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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December 21, 2024

이른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는 즐거움

주말이면 거의 언제나 집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를 찾는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에. 때로는 오늘처럼 짙은 안개가 끼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푸른 하늘과 수평선이 시원하게 펼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거센 바람과 격한 파도가 몰아치기도 하는. 그 모습은 달라도, 언제나 어김 없이 내게 감탄을 자아내는 바다. 지난 수년간 셀 수 없이 많이 찾았지만, 한번도 지루하거나 덤덤하게 느껴진 적이 없는. 바로 그 바다.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때론 무념무상의 자유로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때론 이런저런 계획과 구상을 하기도 한다. 특히 바쁘게 한 주를 보낸 후에 바닷가를 찾을 때면 더할 수 없이 감미로운 여유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비로소 '아--'하고 길게, 천천히 숨을 내쉴 수 있을 듯한.

내가 즐겨찾는 바닷가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친다. Pier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 (한겨울인 지금도), surfing을 하는 사람들, kayaking이나 SUP(standup paddleboarding)을 하는 사람들, 모래사장에서 beach volleyball을 하는 사람들,  jogging을 하는 사람들... 저마다 다른 모습의 activity를 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내가 즐기는 일'을 하고 있다는게 아닐까. 

                                                               *           *         *          * 

미국에 이민 오기 전 서울에 살 때는 바다를 보러 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 서너번인가 여름 휴가를 서해와 동해의 어느 바닷가로 갔던 기억. 그리고 항상 그 생각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하던 '겨울 바다'. 정작 겨울 바다를 보러 간 것도 한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지만, '철 지난' 바닷가와 연상되는 그 쓸쓸함이나 황량함같은 것조차도 복잡한 도시에서 살던 내겐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은, 대학원 때 어느 토요일에 학교 도서관에 가기 위해 강남 터미널 앞에서 버스를 갈아타려다가 생각을 바꿔 바로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 경포대로 훌쩍 떠났던 것. 책가방을 들고. 그때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했던 생각들. 햇빛 짱하게 내리쬐던 추운 겨울날에.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기억해도 참 좋았던 그 바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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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와 뉴욕을 거쳐 캘리포니아에 정착했을 때 내가 처음 살았던 곳은 바다에서 60마일쯤 떨어진 곳이었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Dana Point까지는 70마일이 넘는 거리. 그때도 한달에 한두번씩은 그렇게 바닷가를 찾았던 것 같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이 너무 좋았고, 바닷가를 걸으며 느끼는 여유로움이 참 달콤했었다. 그 후로 2, 3년에 한번씩 점점 바닷가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고. 그리고 지금은 5마일 거리에 가장 가까운 바닷가를 두고 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차로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고 느낀다. 원하면 언제라도 바다를 보러갈 수 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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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바닷가를 산책하는 즐거움. 오늘 아침에도 가슴 가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안개가 끼면 안개가 낀 대로,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이렇게 이른 아침 산책길에 마주하는 바다는
내겐 언제나 경이로움이다.




바닷물 바로 위를 줄지어 날고 있는 새들의 모습.


Wednesday, December 4, 2024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6): 마지막 여행지 Bonavista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5)에서 계속됨.]        

8월 16일 금요일, 거의 하루 종일 차를 달려 Bonavista로 향하다. 이곳은 뉴펀랜드 동쪽끝에 위치해 대서양에 맞닿아 삐죽히 나와 있는 곳이다. 이곳을 목적지로 정한 것은 이곳이 경치가 아름다운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퍼핀(puffin) 서식지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바로 옆에 가까이서 퍼핀을 볼 수 있는 곳. 

목적지에 거의 이르러 Trinity라는 작은 타운에 잠시 들르다. 이곳은 집들이 너무 예뻐서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영화 세트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Trinity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곧바로 Bonavista에 도착. 우선 미리 예약해 놓은 Bed & Breakfast에 체크인을 하다. 아래 위층으로 방이 몇 개 안되는 자그마한 곳. 그 이름처럼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전날 저녁, 아침에 제공되는 것들의 리스트를 미리 주고 그 중에 원하는 음식을 체크하게 했다. 

8월 17일 토요일. 가장 먼저 퍼핀을 보러 가다. 미리 인터넷으로 찾아둔 '퍼핀 서식지'로. 파킹랏에 도착하니 벌써 적지 않은 사람들이 퍼핀을 보러 와 있었고. 

한 20, 30분쯤 걸어서 퍼핀들이 모여있는 커다란 바위 앞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과는 조금 떨어져 물 위에 솟아있는 바위 위에 가득 모여있는 퍼핀들.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퍼핀들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우리도 한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멀리나마 떼지어 있는 퍼핀들의 모습을 '감상'하다. 사진도 여러장 찍었고. 

