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그 자체도 즐거움이지만, 여행하기 전 계획을 세우면서 설레임으로 기다리는 것 또한 커다란 즐거움이다. 지난 달 여름방학 동안의 캐나다 여행은 바로 그러한 'full-package' 즐거움을 경험하게 한, 아주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다. 여행 몇 달 전부터 비행기표를 사고, 숙소들을 예약하고, 가보고 싶은 곳들을 알아보면서, 그리고 특히 인터넷에 가득한 많은 사진과 몇몇 비디오들을 체크해 보면서, 설레임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8월 1일 집을 출발해서 19일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3주 가까이 계속된 이번 여행. 정말 많은 'awesome'한 곳들을 경험할 수 있었던, 여행 전의 많은 기대와 설레임을 온전하게 만족시킬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8월 1일 목요일. 지난 몇 년간의 여름 방학 여행이 거의 그러했듯, 정신없이 여름 학기를 마치고 성적을 제출하자마자 짐을 싸서 여행길에 오르다. LA 공항에서 오후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를 경유해 첫번째 여행지인 핼리팩스(Halifax)에 도착. 이곳은 캐나다 10개의 주(province) 중 하나인 노바 스코시아(Nova Scotia)주의 주도로, 대서양에 접해 있는 항구도시다. 캘리포니아보다 네 시간이 빠른 덕분에, 현지 시간으로 거의 새벽 3시가 다 되어 공항에 닿았다.
짙은 안개에 싸인 공항.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주변의 몇몇 비행기들의 불빛을 바라보다. 아주 늦은 (혹은 아주 이른) 시간이라 공항은 한산했고. 공항을 나서서 Uber로 몽환적인 모습의 거리를 달려 숙소에 도착하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3시가 가까워 핼리팩스 공항에 도착하다. 짙은 안개에 싸여, 꿈을 꾸고 있는 듯했던. |
새벽에 잠자리에 든 덕에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 캐나다 여행의 첫 날(8월 2일, 금요일)을 시작하다. 이날은 다운타운에서 보낼 계획이어서, Uber를 이용해 먼저 다운타운에 있는 한 카페로 향하다. 이란에서 왔다는 Uber driver는, 이곳 핼리팩스가 꽤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이곳엔 대학들이 많이 있어서, 외국 유학생들도 많단다.
인터넷으로 찾은 한 까페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커피와 음식, 분위기, 서비스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또한 재미있었고.
식사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Canadian Museum of Immigration. 캐나다 이민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바로 대서양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에서 한 직원이 안내해 주는 투어와 비디오 교육 영상, 그리고 전시된 사진들과 설명을 보면서, 유럽에서 배를 타고 아주 많은 날들이 걸려 이곳에 이른 캐나다 초기 이민자들의 삶의 단편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미국에 이민와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더욱 이들의 삶에 관심이 갔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Pier 21에 위치한 Canadian Museum of Immigration. |
박물관 안에서. |
박물관 창을 통해 본 Georges Island의 모습. 예쁜 등대가 참 인상적이었다. |
박물관을 나서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Point Pleasant Park을 찾았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 공원엔, 나무도 많고 어느 정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사도 나 있어서 산책을 하기에 참 좋았다.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척 좋은 운동과 휴식 공간이 될 듯했다.
Point Pleasant Park |
저녁엔 다시 다운타운으로 갔다. 거리거리마다 레스토랑으로 가득한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바깥에 마련된 테이블을 꽉 채우고 있었고. 우리도 한 Irish Pub에 들어가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여행 첫날의 여유롭고도 신나는 분위기를 즐기다. 멀리 내리막길 끝에 있는 waterfront의 시원한 모습도 함께.
8월 3일 토요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핼리팩스는 북위 44도가 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보통 여름이 그렇게 덥지 않은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이곳을 여행하는 동안 heat wave가 이곳을 지나고 있어 그렇듯 더운 날씨라고들 했다. 이날은 다운타운에 있는 씨터델(Citadel)을 찾았다. 이곳은 언덕 위에 위치한 성채로, 대영제국이 18세기에 이 지역에 자국민을 위한 정착촌을 세우면서,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과 프랑스계 정착민 아카디아인들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건축한 곳이다.
