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4월 8일 집을 출발해 유타주 Kanab까지 하루 종일 꼬박 차를 달렸다. Kanab에 도착하기 바로 전 Zion Park 근처에서 마침 이 국립공원을 여행하고 있던 지인 가족과 만나 저녁을 먹었다. 한 brewery pub에서. 테라스에 앉아 바로 눈앞에 둘러선 커다란 바위산들의 모습을 즐겼다. 라이브 밴드가 귀에 익은 팝송들을 연주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더욱 좋았고.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녁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곧바로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면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기리 시작한 것. 바위 산들 위의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번개가 치는 모습을 몇 번 목격했고. 순식간에 안개가 짙어져 바로 눈앞에 보이던 산들이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리기도 했다. 굵은 빗방울이 격렬하게 퍼붓는 것을 듣고 보면서 그렇게 한동안 자연과 함께 되는 경험을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날 저녁 늦게 Kanab에 도착해 이곳서 하루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기 위해 이곳에 있는 한 bakery를 찾았다. 여행을 하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식당이나 카페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험을 더러 하는데, 이 bakery가 바로 그런 곳 중의 하나. 별 기대없이 찾은 곳인데 이곳서 먹은 빵과 음식들이 아주 맛있어서 '놀라운 즐거움'을 경험했던. (Kanab을 떠나기 전 다시 이곳에 들러 몇가지 pastry와 baguette를 샀는데, 모두가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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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ab에 있는 한 bakery - 맛있는 아침 식사와 빵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
아침 식사후 바로 웨이브(The wave)를 하이킹할 수 있는 permit을 신청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BLM (Bureau of Land Management)을 찾았다. Wave는 믿겨지지 않는 자연의 모습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많은 hiker들의 'dream destination'이 되어 있는 곳. 하지만 보존을 위해 하루에 이곳을 하이킹할 수 있는 사람 수를 아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으로도 제한된 수의 퍼밋을 주지만, 이곳에선 하루에 오직 열 사람에게만 퍼밋을 준다. 복권 추첨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숫자가 적힌 공을 통 속에서 돌려 추첨을 하는 방식으로. 이 날도 퍼밋을 신청한 사람 수는 백명을 훌쩍 넘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2014년 봄 이곳을 찾아 며칠 묵으면서 이곳의 하이킹 퍼밋을 신청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매일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해 경쟁률이 높았다. 안타깝게도 당첨되지 않았고. - 2014년 5월 17일자 블러그 참조.) 이날도 결국 퍼밋을 받지 못해 계획한 대로 유타주 동부를 향해 바로 차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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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에 하이킹 할 수 있는 permit을 하루 열 명씩 추첨으로 준다 - 유타주 Kanab에 있는 Bureau of Land Management에서 |
가는 길에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를 비롯한 몇몇 곳의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Scenic Byway 12를 타고 달리다. 다른 길에 비해 시간은 더 걸렸지만, 좋은 경치를 맘껏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Long Canyon Slot과,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카페 등, 중간중간 잠시 몇몇 곳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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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Canyon Sl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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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Canyon Sl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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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Canyon Sl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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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Canyon Sl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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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한, 자연의 한 가운데 위치한 한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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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에서 내다본 캐년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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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잠시 들른 한 작은 타운 - Boulder, Utah |
저녁이 다 되어 그날 묵기로 계획한 Green River에 도착. 이곳서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 일찍 Moab으로 향하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인 Arches National Park에 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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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b으로 가는 길 - Freeway 70에서 US Route 191으로 바꿔타기 직전. |
드디어 Moab 북쪽에 위치한 Arches National Park에 도착. 벌써 공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아주 맑고 좋은 봄 날씨. 그래도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는 아직도 눈이 두껍게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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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Arch |
이날 오후까지 이곳 Arches National Park에 있는 몇몇 다른 아치들을 둘러보았다.




오후 늦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먹고 다시 공원으로 돌아올 계획으로 Moab에 미리 예약해 둔 Airbnb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three-bedroom 아파트 전체를 Airbnb 투숙객들에게 대여하고 있는 곳. 우리와 함께 이 아파트를 쓰게 된 다른 커플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반갑게 우리를 맞았고. 이 두 사람은 수년 전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 인연으로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이제 그 아이들이 약혼을 해서 서로 사돈이 될 사이라고 한다. 남편들은 집에 두고, 이렇게 둘이서만 여행을 떠났다고. 한국적인 정서로 생각하면 서로 어렵게 느껴질 사이일 만도 한데, 이 두 사람은 아주 막역하게 친한 친구인 듯했다. 어찌보면 서로 상반되는 성격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잘 어울리는 친구.
