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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ugust 29, 2024

Mexico 여행 (2): Guadalajara

['멕시코 여행 (1): Mazatlán' 에서 이어짐]

4월 10일 수요일 아침, 마자틀란(Mazatlán)을 떠나 과달라하라(Guadalajara)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한 줄에 네 명씩 앉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좌석도 편안했다. 여섯시간 가까이 한번도 쉬지 않고 줄곧 차를 달려 오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예약해 둔 airbnb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주위에 한국 식당이 있나 찾아보니,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두 군데나 한국 식당이 있었다. 먼저 숙소에서 더 가까이에 있는 곳에 갔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 더 먼 곳까지 걸어갔다. 그곳은 의외로 아주 트랜디한 한국 식당. 한쪽에 bar도 있고.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멕시코 사람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주문을 받았다. 나는 '회덮밥'(처럼 생긴 음식)을 시키고, Aaron은 비빔밥을 시켰다. 음식이 나왔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생선회 몇 점과 야채를 밥 위에 올린 음식이 나왔다. 반찬이 전혀 없이 메인 요리만 달랑. 종업원에게 '반찬은 어디에...?'하고 물었더니, '밥 위에 야채 들었잖니...'하는 대답. 조금 황당했지만, 그런대로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으니 좋았고. 차차 주변 테이블에 하나, 둘씩 손님이 차기 시작했다. 20대쯤의, 멕시코 사람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전부. 라면처럼 보이는 noodle soup이 이곳의 인기 요리인 것 같았다. 

저녁 식사 후에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수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다. 여행하면서 아침은 주로 숙소에서 간단히 먹는데 아침으로 먹을 몇몇가지 음식과 과일을 사기 위해서다. 아, 그리고 이곳에서 꼭 필요한 식수도. 장보기를 끝내고 Uber로 바로 숙소로 돌아왔고. 

마자틀란에서도 그랬지만, 이곳에서도 교통편은 Uber를 주로 이용했다. 아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요금도 비싸지 않았다.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 받기에도 불편이 없었다. 대부분의 Uber driver들은 통역 앱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영어로 text message를 주고 받았어도, 막상 차에 오르면 말이 없었고. 간단한 인사 외엔. 그래도 어떤 driver들과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면서 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날인 11일 목요일엔 숙소에서 차로 한시간 넘게 떨어진 곳에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 Aaron이 몇 년 전 다른 나라에 개기 일식을 보러 갔을 때 만났던 한 친구도 초대해서, 세 명이 함께 private tour를 이용했다. 아주 열정 넘치고 씩씩한 tour guide가 하루 종일 우리를 차로 안내하면서 많은 정보를 함께 나눴고.   

과치몬토네스(Guachimontones)라는 고고학적 유적지에 도착. 기원 3백년쯤부터 서기 4, 5백년까지 존재했다는 고대 사람들의 생활 흔적. 먼저 자료관에 들러 비디오도 보고 진열관 유물들과 전시 자료들을 둘러 보았다. 곧이어 이곳에서10분 정도 걸어올라가 원형 피라미드가 있는 곳에 이르다.







피라미드를 보고 다음으로 'Tequila'라는 타운을 찾았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증류주인 테킬라의 본고장이다. 이곳에서 테킬라를 만드는 곳을 찾아 실제로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설명도 듣고, 몇가지 다른 종류의 테킬라를 시음하기도 했다.  


테킬라의 원료인 블루 아가베 (blue agave).


잎을 다 베어내고 난 아가베의 심(piña)을 이 커다란 오븐에서 쪄낸다.


쪄낸 아가베의 즙을 발효시키는 과정.


발효 후 증류 과정을 거치면 테킬라가 완성된다.









4월 12일 금요일엔 이곳 과달라하라 대학교의 미술관(MUSA)을 관람했다. 작은 미술관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들을 여럿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찬찬히 관람을 할 수 있었고. 더욱이 이곳의 날씨가 4월임에도 한여름같이 더워서, 냉방이 잘 되는 이곳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욱 쾌적하게 느껴졌다. 




José Clemente Orozco의 벽화




José Fors의 작품




Frida와 Diego 부부의 사진.
그동안 자화상으로만 익숙해 있던 Frida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이 반가웠다.


Rafael Cauduro의 'Brahms'

Manuel González Serrano의 '자화상' 

미술관을 나서서 Hospicio Cabañas로 향하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과달라하라에서 꼭 가봐야 할 곳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하고, 수업을 듣고 있던 스페인어 교수에게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많은 추천을 받은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19세기 초반에 지어져 고아원과 병원으로 쓰여진 이곳은,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있다. 여러 전시물 중에서도, 특히 José Clemente Orozco의 벽화들로 더 유명한 곳이다. 