우리 바로 옆에 한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은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고, 부인은 그 옆에 앉아 퍼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얘기를 해보니 이들은 종종 이곳 Bonavista에 와서 퍼핀 서식지를 찾곤 하는데, 때로는 퍼핀들이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날아와 가까이까지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부인이 자신의 셀폰에서 이전에 찍은 퍼핀들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 주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찍은 듯, 퍼핀들의 색깔과 모습이 아주 선명하게 나타나는. 부러움으로 그 사진들을 보면서, 혹 우리에게도 그런 행운이 오지 않을까 한동안 그곳에 앉아 참을성있게 기다리다. 하지만 한마리도 물건너 사람들쪽으로 날아오는 퍼핀이 없어 실망. 아쉬워하면서 다시 파킹랏으로 돌아오다. 비록 퍼핀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는 없었지만, 오고 가는 길에 본 물 위에 솟아있는 바위들의 모습과 바다의 모습, 녹색으로 덮인 언덕의 모습을 많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이 있는 언덕 바로 물 건너편에
퍼핀들이 떼를 지어 앉아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전날 잠시 차를 타고 지나쳤던 Trinity를 다시 찾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식당으로 들어가니, 예전에 교회였던 곳을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든 곳이라 무척 특이했다. 한쪽으로 강단이 놓여있던 자리가 있고, 그 반대편 2층엔 성가대석으로 쓰였을 좌석들이 있는.

이날 저녁에는 Bonavista에 있는 등대를 보러갔다. 언덕위에 있는 등대 주변을 산책하며 바다에 나 있는 바위 절벽들과 물 위에 솟아있는 바위들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것은 이곳을 산책하다가 낮에 퍼핀 서식지에서 만난 부부와 마주친 것. 부인이 우리를 알아보고 아주 반가워하면서, 우리가 떠나고 바로 얼마 후에 퍼핀 몇마리가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 가까이 날아왔다고 전해준다. 자기 남편하고 우리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퍼핀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고. 







8월 18일 일요일. 이곳에서 절경으로 알려진 Spillars Cove에 하이킹을 가다. 해안 위 절벽을 따라 난 하이킹 트레일을 걸으며 옆으로 보이는 커다란 바위들과 바다의 모습을 거의 황홀해하며 감상하다. 파킹랏 근처에서는 몇몇 다른 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만, 점점 더 깊이 걸어들어가니 우리 이외에 다른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The Chimney. 굴뚝처럼 생긴 바위.
이곳 Spillars Cove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곳.












바닷가를 따라 절벽 위로 난 하이킹 트레일. 
어떤 곳은 절벽 바로 옆을 지나가기도 하다.



언덕이 끝나는 곳이 가까워오면서 이제 돌아가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물 건너편 바위 위에 퍼핀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에서 퍼핀을 보리라고는 전혀 예상이나 기대를 하지 않고 왔던 차라 무척 반가웠고. 주변에 아무도 없이 우리만 앉아서 잠시 퍼핀이 물건너편까지 날아오지 않을까 기대해보다.



파킹랏에서 한동안을 걸어 언덕이 끝나는 곳까지 왔을 때
바로 물 건너에 생각지도 않았던 퍼핀 서식지를 발견했다!





그렇게 앉아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한마리 퍼핀이 우리쪽 언덕으로 날아왔다! 하지만 퍼핀이 날아와 앉은 곳이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내리막길이 나 있는 절벽 끝이라 나는 떨려서 다가가지 못하고, 에런만 좀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었다. 







뉴펀랜드에 오기 전부터 기대해 오던 퍼핀을,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에야 그렇게 겨우 볼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가슴 두근거리게 반가웠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다시 파킹랏으로 돌아오다. 가는 길에 보았던 멋진 바위들과 바다를 감상하며.

하이킹을 마치고 St. John's를 향해 차를 달리다. 다음날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가는 길에 'Two Whales'라는 카페의 사인이 보여 차를 멈추다. 이곳은 여행 전 한 캐나다 커플이 올린 여행 비디오에서 보았던 곳. 기회가 되면 가봐야지 했던 곳인데, 생각지도 않게 이곳에서 마주치게 된 것. 

안에 들어가니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실내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채식주의자인 에런과 고기를 먹지 않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많아서 좋았다. 시킨 음식도 맛있었고, 후식으로 시킨 케익도 만족스러웠다. 





카페에서 나와 계속 차를 달려 St. John's를 한시간 가량 남겨두고 Brigus라는 곳에 잠시 들르다. 이곳은, 여행 초기 St. John's에서 묵었던 airbnb 호스트가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던 곳. 이미 그동안 수일간 여행을 하면서 너무 멋진 곳들을 다녀온 후라 그런지, 그리 대단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고.


St. John's까지 한시간 남짓 남겨두고
이곳 Brigus에 잠시 들르다.



저녁이 되어 St. John's에 도착. 젊은 부부가 하는 airbnb에 머물렀는데, 부인은 석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이고, 남편은 크루즈 선에서 일하는 커플이었다. 한시간 가까이 다양한 주제로 열띤 대화를 나누었고.  