Moab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Arches National Park에서 가장 유명한 Balanced Rock을 보러 갔다. 마치 커다란 머리를 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바위의 모습. 목 부위가 가늘어서 떨어질 것 같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보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초연하게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아주 가까이 가서 바로 밑에서 올려다 보니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투박하고 거대한 돌덩어리. 거대한 버섯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멀리서 볼 때 그렇게 아름답던 바위와 같은 바위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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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anced Rock |
다음 날은 Moab 서남쪽에 위치한 Canyonlands National Park에서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 다시 Arches National Park을 찾아 Delicate Arch까지 하이킹을 했다. 커다란 바위 산들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쉽다고는 할 수 없는 하이킹이었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50분 정도 걸어 올라가서 눈 앞에 펼쳐지는 이 아치의 모습을 보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 웅장한 규모와 예술적인 모습에.
이 아치 바로 아래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도 잠시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찍은 후 한동안 그곳에 앉아 그렇게 이 아치를 감상하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왔다가 떠나고, 다시 또 새로운 무리의 사람들이 도착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게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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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ate Arch |
Delicate Arch 하이킹을 마지막으로 이곳 Arches National Park을 나서는 길. 몇몇 군데 재미있는 바위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다.

특히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바위들은 그 이름 'Park Ave' 처럼, 마치 뉴욕 맨하튼 Park Ave에 줄지어 늘어선 고층건물들의 모습과도 같아서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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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Ave |
Moab에서 보낸 둘째날 찾았던 Canyonlands National Park. 이곳에는 몇군데 가볼만한 곳들이 있지만 - 사진을 찾아보니 Island in the Sky, Needles와 Maze란 곳이 특히 마음에 끌렸다 - 하루에 모든 곳을 가기에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Island in the Sky와 그 주변 지역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이곳만을 커버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
Island in the Sky는 눈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평원에, 땅이 움푹 패인 사이로 아기자기한 지층의 모습이 드러나, 마치 땅이 갈라진 곳 사이로 지표 아래 있던 별세계가 드러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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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in the Sky |
Island in the Sky와 주변 지역을 둘러보고, Mesa Arch에 들렀다가 Aztec Butte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했다. Butte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았지만, 그곳에 있는 granary(곡물을 저장해 두는 장소)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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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a Arc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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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ary - Aztec But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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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ary 안. 곡물을 저장해 두던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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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로 난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Island in the Sky 가장자리를 따라 난 White Rim Road에 이르게 된다. 100마일에 이르는 이 길을 한바퀴 차로 도는데 2, 3일이 걸리는데 길이 험한 곳이 있어서 four-wheel-drive vehicle이어야 하고 permit도 받아야 한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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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nd in the Sky 가장자리 도로로 향하는 길. 이 길을 따라 운전해가는 차들이 점처럼 작게 내려다 보인다. |
Island in the Sky 지역을 돌아보고 국립공원을 나서면서 이곳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Dead Horse Point 주립공원을 찾았다. 이미 하루 종일 웅장하고 신기한 자연의 모습을 실컷 구경한 터라, 뭐 더이상 흥미로운 곳이 있을까 다소 시큰둥하게 찾은 이곳. 많은 사람들이 '놓치지 말고 꼭 가볼 것'을 강조한 터라 들르긴 했지만, 공원 입구를 지나 그냥 평범한 시골길을 달려 Dead Horse Point를 향하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드디어 목적지에 이르러 차를 세우고 전망대로 향했다. 울타리를 넓게 둘러놓은 전망대. 그 끝에 이르러 아래를 내려다 본 순간... 실제로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눈 아래 보이는 캐년 사이사이를 콜로라도 강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 눈앞에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던. 이런 곳이 정말 세상에 있구나 하는 놀라움으로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보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모든 부분들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이루고 있는 모습. 지금껏 여러 곳을 여행하며 자연이 만들어낸 갖가지 신비하고 신기한 모습에 감탄을 한 적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느낀 감동은 또 한차원 높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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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Horse Point State Park |
이번 여행 동안 몇번 경험했던 자연에 대한 경외감. 특히 Dead Horse Point 주립공원에서 느꼈던 그 경외감은 내가 그동안 경험한 'out-of-the-ordinary experiences'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경험이었고. 내게 여행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확인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