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카약킹(kayaking)을 시작한지 거의 4년이 되어간다. 2021년 4월, 카약킹 그룹에 조인하면서부터 2주에 한번씩 거의 정기적으로 카약킹을 해오고 있다. 아주 바쁠 때나 비가 올 때, 그리고 여행중일 때를 제외하곤. 어떤 그룹에서나 그렇듯,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가하다보니 이제 이 그룹의 core member가 되었고.
이 그룹과 함께하기 전에도 몇번 카약킹을 하긴 했지만, 아주 드물게 어쩌다 한번씩 할 정도였다. 좀 더 자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정작 그렇게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 그룹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후로도 몇 주를 망설이다가 드디어 그룹 사람들과 첫번째 카약킹을 한 이후로, 카약을 타는 것은 이제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2주에 한번씩 카약킹하는 날이 다가올 때마다 아직도 설레임으로 기다리게 되는.
카약을 타는 것은 내겐 명상(meditation)을 하는 것과도 같다. 한번씩 패들(paddle)을 저을 때마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것을 보는 것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고, 이런 움직임을 계속해서 리듬을 타면서 하다보면 정말 모든 것을 잊고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같다. 흔히들 비유로 말하는 'flow'의 상태를 문자그대로 경험하게 하는 운동이다. 게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잔잔한 수면과 --때로는 자잘한 파도들이 밀려오기도 하는-- 그 위로 이어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아, 정말 좋다--'하는 감탄이 나도 모르게 나오곤 한다.
또한 카약킹은 전신으로 하는 운동이라 더욱 매력적이다. 팔은 주로 패들을 물에 꽂아넣는 일을 하고, 패들을 중심축으로 온몸으로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을 리듬감있게 계속하다보면 내 몸 곳곳의 근육들이 함께 큰 하모니를 이루며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날씨가 화창한 날은 눈앞에 파란 하늘을 가득히 담고 노를 저어 나가는 것이 무척 상쾌하기도 하지만, 또 더러 흐리고 안개가 낀 날은 그 나름대로 운치를 더해 준다. 몇달 전에는 가시 거리가 아주 많이 제한될 정도로 짙은 안개가 낀 날 카약킹을 했는데, 마치 누에 고치 안에 싸인 것처럼 포근한 느낌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아주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내가 그룹으로 카약킹을 하는 곳은 바닷가 바로 옆, 바닷물이 육지 안으로 들어와 흐르면서 난 좁은 강 넓이의 물길을 따라가는 곳이다. 양옆으론 집들이 줄지어 있고. 이곳에서 카약킹을 하다 보면 바로 옆에서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오리들을 자주 보기도 하고, 드물긴 하지만 힘차게 물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을 볼 때도 있다. 더더욱 드물게는 바다 거북을 볼 때도 있고.
카약킹을 하면서 다리 밑을 두, 세번 지나야 하는데, 때로 만조(high tide)라 수면이 많이 높아져서 다리와 수면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카약 위에 납작 엎드리거나, 아니면 뒤로 드러누워야만 간신히 다리 밑을 통과해 갈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만날 때마다 그룹 사람들과 많이 웃고 왁자지껄하게 한바탕 떠들면서 '대모험'을 함께 하는 재미를 경험하기도 한다.
처음엔 이런저런 핑계로 시작을 미루기도 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서 그 '묘미'를 흠뻑 경험하게 된 카약킹. 내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것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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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을 물에 띄우고 카약킹을 시작하는 곳. 구름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파란 하늘을 가슴에 안고 두시간 가까이 몰입해서 카약킹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아주 평화롭고 평온해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내겐 명상과도 같은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