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2)에서 이어짐.]
8월 7일 수요일, 저녁이 가까워 뉴펀랜드*의 주도 St. John's에 도착했다. (*'Newfoundland'라고 쓰지만 이곳 사람들은 '뉴펀랜드'라고 발음한다.) 생 피에르를 이륙한 지 40분쯤 후에. 뉴펀랜드의 동쪽 끝에 위치한 이곳 세인트 존스가 가까워 오면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절벽들의 모습이 너무도 멋져 보여서 거의 넋을 잃고 내려다 보기도 했고.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지인 뉴펀랜드에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거의 10년 전부터였다. 지난 2014년 여름 캐나다의 Quebec주와 New Brunswick주를 여행하면서 그보다 더 동쪽에 위치한 뉴펀랜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가까운 미래에 뉴펀랜드를 여행하자'는 막연한 계획을 세웠었다. 지난 10년간 여름방학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두, 세번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곳들에 밀려왔었고. 그러다가 올 여름 방학에 정말로 그 오랜 계획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까지는 뉴펀랜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지리 시간에 '세계의 자원'에 대해 배우면서 '뉴펀들랜드는 어장이 풍부한 곳'이라고 배운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바탕으로 내가 상상해 온 뉴펀랜드의 모습은, 옛날 모습을 아직 많이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어촌 마을들이 있는 곳. 하지만 이곳의 주도인 세인트 존스에 도착했을 때, 그런 상상과는 전혀 다르게 큰 도시의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바로 차를 렌트했다. 앞으로 10여일간 이곳 뉴펀랜드의 이곳저곳을 여행할 계획으로. 우선 예약해 둔 airbnb에 가서 체크인을 했다. 아주 친절한 (그리고 호기심으로 가득한) 호스트가 우리를 방문해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려 주었다. 몇몇 레스토랑들도 추천해 주고. 이날이 마침 'Royal St. John's Regatta'라고 불리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보트 경기가 열리는 날이란다. 공휴일로 지정된. 우리는 그때 처음 듣는 행사 이름이기도 하고 배가 많이 고프기도 해서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다운타운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그냥 그 근처를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경기는 캐나다 전체에서 잘 알려진, 200년도 넘는 오랜 전통을 가진 중요한 경기였다. '피곤했어도 잠깐 보러 갈 걸...'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했고.
다음날인 8월 8일 목요일. 이곳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Signal Hill. 이 언덕 꼭대기에 올라 세인트 존스 전체를 내려다 보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중심을 잡고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고. 이곳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 적이 침입할 경우에 빠르게 그 소식을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했던 곳. (핼리팩스에 갔을 때나 생 피에르에 갔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곳 캐나다 동부의 역사는 침입해 오는 적을 물리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역사였던 것 같다. 역사적 유적지에 갔을 때마다 드물지 않게 보았던 화포들. 박물관에 전시된 많은 사진과 자료들도 그러한 투쟁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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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힐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세인트 존스의 모습 |
이 언덕 꼭대기에 있는 Cabot Tower는 그러한 통신 기능을 담당하던 곳이라고 한다. 깃발을 이용한 통신 뿐 아니라, 모스 코드 (Morse Code)를 이용해 영국과의 통신도 행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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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ot Tower |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바다를 향해 나 있는 하이킹 트레일들이 보였다. 이날 다른 일정이 있어서 바닷가까지 하이킹 할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아주 좋은 하이킹이 될 것 같았다.
시그널 힐을 내려와 Quidi Vidi (키디 비디)로 향하다. 이곳은 외지에 사는 어부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머물던 마을이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고. 이곳에서 잘 알려진 'Quidi Vidi Brewing Company'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자리를 잡는데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고,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도 나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테라스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도 너무 멋지고 음식과 맥주도 나쁘지 않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때 온다면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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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di Vidi. 가운데 보이는 녹색 건물이 'Quidi Vidi Brewing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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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찾은 곳은 Cape Spear. 이곳은 멋진 등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더욱 우리 관심을 끈 것은 이곳이 캐나다는 물론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그린랜드를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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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뿐 아니라 북미에서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한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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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위 절벽을 따라 걸으며 북미 대륙의 최동단 지점을 찾았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점점이 떠있는 구름들,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의 모습도 즐기면서. 날씨가 더할 수 없이 화창해서 더욱 그 색이 선명했던.
곧 이어 언덕 위로 보이는 등대를 목표로 하이킹을 하다. 바람이 몹시 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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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지금 쓰여지고 있는 등대가 보이고 오른쪽 끝에는 예전에 쓰였던 등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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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오르는 길. 바로 옆으로 눈이 시리게 푸른 바다를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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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등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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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바로 옆에 있는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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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Lighthouse로 오르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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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년에 세워진 Old Lighthouse. 1955에 세워진 지금의 등대에 이곳에서 쓰던 등불을 옮겨와 쓰고 있다고 한다. 바로 바깥에 있는 빨간 의자는 보기에도 예쁘지만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너무도 편안했다. |
Cape Spear를 나서서 다시 다운타운으로 향하다. 레스토랑과 bar들로 유명한 George Street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무대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한 가수의 귀에 익은 팝송들을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고. 그렇게 세인트 존스에서의 둘째날 밤이 깊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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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동안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예쁜 집들의 모습을 여러 곳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8월 9일 금요일. 고래와 퍼핀(puffin)이라는 새를 보기 위해 보트 투어를 하는 날이다. 퍼핀은, 한 때 내가 즐겨먹던 시리얼 박스에 그려져 있어서 내겐 익숙한 새.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이곳에 퍼핀들의 서식지가 있다고 한다. 고래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오렌지 카운티의 바다에서도 볼 수가 있는데, 실제로 고래를 본 적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난다.