8월 19일 월요일. 아침 일찍 집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다. 8월 1일 집을 출발한 지 거의 3주일만에. 캐나다의 노바 스코시아(Nova Scotia)주 핼리팩스와 뉴펀랜드주, 그리고 프랑스령인 생 피에르를 커버했던 이번 여행. 주로 녹색의 자연과 푸른 바다를 맘껏 즐길 수 있었던 시간. 바닷물과 대비되는 절벽들의 모습들도 아주 인상적이었고. 때론 태고적 모습의, 보다 '자연스러운' 자연을 경험할 수도 있었던. 그래서 더욱 깊은 경외감도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Monday, December 2, 2024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5): Gros Morne 국립공원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4)에서 계속됨.]                                                            

8월 13일 화요일. Gander를 떠나 서쪽으로 계속 차를 달려 저녁때가 가까워 Gros Morne (그로스 몬) 국립공원에 도착하다. 오는 길 중간중간에 비가 내렸고. 




그로스 몬 국립공원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 지역이다. 지질학적 진화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빙하의 침식에 의해 이뤄진 피오르(fjord)도 볼 수 있다. 

먼저 visitor center에 들렀다가 바로 숙소를 예약해 둔 Rocky Harbor로 향하다. 로키 하버는 이곳 국립 공원의 중심 지역에 위치해 있고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도 여럿 있어서 이곳을 여행하면서 머물기에 편리한 지역이다.


Gros Morne National Park visitor center

Rocky Harbor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해지는 모습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8월 14일 수요일. 오전에 Tablelands를 하이킹하다. 이곳은 지각 아래 부분인 맨틀(mantle)이 지표면으로 노출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 크지 않은 파킹랏에 도착했을 때 간신히 한자리 남은 곳을 찾을 수 있었고. 가이드와 함께 그룹으로 하이킹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거의 높낮이가 없는 트레일을 따라 왕복 2.5마일을 하이킹하다.
    



지각 아래 위치한 맨틀이 지표면으로 노출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곳 Tablelands.

하이킹을 마치고 이곳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닷가를 찾았다. 사람이 별로 없이 한가로운 모습.




점심을 먹기 위해 아침에 운전해 왔던 길을 되돌아 Bonne Bay로 향하다. 가는 길에 보이는 pond의 모습. 전날 이곳에 도착했을 때 차 위에 kayak을 싣고 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곳 pond에서 kayaking을 하면 정말 멋진 경험이 될 듯했다. 




8월 15일 목요일 아침. 가장 먼저 Green Point라는 곳에 들렀다. 이곳은 바닷가에서 바로 위 언덕으로 나있는 절벽에 겹겹이 쌓여있는 바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참 경이로웠다. 거의 5백만년 전 해저에서 만들어진 바위층들이 오랜 기간동안의 지각 이동현상을 거치면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동안 전망 좋은 곳에 갈 때마다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이 빨간 의자들.
이곳에 편안하게 앉아, 태고적 바다 속에 있던 켜켜이 쌓인 바위들이 
해면 위로 드러난 모습을 감상하다. 





Green Point를 떠나 계속 북쪽으로 차를 달려 Western Brook Pond로 향하다. 이곳에서 투어 보트를 타고 피오르(fjord)를 보기 위해서다. 빙하 침식으로 생긴 좁고 깊은 만.

파킹랏에 차를 세워두고 배를 타는 곳까지 2마일 가까이 걸어갔다. 중간중간에 크고 작은 연못들과 습지를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선착장에 도착. 


투어 보트를 타는 곳



길게 줄지어 기다리던 사람들과 함께 드디어 보트에 올라 피오르를 보러 가다. 보트 양옆으로 보이는 높이 솟은 절벽의 모습들이 정말 장관이었다. 중간중간에 작은 폭포들도 볼 수 있었고.















작은 폭포.





또 다른 폭포의 모습.




보트 투어를 마치고 다시 파킹랏으로 오는 길. 올 때와는 다르게 선착장 바로 옆으로 나 있는 트레일을 따라 걷다. 이곳은 나무들과 관목들이 우거져 있어서 땅이 많이 젖어 있었다. 어떤 곳은 질퍽거리는 진흙 위를 걸어야 했고. 이따금씩 바로 우리 앞에 앉아 있는 작은 개구리들도 볼 수 있었다.

8월 16일 금요일. 아침에 그로스 몬 국립공원을 나서서 다시 뉴펀랜드 동쪽으로 차를 달리다. Bonavista라는 타운을 향해.

이곳 그로스 몬 국립공원을 다시 찾게 될지는 모르지만 (캐나다에 가보고 싶은 다른 곳들이 많아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이곳에 머무는 동안 보았던 수많은 산들의 모습과 큰 pond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추억할 아름다움으로 내 가슴에 남게 될 것이다.


그로스 몬 국립공원을 떠나며.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6)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