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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4, 2015

우리 집은 얼마나 잘 살까?

잘 사는 집, 못 사는 집을 구분할 때 흔히 수입이 얼마냐로 결정하게 된다. 나라의 경우는 GDP (Gross Domestic Product; 국내 총 생산) 를 바탕으로 하고. 하지만 오직 수입이나 총생산만을 가지고 한 가정의, 혹은 한 나라의 '잘 사는 정도'를 평가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이러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몇 년 전 '사회 발전 지수' (Social Progress Index) 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Basic Human Needs, Foundations of Wellbeing, 그리고 Opportunity- 이 세 분야에 대한 각 나라의 만족도를 종합해 그 나라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첫번째 '기본적 욕구' 카테고리에서는, 영양 공급을 비롯해 기본적인 의료 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위생및 안전 상태는 어떤지 등이 고려되고, 두번째 '복지' 면에선 교육의 기회, 정보 전달 시스템, 건강, 환경 보호 등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세번째 '기회' 카테고리에서는, 인권, 선택의 자유를 비롯한 자유, 사회적 포용력, 그리고 고등 교육의 기회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각 나라의 지수가 발표되고 있다. 첫 해인 2013년에는 50개 나라의 지수만 발표되었었는데, 2014년과 2015년엔 그 수가 많이 늘어서 전 세계 국가 중 133개국의 지수가 발표되었다. 2015년 1위는 Norway. 한국은 29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16위. 이 순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가 수입과 이 지수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꼭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보다 GDP가 낮은 나라가 한국에 비해 높은 순위를 받기도 했고, 반대로 한국보다 GDP가 높은 국가가 이 순위에서는 한국에 뒤지기도 한다.

이 지수는 나라뿐만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사회, 혹은 내가 일하는 직장이나 우리 집의 '잘 사는 정도'가 얼마나 될까를 평가하는 지수로도 이용될 수 있다. 단지 물질적인 성취도뿐 아니라, 생활의 편리함과 안전함, 성장의 기회,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를 함께 감안해 삶의 질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래 TED website에 가면, Michael Green이 이 사회 발전 지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비디오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이 비디오에서 보여주는 국가별 순위는 2014년 자료임):
http://www.ted.com/talks/michael_green_what_the_social_progress_index_can_reveal_about_your_country#t-667141

*2015년 사회 발전 지수 국가별 순위:
http://www.socialprogressimperative.org/data/spi#data_table/countries/spi/dim1,dim2,dim3


Friday, February 6, 2015

비디오로 본 태양의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다

내가 사는 우주에 함께 존재하는 수많은 별들. 때로 도시를 떠나 여행하면서 그야말로 '쏟아져 내릴 듯이' 총총한 별들을 보게 될 때마다 '아!'하는 탄성을 울리게 하는.

이렇게 수많은 별들 중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있는 별, 태양(sun). 그래서 그 모습을 보다 자세히 볼 수 있는. 언젠가 LA에 있는 Griffith Observatory에 갔을 때 비디오로 전시해 놓은 태양의 모습들을 보고 한동안 넋을 잃고 몰입했던 적이 있다. 끊임없이 엄청난 에너지와 빛을 발산하고 있는 gas 덩어리. 그 격렬한 이글거림에 거의 '홀렸던' 경험.

2, 3일 전 뉴욕 타임즈에서 태양에 관한 기사와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금 태양의 그 매혹적인 모습에 빠져들다. 2분 30초 길이의, 이글거리는 태양의 모습을 확대해서 찍은 비디오. 내가 사는 지구에서 9천 3백만 마일이나 떨어져 있음에도 그 강렬한 빛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태양. 이 뉴욕 타임즈 기사의 필자가 말했듯, 그런 '스타'와 함께 산다는 게 끊임없이 지켜보며 지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이상 현상들을 경계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겐 아주 'awe-some!'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관련 뉴욕 타임스 기사와 비디오: http://www.nytimes.com/2015/02/05/science/living-with-a-star.html

Tuesday, February 3, 2015

전 세계를 대표하는 종교 여섯 개를 꼽으라면?

산책을 하거나 gym에서 운동을 할 때 즐겨 듣는 것 중의 하나가 NPR(National Public Radio)의 'Fresh Air'라는 인터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셀폰 앱(app)을 통해 다운로드 받은 프로그램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즐기곤 한다.

며칠 전 흥미있는 인터뷰를 듣게 되었는데, 'Norton Anthology of World Religions'의 첫 번째 출판을 맡은 총괄 편집자 Jack Miles와의 인터뷰다. 'Norton Anthology'하면, 대학 때 영문과 다니던 친구들이 들고 다니던 '두껍고 무거운 책'을 떠올리게 된다. 이제 영/미 문학 뿐 아니라, 세계 종교에 대한 이 선집이 출판된 것이다.

