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1)에서 이어짐.]
8월 4일 일요일. 핼리팩스에서 작은 비행기를 타고 저녁이 가까워 생 피에르(Saint Pierre)에 도착했다. 이곳은 캐나다 Newfoundland 바로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프랑스의 해외 집합체(collectivité d'outre-mer: overseas collectivity)다.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이곳에선, 언어도 불어를 쓰고, 화폐도 유로를 쓴다. 처음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을 계획할 땐 전혀 몰랐던 곳인데, 이 지역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바로 근처에 프랑스령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무런 주저 없이 이번 여행의 목적지 중에 포함시키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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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석 남짓한 작은 비행기를 타고 생 피에르에 도착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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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피에르 공항. |
게이트가 하나뿐인 아주 작은 공항.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적은 수의 승객들이 공항 라운지에 모여있는 동안, 더러는 마중나온 사람들과 함께 바로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떠나기도 하고, 더러는 택시를 기다리기도 했다. 우버는 물론이고, 공항 바깥에 택시도 없어 어떻게 하나 하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사람이 택시를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가 오면 기사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드디어 그들을 태우기 위한 택시가 도착했고, 기사에게 물으니 그들을 호텔에 데려다 주고 곧 올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얼마 후에 도착한 기사의 택시로, 1마일 남짓 떨어진 호텔로 향하다. 그 기사의 말로는, 이 섬에 택시가 총 네대 있다고 한다. 전화로 부를 수 있고.
비가 부슬부슬내리고 안개가 끼기 시작한 날씨. 기온도 핼리팩스에 비해 많이 떨어져 거의 춥게 느껴졌다.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여행 전에 찾아본 바로는, 이 섬에선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인구가 아주 적은 섬이라 식당도 몇 개 안되고.) 다음날 저녁은 여행 전에 미리 예약을 해놓았었지만, 첫날은 일정이 어떨지 몰라 예약을 안 한 상태였다. 과연, 첫 질문이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다. 안했다고 하니까, 난처한 표정을 보이다가 한 테이블로 안내했다. 다행히 이곳에서 이날 저녁을 먹을 수 있었지만, 어쩌면 저녁 먹을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수도 있을 뻔했다.
저녁을 먹고 근처를 산책했다. 얼마가지 않아 등대의 모습이 보였고. 안개 속에서 어렴풋한 불빛으로 보이는. 주위에 아무도 없이 고요한 가운데,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은 모습.
다음 날 (8월 5일 월요일)은 이곳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을 찾았다. 이 섬은 아주 작아서 모든 비지니스들이 1마일 정도 되는 곳에 다 모여있다. 덕분에 어디든 걸어서 갈 수 있었고. 하루종일 계속해서 안개비가 흩뿌리는 스산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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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 호텔이 있는 쪽에 거의 모든 비지니스가 있지만, 만처럼 둘러난 이곳에서도 몇몇 비지니스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섬을 떠나기 전날 저녁을 먹었던, 아주 마음에 든 레스토랑을 포함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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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 보았던 등대. 안개가 많이 낀 아침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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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중인 1940년 6월 프랑스 국민에게 보낸 드골 장군의 메시지: "우리는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진 것은 아니다"로 시작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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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수퍼마켓에 진열된 한국 식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
오후에는 ferry를 타고 Ile aux Marins ('Island of the Sailors')을 찾았다.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도 창밖으로 보이는 가까운 섬이다. 지금은, 일년 중에 기후가 좋을 때에만 잠시 와 머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상주하는 인구는 없는 곳이란다. 섬의 반쪽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며, 예전에 쓰여졌던 건물들과 그 건물에 대한 기록들을 읽어보다. 학교와 교회 등등의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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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e aux Marins ('Island of the Sailors') |
거의 다른 사람을 볼 기회가 없었던 작은 섬. 어떤 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뚫고 걸어가는데 애를 먹기도 했고. 하지만, 아주 멀리, 정말 아주 한적한 섬에 와 있다는 느낌이 싫지 않았던 경험. 한시간 정도 이곳에 머물다가 다시 ferry를 타고 생 피에르로 돌아오다.
생 피에르에 머무는 동안 재미있었던 것은, 전날 같은 비행기로 온 사람들을 이곳저곳에서 마주친 것. 우리와 같은 호텔에 묵는 사람도 몇몇 있었고. 식당에 갔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에도,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마주쳤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머무는 지역이 작다는 얘기도 되고.