아침에 숙소에서 차로 30, 40분 떨어진 곳에 가서 투어 보트를 타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윗층 앞쪽에 자리를 잡고 드디어 항해를 시작. 흐린 날씨에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보니 배를 타기 전보다 훨씬 춥게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춥겠어?' 하면서 망설이다가 가져온 겨울 외투가 정말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앞이 탁 트인 바다를 향해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얼마쯤 가다 보니까 한쪽 옆에 있는 섬의 절벽 위를 새들이 온통 뒤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퍼핀들의 서식지! 한 무리의 퍼핀들이 우리 배 바로 앞에서 물 위를 치고 나는 것도 볼 수 있었고. 크기가 작은 새라, 유연하고 여유있게 멋진 비상을 하기 보다는 파닥파닥 빠르게 날개짓을 하면서 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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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보트를 타고 고래와 퍼핀을 보러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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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핀(Puffin)들의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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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퍼핀들을 보았기 때문에, 여행 전 사진으로 보았던 그 오묘한 색깔과 모양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여행 후반에 찾은 Bonavista라는 곳에서, 좀 더 가까이 퍼핀들을 볼 수 있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기대했던 고래들을 한마리도 볼 수 없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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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투어가 거의 끝나갈 때쯤, 투어를 진행한 스텝 한 명이 그동안 돌봐오던 아기 퍼핀을 날려보내 주었다. |
투어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레스토랑을 검색해서 그리 멀지 않은 한 곳을 찾아가다. 주변에 집도 다른 비지니스도 없이 덩그라니 레스토랑만 있는 곳. 자그마한 호수 바로 옆에. 들어서자마자 우선 인테리어가 아주 예쁘게 되어 있어서 좋은 인상을 받다. 높은 천장과 작지 않은 실내. 젊은 부부가 하는 레스토랑이었다. 부인은 음식을 만들고 남편은 손님들을 서빙하고. 나중에 음식을 직접 내온 부인과 잠시 얘기를 나누다. 30대쯤 되었을까. 자기 사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졌고. 메뉴에 있는 음식들도 나름 연구한 흔적을 볼 수 있게 독특함이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The Rooms를 찾았다. 이곳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겸하고 있는 곳. 다양한 여러 종류의 전시물이 있었지만, 가장 내 관심을 끈 것은 1차 대전 때 참전했던 이곳 출신 군인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곳이었다. 몇몇 사람들의 사진과 그들의 스토리가 전시되어 있는. 그 중엔 전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전쟁에서 살아남아 그 후에 이곳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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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s |
8월 10일 토요일. St. John's에서 북쪽으로 40분쯤 차를 달려 대서양과 접해 있는 바위 해안을 보러가다. 도시를 벗어나면서 집들도 점점 드물어지고 상점들도 거의 볼 수 없어, 정말 멀리 떨어져 한적한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저녁에도 그 전날들처럼 다운타운을 찾았다. 이곳 다운타운은 바로 waterfront 옆에 있어서 해안을 따라 산책을 하기에도 좋았다. 또한 바로 옆에 유람선을 비롯한 배들이 정박해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고.
8월 11일 일요일, 세인트 존스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Gander로 향하다. 캐나다 10개의 주를 모두 관통하는 대륙 횡단 도로인 Trans-Cannada Highway를 타고. 도로 곳곳에 '무스(Moose) 조심' 혹은 '무스 다발 출몰 지역' 등의 사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동물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고, 워낙 몸체가 커서 자칫 차로 치기라도 하면 큰 사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척 조심스럽기도 해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길가에 서 있거나, 차도로 뛰어드는 무스가 있나 살펴보기도 했고. 이번 여행동안 다행히도 (그리고 조금은 아쉽게도) 무스를 단 한 마리도 못 보았다. 며칠 후 Gros Morne 국립공원에 갔을 때조차도.
Gander까지는 200마일 남짓한 거리. 가는 길에 Dildo라는 작은 마을에 잠깐 들르기로 하다. 이곳은 그 이름 때문에 매스컴에도 올랐던 곳. 미국에서 잘 알려진 심야 TV 프로인 Jimmy Kimmel 쇼에서도 이곳에 취재진을 보내 마을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방송하기도 했고.
별다른 기대 없이 이곳을 찾았는데, 의외로 아주 예쁜 마을이라 놀랐다. 만(bay)을 둘러난 집들과 물 위에 정박해 놓은 작은 배들. 참 평화롭고 한가로워 보였던 풍경.
이곳에서 잘 알려진 Dildo Brewing Company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길 건너편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베이커리도 찾았다. 베이커리 바로 옆에 작은 겔러리도 있어서 들어가 보기도 하고. 이곳 베이커리에서 케익과 차를 시켜, 눈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만의 모습을 감상하며 느긋한 여유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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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베이커리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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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예쁜 마을 'Dildo'를 떠나며 본 작은 우체국. |
다시 차를 타고 Trans-Canada Highway를 달리다. 다음 목적지인 Gander를 향해.
[*캐나다 Newfoundland 여행 (Halifax와 Saint Pierre를 거쳐) (4)로 계속됨.]