취하다.


위싱턴 주 Stevenson에 있는 한 Airbnb에 묵었는데,
바로 집 뒤로 산책하며 나무들이 우거진 주변의 모습을 즐기다.

다음 날 아침 숙소를 나서서 포틀랜드 공항을 향해 출발하다. 가는 길에 Columbia River를 따라 운전해가며 몇몇 곳에 들르기로 하고. 워싱턴에서 오레건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는데, 다리 한쪽으로 몇몇 사람들이 하이킹을 하는 것이 보였다. 폭이 좁은 다리인데다 인도가 따로 없는 다리라, 이런 곳에서 위험하게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생각하며 오레건 쪽에 닿았다. 하지만 오레건 쪽에 닿자마자 'Bridge of the Gods'라는 이 다리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고, 그 이름이 웬지 익숙하게 들렸다... 곧 이어 그 이유를 깨달았고. 아, 바로 영화 'Wild'에서 보았던 그 다리! Pacific Crest Trail(PCT) 중 1,100 마일을 혼자 배낭 여행한 Cheryl Strayed가 자신의 얘기를 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 그 영화를 보고, 또 그 책도 읽으며 나름대로 상상의 세계를 펼쳤던 기억. 이 다리가 바로 그녀가 1,100마일 백팩킹을 마무리한 곳이다. 그녀의 경험을 마치 공유라도 하는 것같아 감격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근처에 차를 세우고 우리도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 시작. 다시 워싱턴쪽까지 갔다가 돌아오다. 다리 위에서 보는 컬럼비아 강의 아름다운 모습도 즐기면서.



 


Bridge of the Gods 위에서 본 컬럼비아 강









강을 다시 건너 오레건쪽으로 돌아와 PCT를 잠시 하이킹했다. 많은 백팩커들이 지나갔을 이 길.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장기간의 고된 행군을 하면서.







잠시 동안의 하이킹을 즐기고 계속 컬럼비아 강을 따라 운전해 가다가 Multnomah Falls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다단계 폭포로 잘 알려진 곳. 해서 관광객들로 무척 붐볐고. 지난 2009년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차를 세우고 Multnomah Falls를 보기 위해 하이킹하는 중에
마주친 이곳. 폭포의 물들이 수풀들 사이로 배어나오면서
낙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Multnomah Falls


Multnomah Falls -
관광객들로 무척 붐볐다.



폭포를 한동안 감상하고 사진도 찍다. 돌아나오는 길에 바로 옆 매점에서 다양한 fudge를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그 중에서 호두가 들은 것을 사서 맛보았다. 워낙 fudge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곳에서 맛본 것은 특별히 기억할 정도로 맛있었고.

다시 차를 달려 포틀랜드 공항에 도착.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 오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잇은 개기 일식. 중국에서 본 첫번째 개기 일식의 경험 - 생각이나 예상만큼 대단하지 않았던 - 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그렇게 큰 기대는 안했었다. 여행 전 텔레비전을 통해 본 인터뷰나 신문 기사에서 '인생을 변화시킨 경험'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개기 일식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럴까' 다소 회의적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토탈리티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그 경외감은 다른 자연 현상을 보면서는 느끼기 힘든 독특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을 바꾼' 경험까지는 아니었지만, 지극히 세부화 된 내 일상 생활의 스케일을 엄청난 비율로 넘어서서 우주의 일부분이 되는 경험을 했던.

이제 2019년 7월 2일 남미 - 칠레와 아르헨티나 - 에서 있을 다음번 개기 일식. 한번도 남미를 여행한 적이 없는 내겐 이곳을 여행할 좋은 구실이 되기도 할 것이고.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서 실제로 갈 계획을 세우게 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날이 가까워 올 수록 이번에 경험했던 '감동'을 되새겨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래 웹사잇에 가면 지난 8월 21일 미국에서 볼 수 있었던 개기 일식을 비디오로 볼 수 있다. 특히 20:30 지점에 가면 내가 이 날 일식을 지켜보았던 오레건 Madras에서 본 토탈리티 이미지와 다이어몬드 링의 모습을 천체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https://www.exploratorium.edu/eclipse

*아래 Youtube video는, 내가 일식을 본 바로 길 건너에 설치된 천막촌(solar fest)에서 누군가 일식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drone으로 찍어 올린 이미지. 비디오에서 보이는 핫에어 벌룬이 눈에 익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AJ7Y3r9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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