이 섬에는 까페와 베이커리, 그리고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그저 몇 개만 있었는데, 그것도 하루 종일 문을 여는게 아니라 잠깐씩만 문을 여는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아예 찾기 힘들었고, 우리가 묵는 호텔 식당을 제외하곤. (이곳의 아침식사는 정말 말 그대로 'petit déjeuner' - 커피와 쥬스, 크로와상이나 바게트가 전부인.) 점심과 저녁에 문을 여는 곳도 별로 없었다. 하루에 몇 시간만 문을 열고 그 시간에 오는 손님만 받는. 어떻게 보면, 이곳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기도 하지 않을까. 일 이외의 생활도 많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날 저녁은 여행 전에 미리 예약해 둔 식당에서 먹었다. 음식, 실내 분위기, 서비스, 모든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이곳에서도 같은 호텔에서 머무는 또 다른 관광객과 우연히 마주쳤고.
다음날인 화요일(8월 6일)엔 바로 옆 섬인 Miquelon에 갈 예정이었다. 하루 한번 출발하는 비행기표도 미리 예약했었고. 승객 10명을 태우는 아주 작은 비행기. 하지만 이날 아침 일찍, 비행기표를 예약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안개가 너무 짙어서 비행기가 취소되었다고.
전날처럼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호텔 리셉션 데스크에 가서, 이날 아침 비행기가 취소된 얘기를 하고 혹 다른데 가 볼 곳을 추천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데스크에서 일을 하고 있던 직원은, 조금 있으면 자기 시간이 끝나니까, 자기 차로 근처에 하이킹하기에 좋은 곳을 데려다 주겠다고 자청했다. 우리는 너무 신나했고!
곧 그 직원이 임무교대를 하고 우리를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Le Diamand 이라는 곳에 데려다 주었다. 이곳은 바닷가를 끼고 난 trail로, boardwalk 위를 따라 걸으며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머문 호텔이 있는 마을과는 아주 다르게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는, 녹색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몇 마리 볼 수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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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Diamand' boardwalk. Miquelon으로 가는 비행기가 짙은 안개로 취소되어서 계획에도 없이 찾은 곳이지만,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 boardwalk을 따라 걸으며 안개가 낀 바다의 모습을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은 기억으로 남는 곳이다. |
부슬비를 맞으면서 한동안 하이킹을 했다. 비록 비행기가 취소되어 Miquelon에는 못 갔지만, 그보다도 더 좋은 시간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게 아주 마음에 드는 하이킹이었다.
하이킹을 마치고 처음 우리를 차에서 내려준 지점에 도착.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부르려니 셀폰 시그널이 잘 안 잡혔다. 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hitchhiking을 시도해 보다. 길 옆에 서서, 앞에서 오는 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이면서. 기쁘게도 첫 차가 바로 멈춰섰고. 은퇴하고 이곳에 산다는, 60대쯤 되어보이는 여자였다. 그리 길지 않은 라이드였지만, 서로 반갑게 얘기를 나누다. 내리면서, 태워줘서 정말 고맙다는 얘기를 했고. 여행하는 동안 좋은 시간 보내라는 그녀의 인사. 영화에서 보기는 했어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일이라 차가 떠나고 나서도 에런하고 한참을 웃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마을에서 보이는 언덕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갔다. 눈 아래로,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이 정말 '그림같이' 예뻐 보였던. 집들 뒤로 멀리에, 전날 갔었던 섬의 모습도 보였다.
오후에, 저녁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몇 군데 전화를 했지만 이미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다행히 한 군데에 간신히 예약을 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가서 보니 전날 먹었던 식당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다음 날인 8월 7일 수요일.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내내 안개 끼고 부슬비가 내리던 날씨가 모처럼 활짝 개여서 오랜만에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오전에는 마을이 끝나는 곳까지 산책을 하며 섬을 둘러보고, 오후에 다음 목적지인 Newfoundland의 St. John's로 향하다. 아주 아담한 그 공항에 다시 가서, 이섬에 올 때 탔었던 것과 같은 사이즈의 작은 비행기를 타고.
아주 작고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 작은 섬, 이곳 생 피에르에서의 시간들. 크게 내세울 관광 명소는 없었지만, 작은 마을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며 나름 아기자기한 모습들을 즐길 수 있었던 곳. 비지니스가 모여 있는 섬의 한쪽만을 경험하고, 섬 반대편은 전혀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안개에 싸인 나른한 모습들이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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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생 피에르 공항. 천장에 작은 모형 비행기가 귀엽게 매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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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인 St. John's로 우리를 데려다 준 작은 비행기. |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3)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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