이 책에 포함된 세계 6대 종교는 Judaism, Christianity, Islam, Hinduism, Buddhism, 그리고 Daoism. 도교가 포함된 것이 내게는 다소 놀랍게 느껴진다. 이 선집은 이들 종교에 대한 고전 문헌들과 고전및 현대적 해석, 그리고 종교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에세이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인터뷰는 이들 여섯 개 종교가 선택된 배경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역사가 오랜 종교 간의 갈등, 최근 프랑스에서 일어난 풍자 잡지 Charlie Hebdo 만화가들이 살해된 사건에 대한 생각, 인간이 본성적으로 종교적인 존재인가 하는 질문, 또한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종교에 대한 태도와 시각, 그리고 편집자 Miles 자신의 개인적 종교 경험 등을 커버하고 있다. 참고로 Miles는 예수회(Jesuit) 신학생으로 10년을 보냈고, 현재는 UC Irvine의 English and Religious Studies의 교수로 있다고 한다.


*아래 웹사잇에서 인터뷰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http://www.npr.org/2015/01/29/382388786/editor-picks-religions-for-the-first-norton-anthology-of-world-religions

Thursday, January 29, 2015

'The Thorn Birds'의 저자 Colleen McCullough의 obituary를 읽으며

오늘 뉴욕 타임즈에서 'The Thorn Birds'의 저자 Colleen McCullough가 77세의 나이로 목요일인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읽었다. 정작 그녀의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그녀의 이 유명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미니 시리즈를 오래 전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오하이오 시절, 몸이 아파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누워있던 어느 날 하루를 꼬박 채워 이 비디오(동네 공공 도서관에서 대출한)를 보았던 기억. Richard Chamberlain과 Rachel Ward가 각각 주인공 Ralph 신부와 Meggie 역을 맡았던 미니 시리즈. 이들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에 폭 빠져서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사망 기사를 통해 그동안 별로 아는 것이 없었던 McCullough의 삶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오스트렐리아 태생이고, 그다지 화목하지 못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났다는 것. 신경 생리학(neurophysiology) researcher로 Yale 대학에서 일하기도 했다는 것과, 학교에서 받는 만족스럽지 못한 보수를 보충하기 위해 여가 시간을 이용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The Thorn Birds'는 그녀의 두 번째 소설로 전세계에서 지금까지 3천만부 이상이 팔렸고,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리스트에 1년이 넘게 올라있었다고 한다.

이 기사 여기저기에 인용된 그녀와의 인터뷰 내용들을 읽으며, 그녀가 그다지 'friendly'한 성격은 아니었던 듯한 인상을 받는다.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는 그녀.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그것이 어쩌면 그녀의 방어 기제였는지도 모르지만. 밤잠을 못이루게 할 만큼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쓴 작가로서 내가 상상했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인상을 이 기사를 읽으며 받았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그녀의 obituary:
http://www.nytimes.com/2015/01/30/books/colleen-mccullough-author-of-the-thorn-birds-dies-at-77.html

Wednesday, January 28, 2015

1,100 마일의 solo hike에서 잃은 것과 찾은 것 - Cheryl Strayed의 책 'Wild'

그동안 읽어오던 Cheryl Strayed의 책 'Wild'를 오늘 끝마쳤다. 이 책은 PCT (The Pacific Crest Trail) - Mexico 국경에서부터 Canada 국경까지 미 서부를 남북으로 잇는 2,650 마일에 걸친 하이킹 트레일 - 중 캘리포니아 Mojave Desert에서부터 오레곤과 워싱턴주를 잇는 다리 Bridge of the Gods까지 1,100마일을 혼자 backpacking한 그녀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같은 제목의 영화 'Wild'를 먼저 보았었다. 지난 해 12월 초 이 영화가 개봉된 첫 날에. 이 영화가 개봉되기 몇 달 전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아주 많이 이 영화를 기다려 왔었다. 우선 나의 가장 큰 취미라고 할 수 있는 하이킹이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라는 것과, 오래 전부터 다른 하이커들을 통해 들어온 PCT에 관한 영화라는 것이, 그래서 이곳을 하이킹하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크게 내 관심을 끌었었다.