Hospicio Cabañas로 가기 위해 Uber를 기다리는 동안
바로 옆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가 눈길을 끌었다.


Hospicio Cabañas 앞에서 차를 내리니 바로 앞에 몇몇 점의 특이한 조소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말한 것처럼 Orozco의 벽화들이 main hall의 천장과 벽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그 강한 이미지에 압도되다.



















Main Hall을 나서니 바로 눈 앞에 넓은 가운데 마당이 펼쳐진다.





다음 날인 4월 13일 토요일엔 내 리스트에 있는 이곳저곳들을 다양하게 둘러보았다. 저녁엔 다운타운에서 저녁을 먹고 사람들로 붐비는 광장을 찾았다. 한편에서는 컨서트가 한창이라 광장 전체에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졌고.








José Fors의 작품 'Árbol adentro (Tree inside)'





4월 14일 일요일 아침.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과달라하라 공항으로 향하다. 일주일 남짓한 여행을 마감하면서. 집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문을 통해 해안선을 내려다 보며, 참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던 나라에 다녀간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개기 일식이 아니었다면 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 짧게나마 이곳 멕시코의 문화와 자연을 경험할 수 있었던, 마음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Mexico 여행(1): Mazatlán

지난 4월 8일 월요일, 이곳 서부 시간으로 오전 늦게 개기 일식(total solar eclipse)이 있었다. 멕시코와 미국의 몇몇 주를 거쳐 캐나다 일부에서도 이번 개기 일식을 볼 수 있었는데, 기쁘게도 내 학교 봄방학과 시간이 딱 겹쳐서 이번의 일식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일식이 있기 몇 달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텍사스로 일식을 보러간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는 멕시코 마자틀란(Mazatlán)이라는 곳에 가서 일식을 보았다. 이곳은 멕시코 서부 해안에 위치한 리조트 타운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먼저 일식을 볼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였다.

나에게 멕시코는 가깝지만 먼 나라였다. 차로 반 나절 정도 국경 근처를 잠깐잠깐 여행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한번도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라. 아주 손쉽게 경험할 수 있는 '외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던 나라. 가끔 뉴스에서 보고 듣는, 그리고 몇몇 영화를 통해 가지게 된 이 나라에 대한 인상이 그리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던 까닭도 있을 것 같다. 여행하기 안전하지 않은 곳이란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고.

이번 일식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들을 찾아보면서 신나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론 안전에 대한 염려가 계속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행에 도움을 줄 정보들을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고, 멕시코 여행을 해본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특히, 스페인어를 조금은 하는 것이 안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여행의 재미도 높여줄 것 같아서, 봄학기에 집근처 칼리지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10년 전인 2014년 같은 학교에서 Spanish 1 수업을 들었었는데, 그 후로 전혀 스페인어를 쓴 적이 없어서 거의 다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다시 Spanish 1 수업을 청강하기로 한 것.) 학기가 시작되고 두 달만에 여행을 하게 되어 그리 많은 시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떠듬떠듬이나마 원하는 것을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특히 Uber를 이용하는 동안 운전자와 짤막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스페인어로 인사를 나누면 그들의 반응도 더 우호적인 것 같았고.

4월 4일 목요일. 오후 늦게 마자틀란으로 가는 긴 여정에 오르다. 이곳에서 일식을 보기 위해 여러나라에서 사람들이 모여든 덕분에, 우리는 세 달 전인 지난 1월초에 비행기표를 알아봤는데도 이곳으로 가는 항공편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그래서 차와 비행기, 그리고 버스를 이용하는 여행 플랜을 세워놓았었다. 계획대로 목요일 저녁 San Diego까지 렌트카로 운전을 하고 가서 바로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하루밤을 묵고,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에  CBX (Cross Border Xpress)를 통해 걸어서 국경을 건너 Tijuana 공항에서 Culiacán이라는 곳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세 시간 후에 드디어 마자틀란에 도착했다! 전날 집을 출발한지 거의 24시간이 지난 후에! 긴 여정이었지만, 내겐 모두가 새로운 경험들이라 재미있게 느껴졌다.