우선 이곳의 가이드가 이끄는 투어에 참가했다. 그동안 인형으로 많이 보아 낯 익은 스코틀랜드 병정 퀼트를 입은 투어 가이드. 대학생 나이쯤 되어 보이는. 무척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겨울 옷감으로 만든 유니폼을 입고 있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투어 그룹을 열심히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했다.
화약을 보관하던 곳. |
그리 길지 않은 투어가 끝나고, 건물 안에 들어가 전시된 사진과 설명들을 보고 읽으면서 이곳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배우게 될 기회를 갖다.
Town Clock |
8월 4일 일요일. 이날 오후 생 피에르로 가기 전에 핼리팩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그동안 머물던 airbnb를 체크 아웃하고, 다운타운에 있는 한 hostel의 유료 짐 보관소에 큰 가방들을 맡겼다. 내 케리어와 에런의 큰 백팩을 함께 넣고 잠글 수 있는 커다란 락커.
짐을 맡기고 다운타운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한 까페를 찾았다. 여행 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꼭 가봐야지 했던 까페는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 아쉽게도 다른 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하지만 이곳도 음식이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고. 테라스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바로 길 건너에 '학교 캠퍼스 같이 생긴' 곳이 있어 찾아보니 달하우지(Dalhousie) 대학 캠퍼스였다. 그렇지않아도 대학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대학 캠퍼스를 한번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바로 우리 앞에 대학 캠퍼스가 나타난 것이다. 해서 아침 식사 후에 잠시 이곳 캠퍼스를 산책했다. (재미있게도 얼마 전에 뉴욕 타임스 기사를 읽다가 이곳 대학의 한 교수가 잠깐 언급된 것을 보았다. 만약 이번 여행 중에 이 대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런 대학이 있나보다--'하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을 텐에, 기사 중에 이 대학교 이름을 보는 순간 '아, 내가 가 본 그 대학교다!'하면서 금방 친근하게 느껴졌다.)
달하우지(Dalhousie) 대학 캠퍼스를 걷다보니 특이한 모습의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캠퍼스와 바로 접해 있어서 이 대학의 건물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핼리팩스의 중앙 도서관이었다. |
짧게나마 캠퍼스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waterfront로 향했다. Ferry를 타고 Georges Island에 가기 위해서다. 이틀전 이민사 박물관에 갔을 때 창밖으로 보았던, 등대가 아주 예쁜 섬.
Ferry에서 본 waterfront의 모습. |
배가 섬에 거의 가까이 왔다. |
드디어 섬에 도착. 이곳까지 카약을 타고 온 사람들도 볼 수 있다. |
한시간 조금 넘게 섬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ferry를 타고 waterfront로 돌아와 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다. 바깥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레스토랑 안이나 밖이나 아주 예쁘게 단장되어 있는 곳.
점심 식사후 맡겨둔 짐을 찾으러 다시 hostel로 가는 길. 조금 멀긴 했지만, 그동안 미처 볼 기회가 없었던 다운타운의 거리를 보기 위해 걸어서 가기로 했다. 중간쯤 어떤 거리를 지나면서는, 지금은 문을 닫은 (out of business) 한국 식당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꽤 컸던 곳 같은데, 왜 문을 닫았을까... 조금은 아쉬워 하면서.
호스텔에서 짐을 찾아 다음 여행 목적지인 생 피에르(Saint Pierre)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하다.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 준 우버 기사가 한국 사람이라 더욱 반가웠다. 핼리팩스에 공부하러 왔다는. 많은 얘기들을 화기애애하게 나누다.
드디어 공항. 이틀 전인 금요일 새벽 도착했을 때 짙은 안개에 싸여있어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던 이곳은 그리 크지 않은 공항이었다. 게이트에서 한동안을 기다리다가 비행기 바로 아래까지 걸어나가 탑승하다. 총 40석 남짓한 아주 작은 비행기. 내가 타 본 비행기 중에서 가장 작은 비행기였다. 출입문도 비행기 뒤쪽에만 하나 있고, 오직 한명의 승무원이 모든 승객을 커버하는. 생 피에르까지는 한시간 15분쯤 걸리는 길지 않은 비행.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설레임으로, 아주 작은 공간에 앉아, 구름 위를 날아가다.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t. Pierre를 거쳐) (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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