Reese Witherspoon이 주연을 맡았다는 것도 내가 이 영화를 기대해 온 또 하나의 이유. (그녀가 아직 소녀일 때 출연한 영화 'The Man in the Moon'과 20대 초반에 고등학생 역할을 한 영화 'Election'을 보고 그녀의 연기를 주목해 왔었다. 하지만 그 후에 본 그녀의 영화들 -거의 romantic comedy가 대부분이었던- 은 그러한 내 관심과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해 한편으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그녀가 이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되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그녀가 보여줄 'serious'한 연기를 기대하며 설레임으로 기다려 왔던 것.)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일까. 정작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특별히 큰 감동이나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영화가 끝나고 있었던 이 영화의 감독 Jean-Marc Vallee와의 Q&A 조차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실망감으로 다소 씁쓸하게 극장을 나서면서도, PCT에 대한 관심 만큼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바탕이 된 이 책을 읽기 시작하게 된 것. 주로 잠들기 전 시간을 이용해 이 책을 읽었는데, 영화에서 크게 느끼지 못했던 PCT에 대한 감흥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저자 Strayed의 눈을 통해서, 또한 그녀의 마음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이 곳 trail의 모습과, 이곳을 하이킹하면서 그녀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의 어떤 부분들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나 자신이 커다란 backpack을 메고 이곳을 하이킹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단지 이러한 wilderness에서 오랜 시간 - 세 달 동안- 혼자 backpacking하는 것이 그녀가 struggle하고 있던 역사가 길고 복잡한 그녀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저절로 얻게 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에 공감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이 세 달간의 '고행'과 '명상'이 분명 그녀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 영향이란 건 그 후 또 많은 시간 동안의 '되새김'과 '재창조'를 통해서 아주 서서히 일어나게 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마지막은 그녀가 목적지인 Bridge of the Gods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그 후 Oregon에 있는 Portland에서 그녀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겪었을 경험들이 무척 궁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 종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아무도 없는 산과 계곡, 들판을 혼자 하이킹하면서 세 달을 지내다가 -하루에 15-20마일의 산행을 강행하는 동안 계속해서 압력을 받던 발톱들이 하나 둘씩 빠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면서- 다시 '속세'로 돌아와 일상의 routine들을 반복하면서 겪었을 그녀의 커다란 'culture shock'은 어떤 것이었을지.

그동안 여러 곳을 하이킹하면서 나도 이미 PCT의 몇몇 부분들을 하이킹 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때는 PCT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 때여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고. 이제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이곳 PCT의 부분들을 하이킹하려 생각한다. 한나절에 할 수 있을 만큼의 day hike으로. 이곳을 하이킹하면서 혹 Strayed처럼 장거리 backpacking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친다면 이제 보다 재미있는 얘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PCT에 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웹사잇을 발견. 특히 이곳 Southern California에서 PCT를 하이킹할 수 있는 곳들에 대한 정보가 관심을 끈다:
http://www.pcta.org/discover-the-trail/geography/southern-california/

Monday, January 26, 2015

소설가 이창래가 얘기하는 그의 책 'On Such a Full Sea'

지난 1월 15일 LA downtown에 있는 LA Central Public Library에서 있었던 소설가 이창래 (Chang-rae Lee)의 ALOUD event.  또 다른 소설가 Charles Yu와 함께 그의 소설 'On Such a Full Sea'에 대해 청중들 앞에서 아주 케주얼한 형식으로 대화를 나눈. 그날 마침 일이 있어서 직접 가지는 못하고, 며칠 후 podcast로 대화 전체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이 podcast를 들으며 이 책에 대해 많은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수년 전 오하이오에 있을 때 같이 공부하던 한 친구의 추천으로 그의 소설 'Native Speaker'를 읽으면서 작가 이창래의 작품 세계를 처음 경험했다. 그 몇년 후 캘리포니아에 돌아와 살면서 그의 소설 'A Gesture Life'와 'Aloft'를 읽었고. 비록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지만, 그래도 그가 미국 이민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의 모습들이 그의 작품에 어떤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몇년 전에는 LA에 있는 Hammer Museum에서 열린 그의 book reading event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이 event에서 그는 당시 그가 집필 중이던 책의 몇 부분들을 청중들 앞에서 읽고,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얘기도 하고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그 유대감과,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특별한 친근감으로 용기를 내어 그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고.

이제 곧 그의 소설 'On Such a Full Sea'를 읽으며 내가 전에 읽은 세 작품 이후로 진화되어 온 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옛 친구와의 만남처럼 기다려진다.