CBX (Cross Border Xpress) bridge를 통해 국경을 건너다

멕시코와 미국의 경계


이날 저녁, Aaron의 eclipse chaser* 친구들 두 커플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번 일식을 보기 위해 영국에서 온 이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예상 날씨 조건이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할 계획으로 있었다. (*세계 각 곳에 살면서 일식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일식이란, 특히 개기 일식을 경험하는 것은, 오랫동안 설렘과 치밀한 계획으로 기다려 온 '엄청난 이벤트'인 것 같았다. 나는 이번 개기 일식이 세번째로 경험하는 것이었지만, 이들 모두는 이미 적어도 열번 이상을 본 경험이 있었다.)  


바닷가 관광 도시인 마자틀란.
이번 일식을 보러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도시는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숙소에서 가까운 바닷가에도 가고, Old Town을 비롯한 곳곳을 구경했다. 특히 일요일 밤에는 Old Town에서 일식을 기념하는 퍼레이드도 있어서, 좁은 길 양옆으로 늘어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퍼레이드를 보며 다음 날 있을 개기 일식을 설레임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4월 8일 월요일 아침. 하늘에 구름이 떠있긴 했지만 해를 볼 수 있어서 안심하며 근처의 바닷가로 향하다. 같은 방향으로 떼를 지어 걷는 사람들과 함께. 도착하니 벌써 일식을 보기 위해 나온 많은 사람들이 모래사장과 바로 옆 길가에 진을 치고 있었고. 설레임으로 일식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우리 뒤 모래사장에 앉아있던 한 가족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알고보니 이번 일식을 보기 위해 미네소타주에서 온 가족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이번 여행 동안 주변의 어디를 관광했는지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일식이 시작되다. 달이 해를 가리기 시작한 첫번째 contact! 그리고 서서히, 조금씩 그 면적을 넓혀갔고. 마침내 개기 일식의 절정인 '다이아몬드 링 (diamond ring - totality 바로 직전에 마치 반지에 붙은 다이아몬드처럼 해를 가린 달의 가장자리 한 쪽에 빛이 환하게 새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튀어나왔고. 눈에 띄게 주변이 어두워지고 기온도 많이 낮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겐 이번이 세번째 개기일식이었는데 - 2008년 중국과 2017년 오레곤주에서 본 두 일식 이후로 -, 각각의 경험이 독특했지만 이번 일식은 아주 편안하고 평안한 환경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접해서인지 온전히 모든 과정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린 Totality 직후 - 아주 현격하게 어두워진 것을 볼 수 있다.
기온도 많이 내려간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날 저녁엔 eclipse chaser들이 모인 after-party에 갔다. 에런에게 그동안 말로만 듣던 몇몇 eclipse chaser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After-party가 있었던 호텔 루프탑에서 찍은 이날의 일몰 모습.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던.

다음날인 4월 9일 화요일. 다시 Old Town과 주변 지역을 찾았다.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술렁거리던 일식 전날 밤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


Old Town







점심 식사 후에는 ferry를 타고 Isla de los chivos (Goat island)에 갔다. 이곳에서 Goat Hill 꼭대기까지 하이킹을 했는데, 그 이름처럼 언덕 여기저기서 염소들을 드물지않게 볼 수 있었다. 





Goat Hill을 하이킹하면서.


Goat Hill 꼭대기에 올라 바다쪽을 내려다보니,
삐죽하게 내민 한 바위 끝에 앉아있는 사람이 보였다.
명상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일 듯.


하이킹을 마치고 이 섬의 바닷가를 찾았다.

이날 저녁에는 이곳에서 잘 알려진 Light house를 보러 갔다. 언덕 꼭대기 등대까지는 한동안을 걸어올라가야 했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걸어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인기가 많은 곳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중에 올라가서 알았지만, 이곳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았다. 계획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아주 타이밍이 잘 맞아서, 꼭대기에 오르고 바로 일몰을 즐길 수 있었다.


언덕 꼭대기 등대로 가는 길에서 내려다본 모습. 


등대가 있는 꼭대기에 이르니,
눈아래로 바다의 모습을 내려다 보며 쉴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에 바빴고.


등대가 있는 언덕 꼭대기에 오르는 길 중간부터는 계단이 시작되었는데,
계단 수가 표시되어 있어서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진 위쪽에 보이는 건물이 등대 하우스.
330개의 계단을 올라왔다는 표시가 보인다.


등대 하우스


언덕 꼭대기 등대 바로 아래
일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 내려와서 보게 된 입구에 있는 등대 싸인.


다음날인 4월 10일 수요일 아침. 이곳 마자틀란을 떠나서 과달라하라(Guadalajara)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향하다.  ['Mexico 여행(2)'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