*LA Central Library의 ALOUD event는 작가, 예술가, 과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초대해 청중들 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아래 웹사잇에서 이날의 대화 전체를 podcast로 들을 수 있다:
http://www.lapl.org/collections-resources/e-media/podcasts/aloud/such-full-sea-novel

Tuesday, January 20, 2015

내가 '나'일 수 있는 조건 - 영화 'Still Alice'를 보면서 생각하다

지난 주말 Julianne Moore가 주연한 영화 'Still Alice'를 보았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본 몇 주 전부터, 또한 이 영화 평을 신문에서 읽고는 더욱 더, 이 영화가 개봉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LA 개봉 첫날인 지난 금요일 저녁, 한껏 기대에 부풀어 이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의 스토리는 Columbia 대학 언어학 교수인 주인공 Alice가 알쯔하이머(Alzheimer) 증상들을 보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생들과 청중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동안 단어들을 잊어버려 말문이 막히는 것에서부터, 늘 다니던 캠퍼스에서 길을 잃는 것 등등. 이 병의 진단을 받고 차츰차츰 기억과 사고 작용이 쇠퇴되어 가면서 그녀가 겪는 갈등과 방황, 그리고 주변의 가족들 - 남편과 성인이 된 세 아이들- 이 겪는 고통스러운 모습들이 영화에 묘사되고 있다.

알쯔하이머를 겪으면서 기억과 언어 사용 능력을 잃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가까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특히 언어학 전문가로서 그동안 이 분야에 많은 연구와 지식을 쌓아온 주인공 Alice의 경우는 그래서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극에서 다른 극으로의 더욱 큰 추락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우리가 우리의 언어 능력과 지적/사고 능력을 잃었을 때 과연 아직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아니면 이미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버린 걸까.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제목은 'Still' Alice. 그래도 '여전히' Alice라는 것? 그녀의 남편의 경우처럼, 그녀의 스마트함과 지적인 세계 -미모 뿐 아니라-에 마음이 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경우에, 그 상대가 그 스마트함과 지적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을 때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사랑을 간직할 수 있는 것일까.

또 하나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은, Alice가 아직 알쯔하이머 초기 단계일 때 자신에게 보내는 비디오 메시지를 녹화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것을, 이제 증상이 많이 진전된 또 하나의 그녀가 보게 되는 장면이다. 둘 다 Julianne Moore가 연기한 것이지만, 같은 사람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차이를 볼 수 있다. 비디오 속의 그녀는 아주 샤프한데 비해, 이 비디오를 지켜보는 그녀는 모든 것이 많이 느슨해진 모습 - 눈빛과 얼굴 표정, 몸 동작 등. 이 비디오는, 그녀의 상태가 악화되어 자기 이름과 생일 등의 기본적인 정보도 기억 못하게 되면 미리 침실의 옷장 서랍 속에 준비해 둔 여러 알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우연히 이 file을 열어보게 된 그녀는, 이 비디오에서 '이전'의 자신이 지시한 대로 따라하려 하지만 침실로 가는 도중에 그 지시를 이미 잊어버려 몇 번이나 다시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결국 그녀의 랩탑 컴퓨터를 침실로 옮겨가 서랍 속 깊숙히 숨겨진 수면제 병을 발견하고 지시대로 먹으려 하는 찰나 그녀의 caretaker가 도착하게 되고 거기에 관심이 끌린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수면제들을 모두 떨어뜨리게 된다.

이 장면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이유는, 이 장면이 내게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하기 때문. 병이 많이 진전된 그녀의 삶이란 건, 이전의 그 샤프한 그녀가 생각하기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그녀의 'essence'를 잃어버린, 더 이상 그녀 자신이라고 할 수 없는 타인. 그런 모습의 자신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는 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기에 그 비디오를 녹화해 놓은 것이리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미 그러한 사고 작용을 잃어버린 그녀 또한 엄연히 현재에 존재하는 하나의 인간. 이미 독립된 사고와 판단 능력을 거의 잃어버려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태가 되었지만. 그런 '현재'의 그녀에게 '과거'의 그녀가 어떤 authority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그런 현재의 그녀가 아직도 과거의 그녀에게 '속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이 영화를 많이 좋아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Julianne Moore의 연기 때문.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그녀에게 배우로서 큰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녀의 연기에 빠져 들었다. 병이 진전되면서 변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감탄할 만큼의 현실적인 연기로 표현해 냈다는 생각. (찾아보니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그동안 20편 가까이 보았는데, 그 중에서 'What Maisie Knew', 'The Kids are All Right', 'The Hours', 'Magnolia', 'Far from Heaven' 등의 영화가 많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Far from Heaven'에서 그녀의 연기를 많이 좋아했던 기억도 나고.)

Still Alice. 한마디로 친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보고 난 후 함께 커피 마시며 진지하게 얘기나누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